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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혹시 훔친 거 아니야?

  • 유은정은 원래 집에 가서 돈을 가져오려 했지만, 곧바로 이휘도가 건넨 카드를 떠올렸다.
  • 그녀는 그 카드를 들고 현금인출기에서 돈을 찾으려 했으나, 세 대의 인출기 모두 사용 중지 상태였다. 입금이나 출금이 불가능하다는 안내만 보였다.
  • 할 수 없이 유은정은 은행 안으로 들어가 번호표를 뽑고 대기하기 시작했다.
  • 얼마 지나지 않아 드디어 유은정의 차례가 왔다. 그녀는 카드를 창구 직원에게 내밀었다.
  • “20만 원만 출금해 주세요.”
  • 창구에 앉아 있던 직원은 화려하게 꾸민 젊은 여자였다. 그녀는 유은정을 힐끗 쳐다보더니 카드를 받아들었다.
  • 카드를 손에 든 여직원은 무의식적으로 출금을 준비하다가, 손에 든 카드가 순간적으로 그녀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 검은색 신용카드. 그런데 카드에는 일반적인 카드 번호 대신, 오직 세 개의 금색 숫자만 새겨져 있었다.
  • 001!
  • 그 숫자를 보는 순간, 여직원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믿기 어렵다는 듯한 표정이 그녀의 얼굴에 드러났다.
  • 이런 카드는 동해시 같은 작은 도시에선 절대 볼 수 없는 카드였다. 그런데 그것도 이렇게 평범해 보이는 중년 여자가 소지하고 있다니?
  • 여직원은 다시 한번 유은정을 위아래로 훑어보며 의문을 품었다.
  • 이 카드는 동방은행의 최고급 회원 카드로, 전 세계에 단 100장만 존재하는 카드였다. 더군다나 숫자가 앞쪽일수록 카드 소지자의 신분이 더 높다는 의미였다.
  • 눈앞에 있는 이 여자가 그런 카드를 가지고 있을 리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 ‘혹시 훔친 거 아니야?’
  • 여직원의 머릿속에 이런 의문이 스쳐 지나갔다.
  •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이런 카드를 가지고 있을 수 있겠어?’
  • 그 생각이 들자, 여직원의 눈빛은 날카로워졌다. 그녀는 유은정을 경계하는 눈으로 바라보며 속으로 생각했다.
  • ‘간도 크네. 이런 카드를 훔치다니... 요즘 사람들 겁도 없네.’
  • 여직원은 잠시 망설였지만, 곧 결심했다.
  • ‘보안 요원을 불러 이 여자를 체포하고 행장님께 보고해야겠어. 그러면 큰 공로가 될 테니!’
  • 여직원의 입가에 은근한 미소가 번졌다. 마치 인생 최고의 기회가 온 것처럼 느껴졌다.
  • “저기요, 돈 좀 빨리 뽑아 주시겠어요?”
  • 여직원이 멍하니 카드를 들고 있는 걸 보고, 유은정은 약간 짜증 섞인 목소리로 재촉했다. 그녀는 빨리 돈을 받아 장을 보고 집에 가 저녁을 준비해야 했다.
  • 여직원은 정신을 차리고, 창구 아래에 몰래 손을 뻗어 빨간 버튼을 눌렀다. 그 후, 여전히 카드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 “이 카드, 어디서 난 거죠?”
  • 유은정은 잠시 멈칫하며 미간을 찌푸렸다.
  • “그게 당신이랑 무슨 상관이죠?”
  • 상대의 무례한 질문에 유은정은 불쾌감을 느꼈다.
  • 여직원은 냉소적인 웃음을 지었다.
  • “이 카드가 뭘 의미하는지 정말 모르는 거예요?”
  • “그냥 카드일 뿐이잖아요.”
  • 유은정은 왜 이런 질문을 받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 여직원의 질문에 유은정이 답하자, 여직원의 얼굴에 확신이 서렸다. 분명 이 중년 여자는 도둑이었고, 이 카드도 훔친 것이 틀림없었다.
  • 그때, 보안요원이 안으로 들어왔다. 그는 유은정을 힐끗 쳐다보더니, 여직원에게 물었다.
  • “무슨 일입니까?”
  • 여직원은 유은정을 가리키며 냉소적인 미소를 지었다.
  • “저 여자를 체포하세요. 타인의 카드를 훔친 혐의가 있습니다.”
  • 그러면서 손에 든 검은색 카드를 들어 보였다.
  • 보안요원은 그 카드를 보는 순간 눈이 좁아지며 표정이 굳어졌다. 그는 다시 유은정을 바라보았다. 이제 그의 시선에는 의심과 적대감이 서려 있었다.
  • 비록 보안요원이었지만, 은행에서 오래 일한 그는 이 카드를 알고 있었다. 이 정도 급의 카드는 평범한 사람이 소유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유은정처럼 보이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그럴 리가 없었다.
  • 결국, 이 카드도 당연히 훔친 것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 “이보세요, 우리와 함께 가주시죠.”
  • 보안요원이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 “뭐라고요?”
  • 유은정은 화가 나서 외쳤다.
  • “난 그저 20만 원만 찾으러 온 건데, 왜 체포하려는 거죠?”
  • “왜냐고요?”
  • 보안요원은 비웃으며 대답했다.
  • “남의 카드를 훔치는 게 작은 일이 아니에요. 협조하는 게 좋을 겁니다.”
  • “이 카드는 내가 훔친 게 아니에요!”
  • 유은정은 당황해하며 말했다. 설마 이휘도가 준 카드 때문에 이런 일이 생길 줄은 꿈에도 몰랐다.
  • “훔친 게 아니라고요? 그럼 어디서 났다는 거예요?”
  • 보안요원의 눈빛은 여전히 차가웠다.
  • “우리 집에 사는 세입자가 준 거예요.”
  • 유은정이 대답했다.
  • “세입자?”
  • 보안요원은 비웃음을 터뜨렸다.
  • “그걸 믿으라고요? 그만 가시죠. 계속 저항하면 강제로 데려갈 수밖에 없어요.”
  • 보안요원은 유은정의 말을 전혀 믿지 않았다. 이런 고급 카드를 소유한 사람이 그녀 집에 세입자로 산다고? 말도 안 되는 얘기였다.
  • “당신들이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어요? 이건 명백한 모함이에요!”
  • 유은정의 목소리는 분노와 억울함으로 떨렸다.
  • 보안요원은 짜증난 얼굴로 말했다.
  • “좋게 말할 때 협조하시죠.”
  • 그러고는 유은정의 어깨를 잡으려고 손을 내밀었다. 더 이상 저항하면 강제로라도 제압할 생각이었다.
  • “저리 가! 손 대지 마!”
  • 유은정은 갑자기 큰 소리로 외치며 몸을 뒤로 뺐다.
  • “찰싹—”
  • 보안요원은 참을성을 잃고 유은정의 얼굴을 세차게 후려쳤다. 갑작스러운 폭력에 유은정은 충격에 빠져 그를 바라보았다. 자신이 맞았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 “가만두지 않겠어!”
  • 유은정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그녀는 손톱을 세우고 보안요원을 향해 달려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