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화 길 가다 불의를 보면 지나칠 수 없잖아요
- 이휘도의 말에 두 사람은 정신을 차렸다.
- “뭐라고요? 방을 빌리러 왔다고요?”
- 임유비가 놀란 듯 물었다.
- “네, 당신 집 대문에 임대 광고가 붙어 있던데요?”
- 이휘도는 대문 옆에 붙어 있는 종이를 가리키며 대답했다.
- “근데, 아까 왜 우리를 도와준 거예요?”
- 임유비가 다시 물었다.
- “길 가다 불의를 보면 지나칠 수 없잖아요.”
- 이휘도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 “하지만, 당신이 때린 사람들은 소 씨 가문 사람들이에요. 그 사람들은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거예요.”
- 임유비는 붉은 입술을 살짝 깨물며 걱정스럽게 말했다.
- “정말 미안해요. 이번 일로 당신까지 끌어들였네요…”
- 칼자국 남자 일당이 떠난 후, 임유비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여전히 마음 한구석에 불안감이 남아 있었다.
- 이휘도가 상대했던 건 평범한 사람들이 아니었다. 그가 때린 자들은 동해시에서 악명이 높은 ‘칼자국 오빠’의 패거리였다. 칼자국 오빠를 건드리는 건 곧 소 씨 가문을 건드리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분명 소 씨 가문이 보복을 시도할 것이다.
- 이휘도는 단순히 도와주려다 이런 위험한 상황에 휘말리게 된 것이니, 임유비는 그에 대한 미안함을 지울 수 없었다.
- 그러나 이휘도는 따뜻한 미소를 지으며 임유비를 바라봤다. 그의 눈빛은 무척 다정했다.
- ‘이 아이는 비록 많이 자랐지만, 그 안의 순수함은 전혀 변하지 않았구나. 이런 아이는 평온하고 행복한 삶을 살아야 하는데... 그 녀석들은 어떻게 감히 이 아이를 해치려 했을까?’
- 이제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이제 자신이 있으니, 그 누구도 그녀를 다치게 할 수 없을 것이다.
- “에이, 별거 아니에요. 고작 몇 명의 불량배들일 뿐이잖아요. 또 찾아오면, 그냥 다리나 부러뜨려 주면 되죠.”
- 이휘도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손을 휘저었다.
- 칼자국 남자든 소 씨 가문이든, 그의 눈에는 그저 하찮은 존재일 뿐이었다. 그가 마음만 먹으면 한 손으로도 쉽게 제압할 수 있을 터였다.
- “하지만...”
- 임유비가 더 말하려 하자, 이휘도가 손을 들어 말을 막았다.
- “됐어요, 그 얘기는 그만하고, 방 얘기나 해요. 저 방금 막 돌아왔는데 머물 곳이 없어서 인터넷 보고 여길 찾아왔거든요.”
- “집 방 아직 남아 있죠?”
- 임유비가 대답하기도 전에 유은정이 웃으며 말했다.
- “응, 아직 남았어. 그런데 청년 이름이 뭐라고 했지?”
- “이휘도라고 합니다. 그냥 휘도라고 불러 주세요, 아주머니.”
- 이휘도는 살짝 쑥스러운 듯 대답했다.
- 아까 칼자국 남자들에게 보여줬던 무자비한 모습은 사라지고, 마치 이웃집 소년처럼 따뜻하고 친근한 모습이었다.
- 유은정은 이휘도를 바라보며, 눈 속에 찬사가 가득했다.
- ‘잘생기고, 키도 크며, 몸매까지 훌륭한데다가, 아까 우리 모녀를 도와 큰 문제까지 해결해 줬으니, 마음에 들지 않을 수가 없지.’
- 현실에서 이런 청년은 보기 드물었다.
- 이휘도가 집을 빌리겠다고 하자, 유은정의 마음은 이미 한껏 부풀어 올랐다. 머릿속에 스친 첫 번째 생각은 ‘이 청년이 내 사위가 되면 얼마나 좋을까’였다.
- “그래, 휘도야. 아까 정말 고마웠다. 우리를 도와줘서.”
- 유은정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 “아줌마, 별 말씀을요. 정말 아무것도 아니에요. 저는 힘으로 남을 괴롭히는 사람들을 제일 싫어하거든요. 아줌마처럼 좋은 분을 괴롭히다니, 정말 인간 같지도 않은 사람들이에요.”
- “아무튼 고마운 건 고마운 거야. 이렇게 하자, 네가 우리 집에 방을 빌리면, 내가 임대료를 깎아 줄게.”
- 유은정은 여전히 미소를 띤 채 제안했다.
- “그렇다면 정말 감사하죠, 아줌마.”
-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갔다.
- 그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던 임유비는 유은정을 슬쩍 흘겨보았다. 유은정의 표정을 보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너무도 뻔히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 간단했다. 자신은 이미 20대 후반이지만, 남자친구 한 번 사귀어 본 적 없었다. 유은정은 그 문제로 유비를 얼마나 닦달했는지 셀 수 없을 정도였다.
- 이제 이렇게 매력적인 이휘도가 나타나자, 유은정이 이 기회를 놓칠 리가 없었다.
- 임유비가 날카로운 눈초리로 쳐다봤음에도, 유은정은 아랑곳하지 않고 이휘도와 이야기를 이어갔다. 잠시 후, 그녀는 슬쩍 떠보듯 물었다.
- “휘도야, 혹시 여자친구는 있니?”
- “네? 아직 없어요.”
- 이휘도는 쑥스러운 듯 얼굴을 붉혔다.
- 그러자 유은정의 얼굴에 더 환한 미소가 번졌다.
- 이어지는 질문들이 끝없이 쏟아졌다.
- “집은 어디니?”
- “고향은 연경이에요.”
- “지금은 어디서 일하니?”
- “아직 직장은 없어요. 얼마 전에 해외에서 돌아와서 창업을 준비 중이에요.”
- “형제는 있니?”
- “아뇨, 저 혼자예요.”
- 유은정은 점점 더 만족스러웠다. 시간이 갈수록 이휘도가 더 마음에 들었다. 지금이라도 그를 임유비와 엮어 결혼시키고, 손주까지 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 그 후, 두 사람은 대화를 나누며 문 밖으로 나갔고, 곧 그들의 모습은 사라졌다.
- 남겨진 임유비는 넋을 잃은 듯 멍하니 서 있었다.
- 눈을 크게 뜬 채 입을 벌리고 있었지만, 도무지 정신이 돌아오지 않았다.
- …
- 그 시각, 소 씨 가문.
- “쾅!”
- 담배 재떨이가 공중을 가르며 칼자국의 머리를 향해 날아갔다.
- 칼자국은 미동도 하지 않은 채 그 재떨이가 자신의 머리를 때리게 내버려 두었다. 이마에서 피가 흘렀지만, 그는 감히 소리를 낼 수 없었다.
- “쓸모없는 놈! 전부 다 쓸모없어! 그렇게 많은 놈들이 모였는데, 겨우 그 작은 일 하나도 해결 못 해? 도대체 너희를 왜 데리고 있는 거지?”
- 한 젊은이가 분노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
- 그의 얼굴은 분노로 일그러져 있었고, 목에서는 굵은 핏줄이 도드라져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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