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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메이징 닥터: 복수를 위한 귀환

어메이징 닥터: 복수를 위한 귀환

ONE

Last update: 2024-10-21

제1화 전투의 신

  • 굵은 빗줄기가 쏟아졌다.
  • 이휘도의 마음도 그 비처럼 무겁게 가라앉고 있었다.
  • 그는 한 묘지 한가운데 서 있었다. 그의 앞에는 오랜 세월 관리되지 않은 듯 이끼로 뒤덮인 묘비가 자리하고 있었다.
  • 그 묘비는 이름조차 새겨지지 않은 무명 묘비였다.
  • 이휘도는 그 무명 묘비 앞에서 오랜 시간 무릎을 꿇고 있었다.
  • 빗물은 그의 옷을 적시고, 머리카락을 타고 흘러내렸다. 물방울은 눈가를 지나 뺨을 타고, 입술을 거쳐 턱 끝에 맺힌 후 바닥으로 떨어졌다.
  • 그러나 그는 아무런 감각도 느끼지 못하는 듯했다.
  • 그는 주먹을 꽉 쥐고, 깊은 회상의 늪 속으로 빠져들었다.
  • “휘도야, 어서 도망쳐. 그 사람들에게 잡히면 안 돼. 넌 반드시 살아남아야 해…”
  • “나중에 복수하려 하지 마. 그냥 평범하게 살아가렴…”
  • 그것은 15년 전의 일이었다.
  • 그는 어머니가 저 사람들에게 몰려 죽는 장면을 두 눈으로 똑똑히 지켜보았다.
  • 그리고 어머니가 마지막 순간 그를 강물에 밀어 넣어 간신히 탈출시키지 않았다면, 이휘도 역시 지금 이 세상에 없었을 것이다.
  • 강물에 떠밀려 이휘도는 의식을 잃었다. 그러나 기적적으로, 그는 익사하지 않고 하류 어딘가로 떠밀려와 살아남았다.
  • 깨어난 후 그는 어린 거지로 전락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신비한 인물에게 끌려갔다.
  • 그리고 그가 다시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을 때, 그는 이미 수많은 테러리스트들의 악몽이 되어 있었다.
  • 세계 테러 조직을 소탕한 전설의 전사, 누구도 그를 당해낼 수 없었다.
  • 특히 최근 몇 년 동안 ‘전투의 신’이라는 그의 명성은 더욱 높아졌고, 많은 이들이 그를 영웅으로 떠받들었다.
  • 그런 그가 지금, 아무도 모르게 이곳에 나타났다.
  • 이 무명 묘비. 그곳에 묻힌 이는 그의 어머니였다.
  • “자식이 부모에게 봉양하고자 하나 부모는 기다려 주지 않는다”라는 말처럼, 세상에서 가장 큰 슬픔이 바로 이런 것이리라.
  •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모른다.
  • 마침내 이휘도가 천천히 일어섰다.
  • 그는 문득 고개를 들어, 매서운 독수리 같은 눈빛을 뿜으며 중얼거렸다.
  • “15년이 지났어. 드디어 돌아왔군. 이형주, 최씨, 모씨, 그리고 그때 내 어머니가 죽는 걸 차갑게 지켜봤던 자들… 너희는 내가 아직 살아 있다는 사실도 모를 테지?”
  • 그는 다시 주먹을 꽉 쥐었다.
  • 순간, 그의 몸에서 엄청난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 심지어 하늘에서 쏟아지던 빗줄기조차 잠시 멈춘 듯했다.
  • “맹세한다. 그 사건에 관련된 자들은 반드시 내가 몇 백 배로 되갚아줄 것이다.”
  • 말을 마친 이휘도는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주먹을 풀었다.
  • 그는 평정을 되찾은 듯 주머니에서 오래된 노키아 휴대전화를 꺼내 번호를 눌렀다.
  • “조, 내가 시킨 조사는 다 끝났나?”
  • “예, 끝냈습니다. 그런데 찾으시던 분이 조금 곤란한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만…”
  • 이휘도의 눈빛이 차갑게 변했다.
  • 15년 전, 그가 굶주림에 허덕이며 죽어가고 있을 때 한 소녀를 만난 적이 있었다. 그 소녀는 그에게 빵을 건네며 그의 목숨을 구해주었다.
  • 그 사건 이후, 그는 그 빚을 평생 마음에 새기고 있었다.
  • 이번에 돌아온 이유는 복수뿐만 아니라, 그 소녀에게 은혜를 갚기 위함이기도 했다.
  • 작은 은혜라도 큰 보답으로 갚는 것이 그의 방식이었다.
  • “알겠다. 주소를 내 휴대폰으로 보내라.”
  • 말을 끝낸 이휘도는 묘지 밖으로 성큼성큼 걸어 나갔다.
  • 동해시 명양 아파트.
  • 허름한 작은 건물 앞에 사람들이 모여 웅성거리고 있었다.
  • 건물 입구에는 험상궂은 얼굴의 남자들이 몽둥이를 들고 건물을 둘러싸고 있었다.
  • “무슨 일이지? 임국동이 어디서 문제를 일으킨 건가?”
  • “그러게 말이야. 듣자하니 임유비가 아버지 병 치료비로 4천만 원의 사채를 빌렸다가 지금 빚 독촉을 받는 중이라던데.”
  • “사채라니! 절대 손대면 안 되는 건데, 이제 임 씨 집안은 곤경에 빠졌군.”
  • “뭐, 그때 임국동 상태가 워낙 심각했으니 어쩔 수 없었을 거야. 그랬으니 유비도 그 돈에 손을 댔겠지.”
  • 주위에 있던 사람들은 저마다 동정 섞인 말을 주고받았지만, 그저 구경꾼에 지나지 않았다.
  • “안에 있는 사람들 전부 나와! 안 나오면 이 건물 다 부숴버릴 테니까 알아서 나와라!”
  • 험상궂은 남자들 중, 얼굴에 커다란 흉터가 있는 남자가 악에 받친 목소리로 외쳤다.
  • 잠시 침묵이 흘렀지만,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
  • 그러자 칼자국 남자는 손을 휘저으며 명령을 내렸다.
  • “문부터 부숴!”
  • 그의 말이 끝나자, 몇몇 건달들이 몽둥이를 들고 문을 향해 달려들었다. 쾅쾅,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 끼익.
  • 그 순간, 문이 열리더니 한 젊은 여자가 빠르게 걸어나왔다. 그녀는 소박한 옷차림이었지만, 눈에 띄게 아름다웠다.
  • 그녀는 칼자국 남자를 똑바로 노려보며 분노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
  • “당신들, 대체 뭐 하는 거예요?”
  • “뭐 하는 거냐고?”
  • 칼자국 남자는 비웃음을 띠며 대답했다.
  • “빚진 사람이 빚 갚는 건 당연한 거 아니겠어? 설마 네가 그 돈 안 갚고 도망치려고 하는 건 아니지?”
  • 임유비는 분노에 차서 외쳤다.
  • “난 이미 당신들한테 빚을 다 갚았어요!”
  • 임유비는 아버지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 4천만 원의 사채를 빌린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이미 6천만 원을 갚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자에 대한 독촉은 계속되고 있었다.
  • “다 갚았다고?”
  • 칼자국 남자는 코웃음을 치며 주머니에서 한 장의 종이를 꺼내 보였다.
  • “여기 봐, 네가 4천만 원을 빌린 건 맞아. 그런데 네가 갚은 건 원금뿐이야. 이자 부분은 이미 3개월 넘게 연체됐고, 지금 네가 갚아야 할 돈은 1억 6천만 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