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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온화한 미녀

  • 제기랄!
  • 장미리는 방금 거의 굴러떨어지다시피했다. 그녀의 발은 틀림없이 더 많이 다쳤을 것이다.
  • 나는 마음이 굉장히 힘들었다.
  • ‘저 여자는 구할 가치가 없어!’
  • 나는 그녀를 구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머리가 하얘져서 그녀에게로 향하고 있었다.
  • 장미리는 무서워하며 내 품으로 뛰어들었다. 나는 그녀에게 팔을 두르고, 떨리는 것을 참으며 바깥으로 걷기 시작했다.
  • 나는 감히 뛸 수가 없어, 천천히 걸었다. 그 곰은 여전히 한 발로 담동우를 누르고 있었는데, 곰의 의사는 아주 분명했다.
  • 우리에게 꺼지라는 거다!
  • 이소희도 일어나더니, 내 뒤를 바짝 따라왔다.
  • 무서운지, 내 팔을 꼭 붙잡았다.
  • 날이 희뿌옇게 밝아오고 있었고, 나는 어슴푸레 주위를 살펴볼 수 있었다. 나는 장미리를 부축해서 암초 위로 올라갔다.
  • 이소희는 이미 울고 있었는데, 그녀는 울면서 말했다.
  • “천천히, 천천히……저 녀석을 놀래면 안 돼.”
  • 나는 한걸음 한걸음 신중하게 걸었다. 만일 내가 잘못해서 미끄러지기라도 하면, 저 녀석은 내가 자신을 공격하려는 의도가 있는 줄 알 것이기 때문이다.
  • 방금도 장미리가 암초에서 굴러 떨어진 것 때문에 녀석을 놀라게 한 것이다.
  • 나는 어렵게 암초 위로 올라갔다. 곰의 호흡이 바로 내 뒤에서 느껴지는 것 같았고, 점점 더 가까워지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 이소희가 놀라서 뒤를 돌아보려 했기 때문에, 나는 황급히 이를 악물며 말했다.
  • “돌아보지 마! 돌아보면 안 돼! 눈 마주치면 끝장이야!”
  • “흐흑……”
  • 이소희는 놀라서 머리를 내 팔 안쪽으로 밀어 넣고, 나를 꽉 붙잡으며 같이 위로 올라갔다.
  • 방금 우리 관계는 그렇게 악랄했는데, 지금 곰 한 마리와 죽은 담동우 때문에 우리는 잠시 전우가 되었다.
  • 마침내, 우리는 암초 위로 올라섰다.
  • 내가 작은 소리로 말했다.
  • “뛰면 안 돼. 먼저 멀리까지 걸어가자.”
  • 곰의 소리가 들리지 않았고, 우리는 점점 더 멀리 걸어갔다.
  • 우리가 충분히 멀리 갔다고 생각했을 때, 나는 몰래 뒤를 돌아보았다. 곰은 이미 우리와 다른 방향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 곰은 우리를 쫓아오지 않았고, 담동우를 먹지도 않았다.
  • 보아하니, 녀석은 이미 배가 부른 상태인 것 같다……
  • 나는 비로소 안도의 숨을 내쉬었고, 두 다리에서 힘이 빠져, 모래 사장 위에 그대로 주저앉았다.
  • 나만이 아니라, 장미리와 이소희도 기진맥진한 모습이었다.
  • 장미리가 갑자기 눈물을 훔치며 울기 시작했다.
  • 이소희가 옆에서 위로하며 말했다.
  • “아줌마, 우리 잘 도망쳤어요. 왜 울어요?”
  • “연준이한테 미안해서……”
  • 장미리가 울면서 말했다.
  • “내가 너한테 그렇게 못되게 굴었는데, 너는 나를 구해줬어. 나는 정말 나쁜 사람이야.”
  • 내 마음도 몹시 힘들었다.
  • 억울한 일을 자주 당하는 사람은 참는 것이 습관이 되기 마련이다.
  • 사람들이 사과하지 않으면 그래도 좀 낫다. 미워하면 되니까.
  • 그러나, 일단 누군가 사과를 하면, 억울했던 것이 생각나고 괴로워서, 울고 싶은 마음이 되곤 한다.
  • 이소희는 복잡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 그녀는 오늘 환타지 소설에나 나올 것 같은 일들을 겪었다. 그녀가 어떻게 나를 대면할 생각인지 나도 알 수 없었다.
  • 그녀는 손으로 입술의 혈흔을 닦았다. 나한테 물어 뜯겨서 흐른 피다. 그녀는 작은 소리로 말했다.
  • “우리 엄마를 구해줘서 고마워. 오늘 네가 나한테 한 짓은 없었던 일로 하자. 내가 너를 수원지로 데려가 줄게. 너를 받아 달라고 내가 설득할 수 있어.”
  • “나는 안가. 너도 거기 가면 안 돼.”
  • “왜?”
  • “숲 속이 그렇게 위험한데, 담동우가 왜 그 깜깜한 상황에 너를 찾아왔겠어? 겁이 없어서? 게다가 같이 온 사람도 없이 혼자! 숲 속에 문제가 생겼다는 뜻 아닐까?”
  • 이소희가 놀라서 말했다.
  • “설마?”
  • “수원지야 말로 가장 위험한 곳일 수 있어.”
  • 나는 이소희의 눈을 보며 말했다.
  • “나한테 위치를 알려줘. 나 혼자 가서 상황을 살펴볼게. 아저씨가 나한테 그렇게 가르쳤어. 남자는 식구들을 보호해야한다고! 나는 너를 미워하지만, 너를 보호할 거야. 키워주신 아저씨께 보답을 해야지!”
  • 내가 미워한다는 말을 듣고, 이소희는 안색이 변했다.
  • 나같이 못생긴 남자가 자기를 미워한다는 것은 생각지도 못했을 것이다.
  • 그녀는 결국 나에게 길을 가르쳐 주었다. 숲 속의 길을 따라 들어 가다가 세갈래 길이 나오는데, 오른쪽 길이 작은 호수로 가는 길이다.
  • 그녀는 남아서 장미리를 돌보기로 했다.
  • 나는 급히 출발하지 않고, 먼저 담동우 쪽으로 가보았다.
  • 그는 이미 완전히 죽어있었다. 나는 보면서 전혀 겁이 나지 않았고, 오히려 화가 풀리는 느낌이었다.
  • ‘잘 죽었어!’
  • 나는 그의 옷을 벗겨, 바닷물에 씻었고, 치마도 건져왔다.
  • 나는 마지막으로 담동우의 주머니를 뒤져보았는데, 보물을 발견했다.
  • 라이터!
  • 비록 500원짜리 라이터지만, 물에 빠졌었는데, 여전히 쓸 수 있었다.
  • ‘대단해!’
  • 이 황량한 무인도에서 절대로 중요한 보물이다.
  • 나는 두 여자들 쪽으로 돌아가서, 옷을 건네주고 입게 했다.
  • 두 여자 중 하나는 바지가 없고, 하나는 속옷만 입고 있다. 게다가 둘 다 이렇게나 예쁜데, 다른 사람들이 본다면, 틀림없이 두 미인을 가만 놔두지 않을 것이다.
  • 이소희는 치마를 입었고, 장미리는 꽃무늬 반바지를 입었다. 장미리는 반바지가 안 예쁘다고 불평했고, 나는 입을 것이 있는 것이 얼마나 다행이냐고 말했다.
  • 장미리는 좀 생각하더니, 반바지의 한 쪽만 입고 나머지는 정리해서 안으로 넣었다.
  • 반바지가 금세 몸에 딱 붙는 짧은 치마로 변신했다. 그녀의 아름다운 엉덩이 곡선을 드러낸 섹시한 모습에 내 혈관의 피가 빨리 돌기 시작했다.
  • 나는 놀라서 그녀에게 왜 그렇게 입냐고 물었다. 그녀는 이 황량한 무인도에서 혹시 죽더라도, 아름다운 모습으로 죽고 싶다고 말했다.
  • ‘저 여자의 생각은 정말 이해할 수가 없군.’
  • 나는 숲으로 들어가 이소희가 알려준 대로 걸어갔다.
  • 숲에는 잡초가 무성했고, 바닥에는 온통 낙엽이었다. 가끔씩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는데, 그때마다 등골이 오싹했다.
  • 나는 담동우가 이런 길을 그 깜깜한 시간에 혼자 걸어왔다는 것을 믿을 수가 없었다.
  • 십몇 분 후, 나는 그 작은 호수를 찾아냈다.
  • 네모 모양의 호수였는데, 물이 어디서 와서 어디로 흘러가는지 알 수가 없었다.
  • 흐르는 물은 썩지 않는다. 그러나, 이 호수는 흐르지 않는 죽은 물처럼 보이는데, 악취는 나지 않았다.
  • 호숫가에는 한사람도 보이지 않았다. 나는 물가에서 신발 한 짝을 발견했는데, 새것이었다.
  • 누군가 당황해서 신발을 챙기지 못할 정도였던 것을 보면, 여기서 무슨 일이 생긴 모양이다.
  • 그러나, 어쨌든 나는 여기 물을 포기할 수 없다.
  • 나는 황급히 가져온 빈 물병을 꺼낸 후, 참지 못하고 먼저 물을 허겁지겁 충분히 마셨다.
  • 정말 시원하다. 대자연의 샘물인지라 정말 깨끗했다.
  • “이연준?”
  • 내가 물을 마시고 있을 때, 갑자기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 나는 놀라 급히 돌아보았다.
  • 한 여자가 서있었는데, 우리 반 학습 부장 오유미였다.
  • 그녀는 우리 반에서 가장 예쁜 두 사람 중 하나였는데, 다른 하나는 이소희이다.
  • 오만방자하게 제멋대로구는 이소희와 달리, 그녀는 청순하고, 조용하며, 공부하는 것을 좋아하고, 다른 사람들을 잘 도왔다.
  • 그녀는 나 같은 사람도 늘 도와줬는데, 이소희가 나를 괴롭히지 못하도록 했었다.
  • 이소희가 학교 남학생들의 성적 환상의 대상이라면, 오유미는 멀리서 바라볼 뿐 감히 희롱할 수 없는 여신이었다.
  • 그녀는 교복을 입고 있었는데, 햇빛 아래서 얌전하고 귀여웠다.
  • 나는 사레가 들려 기침을 하며 입을 닦았다.
  • “유미야, 너 괜찮아? 참 다행이다.”
  • “나를 생각해주는구나. 나도 너 계속 찾았는데. 나 너한테 할 말 있어. 네가 겁내지 않았으면 좋겠다.”
  • “무슨 일인데?”
  • 그녀는 얼굴을 붉히며 진지하게 말했다.
  • “네가 내 첫번째 남자가 돼줄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