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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추측

  • 임유비가 무언가 더 말하려는 순간, 주머니 속에서 휴대전화가 울렸다.
  • 전화를 꺼내 확인해보니 발신자는 어머니였다. 그녀는 곧바로 전화를 받았다.
  • 몇 마디 듣자마자, 임유비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 전화를 급하게 끊은 그녀는 초조한 얼굴로 이휘도를 바라보며 말했다.
  • “빨리, 동방 은행으로 가야 해요. 우리 엄마가 누군가한테 맞았어요.”
  • 이휘도의 얼굴도 어두워졌다.
  • 그 역시 유은정을 각별하게 여겼다. 임유비의 어머니를 마치 자신의 어머니처럼 생각하며 소중하게 여겼기 때문이다.
  • 두 사람은 더 이상 마트에서 물건을 고르지 않고, 곧장 동방 은행을 향해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 그 시각, 소 씨 가문.
  • 소 씨 가문에서는 큰 사건이 터졌다. 가문 전체를 뒤흔들 만큼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 바로 소 씨 가문의 도련님, 소진표가 누군가에게 구타당한 것이다.
  • 양쪽 다리가 부러지고, 무릎뼈가 산산조각이 나버렸다. 치료를 받아도 장애가 남을 가능성이 크다는 진단이었다.
  • 소 씨 가문의 가주, 소건웅은 분노로 몸을 떨고 있었다.
  • “누구야? 대체 누가 감히 내 아들에게 이런 짓을 한 거야? 그놈의 가족을 모조리 쓸어버릴 거다!”
  • 그가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
  • 여자는 많아도 아들은 소진표 하나뿐이었다. 소진표는 어릴 적부터 소건웅의 손아귀에서 자라며 무조건적인 사랑을 받았다. 원하는 건 뭐든 가졌고, 원하는 여자는 마음대로 갖고 놀았다.
  • 소 씨 가문은 동해시에서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하는 가문이었다. 소건웅에게는 소진표가 여자 몇을 건드리는 것쯤은 아무런 문제가 아니었다.
  • 가문의 권세가 막강했기에 소진표가 무슨 잘못을 저질러도 소건웅은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보통 사람은 감히 소 씨 가문과 맞서 싸울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 그런데 지금 그의 아들의 무릎뼈가 박살이 났고, 현재 수술 중이었다. 회복이 가능할지조차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소건웅의 분노는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 “가주님, 그때 도련님과 함께 있던 사람들을 데려왔습니다.”
  • 이때, 머리를 매끈하게 뒤로 넘긴 붉은 얼굴의 노인이 급히 걸어왔다.
  • 그 뒤로는 검은 옷을 입은 경호원 몇 명과 얼굴에 칼자국이 난 남자, 그리고 유라는 이름의 인물이 뒤따랐다.
  • 칼자국이 있는 남자와 그 일행은 소건웅 앞에서 벌벌 떨고 있었다. 소 씨 가문의 가주는 동해시의 실질적 지배자였고, 그들 같은 하찮은 부하들은 그의 앞에서 감히 고개도 들지 못할 정도로 두려워했다.
  • 유도 고개를 숙인 채 공손하게 서 있었다.
  • “유,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해 봐라.”
  • 붉은 얼굴의 노인이 재촉했다.
  • “네, 스승님.”
  • 유는 재빨리 고개를 들고 사건의 전말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 그의 말을 다 듣고 난 후, 소건웅의 얼굴은 한층 더 어두워졌다.
  • “참으로 대담하군. 감히 우리 소 씨 가문을 우습게 보다니... 내가 너무 조용히 있었더니, 개나 고양이 같은 것들이 우리 가문을 건드리는구나.”
  • 소건웅은 냉혹한 표정으로 말하며, 갑자기 칼자국 남자 일당을 향해 손을 내저었다.
  • “이 쓸모없는 것들아!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모여서 내 아들 하나도 보호 못 해? 너희 같은 것들은 필요 없어! 당장 이놈들의 팔다리를 부러뜨려서 밖으로 내던져라.”
  • 그의 명령이 떨어지자, 뒤에 있던 검은 옷을 입은 경호원들이 곧바로 나와 칼자국 남자 패거리를 거칠게 끌어냈다.
  • “가주님, 제발 살려주십시오! 한 번만 봐주십시오!”
  • 칼자국 패거리는 두려움에 몸을 떨며 바닥을 기며 애원했다.
  • 하지만 소 씨 가문의 보호를 잃은 그들에겐 더 이상 살아남을 희망이 없었다. 그들은 소진표를 따라다니며 수많은 악행을 저질렀고, 그로 인해 원한을 산 사람들이 넘쳐났다.
  • 만약 그들이 불구가 되어 가문에서 쫓겨난다면, 그 원한을 품은 이들이 복수를 위해 달려들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그들의 운명은 이미 결정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 그러나 소건웅은 그들의 절규를 들은 척도 하지 않고, 무표정한 얼굴로 그들을 무시했다.
  • 이 광경을 지켜본 유는 몸을 약간 떨었지만, 입을 다물고 있었다. 다행히 그의 스승이 바로 옆에 있는 붉은 얼굴의 노인이었기에 그의 목숨은 건질 수 있었다. 만약 그가 아니었다면, 유의 운명도 칼자국 패거리와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 칼자국 패거리가 모두 끌려 나가고 나서야, 소건웅은 차갑게 입을 열었다.
  • “채, 사람들을 불러 모아라. 감히 내 아들에게 손을 댄 놈이 누군지 반드시 찾아내겠다. 그놈과 그 가족 전부를 씨도 남기지 않고 없애 버릴 거다.”
  • “가주님, 잠시만 진정하십시오.”
  • 채라 불린 노인은 급히 나서서 말했다.
  • “상대방이 도련님의 신분을 알면서도 공격했다면, 이 사건이 결코 단순하지 않다는 뜻입니다. 성급하게 나서면 위험할 수 있습니다.”
  • “뭘 진정해? 내 아들의 무릎뼈가 박살났다고! 감히 소건웅의 아들을 건드린 놈은 죽어 마땅하다!”
  • 소건웅은 분노로 가득 찬 목소리로 외쳤다.
  • “제 생각에는 먼저 조사를 해보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상대가 대단한 배경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도 있고, 혹은 가주님의 적들이 일부러 꾸민 일일 수도 있습니다. 만약 가주님께서 성급하게 나선다면, 오히려 그놈들의 함정에 빠지게 될 위험이 있습니다.”
  • 소건웅은 채의 말을 듣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의 분노는 서서히 가라앉기 시작했다.
  • 채의 말이 틀리지 않았다. 상대방이 소진표가 소 씨 가문의 도련님이라는 사실을 알고도 공격했다면, 그 자는 확실한 배경을 가지고 있거나, 혹은 소 씨 가문과 무모하게 맞서겠다는 강한 의지를 지닌 자일 가능성이 컸다.
  • 게다가 이 사건이 그의 적들이 일부러 꾸민 함정일 가능성도 있었다. 비록 소 씨 가문이 동해시에서 가장 큰 세력을 자랑하지만, 소건웅이 이 도시 전체를 완벽히 장악한 것은 아니었다.
  • 동해시에는 소 씨 가문 외에도 소건웅과 대적할 수 있는 두 개의 강력한 세력이 존재했다. 그들은 끊임없이 소건웅의 약점을 찾으려 하며,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이 상황에서 무작정 나서는 것은 오히려 그들에게 기회를 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