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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나는 네가 누구든 상관없다

  • “좋아, 그럼 이제 여기서 편하게 지내렴. 그냥 네 집이라고 생각해.”
  • 유은정은 입이 귀에 걸리도록 웃으며 임유비에게 눈짓을 보내더니, 곧 이휘도를 바라보았다.
  • “휘도야, 유비랑 같이 가서 필요한 생필품 좀 사와. 나는 장 보고 와서 너희 밥 해줄게.”
  • “네, 아주머니.”
  • 이휘도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 임유비가 거절할 틈도 없이, 유은정은 어느새 뒤돌아 사라져버렸다.
  • 방 안에는 이제 이휘도와 임유비, 단둘만 남았다.
  • 두 사람은 잠시 눈이 마주쳤고, 이휘도가 어색하게 헛기침을 했다.
  • “저기, 근처에 생필품 파는 데가 어디 있죠?”
  • 임유비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 “따라와요.”
  • 두 사람은 막 대문을 나서 생필품을 사러 가려던 참이었다.
  • 끼이익—
  • 그때, 갑자기 타이어가 바닥을 긁는 소리가 요란하게 울려 퍼졌다.
  • 몇 대의 차량이 빠른 속도로 달려오더니, 임유비의 집 앞에 멈췄다.
  • 차 문이 열리자, 열댓 명의 남자들이 우르르 차에서 내렸다.
  • 앞장선 이는 다름 아닌 소진표와 백발의 젊은 남자, 유였다. 그 뒤로는 칼자국 남자와 그의 패거리들이 뒤따랐다.
  • 칼자국 남자는 차에서 내리자마자 이휘도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원한이 서린 표정으로 말했다.
  • “도련님, 바로 이놈입니다. 이놈이 우리를 때려 도련님의 계획을 망쳤습니다.”
  • 소진표는 잠시 임유비를 음흉하게 훑어보더니, 칼자국 남자의 말을 듣고 이휘도에게 시선을 옮겼다.
  • “네가 내 사람을 때렸다고? 우리 소 씨 가문을 눈에 두지 않는 모양이지?”
  • 그는 이휘도를 벌레 보듯이 내려다보며 거만한 태도로 말했다.
  • “말해봐라. 누가 너한테 그런 배짱을 줬지?”
  • “네가 그 소진표라는 놈인가?”
  • 이휘도는 담담하게 물었다.
  • 그의 눈빛은 차갑고, 소진표를 바라보는 시선은 이미 죽은 사람을 보는 듯했다.
  • 이 남자가 바로 임유비를 노리고 몇 번이나 접근했던 자였다. 이번에 자신이 제때 돌아오지 않았더라면, 임유비는 그의 손에 당했을지도 모른다.
  • “맞아, 본 도련님이 바로 소진표다. 소건웅이 내 아버지지. 내 정체를 알았다면 알아서 물러나야 할 텐데. 아니면 네 손발을 부러뜨려 강에 던져버릴 수도 있다는 거 알아?”
  • 소진표는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말했다.
  • 소 씨 가문의 도련님이라는 사실만으로도 상대가 고개를 숙이거나 물러날 것이라고 확신한 것이다.
  • 그러나...
  • 휙—
  • 이휘도는 말없이 순식간에 움직였다.
  • 마치 유령처럼, 그는 어느새 사라져 있었다.
  • 다른 사람들이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깨닫기도 전에, 이휘도는 이미 소진표의 목을 한 손으로 움켜쥐고 그를 공중에 들어 올리고 있었다.
  • “컥컥…”
  • 소진표의 얼굴은 순식간에 붉어졌고, 두 다리는 허공에서 필사적으로 허우적거렸다. 마치 목이 졸린 닭처럼 고통스러워하는 그의 모습은 더할 나위 없이 비참했다.
  • “감히 네가!”
  • 백발의 젊은 남자, 유는 분노에 차 소리쳤다.
  • 그는 큰 소리와 함께 주먹을 들어 이휘도의 머리를 향해 빠르게 내질렀다. 바람을 찢을 만큼 강력하고 빠른 공격이었다.
  • 그러나 이휘도는 고개조차 돌리지 않고, 그대로 강력한 발길질을 내질렀다.
  • 쾅!
  • 유는 그대로 뒤로 날아가 벽에 부딪혔다. 그의 가슴이 움푹 패였고, 땅에 쓰러져 입에서 피를 쏟아냈다. 그는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온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 유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한 표정으로 이휘도를 바라보았다. 공포에 질린 눈동자가 그의 충격을 그대로 드러냈다.
  • 다른 사람들 역시 경악을 금치 못했다. 마치 계란이라도 입에 넣을 수 있을 만큼 입이 크게 벌어진 채, 충격에 빠져 있었다.
  • 단 한 발.
  • 오직 한 발로 유는 날아가 쓰러져 피를 토했다.
  • ‘저게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인가?’
  • 유는 동해시에서 무술에 뛰어난 자로 소문이 자자했고, 소진표의 보디가드를 도맡아왔던 인물이다. 그동안 그의 손에서 열 번의 공격을 버틴 자는 없었다. 그런 유가 단 한 발에 날아가 피를 토하고 쓰러졌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
  • 칼자국 남자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이제서야 그는 이휘도가 그들에게 얼마나 관대하게 대했는지를 깨달았다.
  • 이 정도의 무력이라면, 동해시에서 누가 그와 맞설 수 있겠는가? 아마 유의 스승 정도나 돼야 상대가 될 것이다.
  • 주변 사람들을 단 한 발로 압도한 후, 이휘도는 마침내 소진표를 바라보며 차분한 목소리로 물었다.
  • “누가 감히 너에게 그 여자를 괴롭히라고 했지? 목숨이 아깝지 않은 모양이군.”
  • “너… 너 내가… 누군지 알고… 하는 짓이냐?”
  • 소진표는 목이 졸린 채 간신히 몇 마디를 내뱉었다.
  • 그의 마음속에는 충격과 불신이 가득했다. 자신의 신분을 알고도 이렇게 대담하게 행동하는 자를 본 적이 없었다. 그는 이 순간,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을 깨달았다.
  • 이휘도는 미친놈이었다. 그리고 그 미친놈은 매우 잔혹했다. 진정한 강자는 말보다는 행동으로 보여준다는 사실을, 이제서야 깨달은 것이다.
  • “그래, 그럼 네가 누구인지 한번 제대로 말해봐.”
  • 이휘도는 담담한 목소리로 말하며 소진표의 목을 놓아주었다.
  • 소진표는 바닥에 주저앉아 거칠게 기침을 하며 목을 부여잡았다. 그는 독기 어린 시선으로 이휘도를 올려다보았다.
  • “나는 소진표다! 소건웅이 내 아버지다! 나는 소 씨 가문의 도련님이야. 네가 감히 날 때렸다고? 넌 죽었다. 네 가족도 전부 죽여버릴 거다!”
  • 소진표는 분노에 찬 포효를 내뱉었다.
  • 그가 이렇게 대접받은 것은 태어나 처음이었다. 어릴 때부터 동해시에서 그는 황제처럼 군림했으며, 사람들을 괴롭혀 왔다. 자신이 괴롭힘을 당하는 일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 그런데 지금, 누군가가 그의 목을 움켜쥐고 그를 제압하다니. 이 사실에 그는 격분하지 않을 수 없었다.
  • “소 씨 가문? 들어본 적 없군.”
  • 이휘도는 비웃음을 지으며,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내려다보았다.
  • “나는 네가 누구든 상관없다. 네가 저지른 짓은 이미 선을 넘었다. 이 집안 사람들을 괴롭힌 대가는 이제 네가 치르게 될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