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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화 그 카드는 내 거다

  • “그럼 조사해!”
  • 소건웅이 차갑게 명령했다.
  • “그리고 내 말을 퍼뜨려. 동해에서 그 여자 가족이 발 붙일 곳 없도록 해. 그 사람들의 생계를 완전히 끊어버려서 거리로 나앉게 만들어.”
  • “예... 알겠습니다.”
  • 노인은 황급히 대답하며 물러났다.
  • ...
  • 그 시각, 이휘도와 임유비는 동방 은행에 도착했다.
  • 은행에 들어서자마자 두 사람은 한쪽 구석에 웅크리고 있는 유은정을 발견했다.
  • 유은정의 한쪽 뺨은 이미 심하게 부어 있었고, 배를 감싸며 고통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녀를 둘러싼 사람들은 중년의 양복 차림 남자, 은행 직원 차림의 젊은 여자, 그리고 보안 요원이었다. 그들은 모두 비웃음을 띤 채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 “엄마!”
  • 임유비가 급히 달려가 다급한 목소리로 물었다.
  • “무슨 일이에요? 누가 엄마를 이렇게 만든 거예요?”
  • 이휘도는 유은정의 처참한 모습을 보자, 얼굴이 어두워졌다. 너무나 잔인한 폭력이 가해진 것이 분명했다.
  • 임유비와 이휘도가 도착하자, 유은정은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듯 억울함을 터뜨렸다.
  • 눈가가 붉어진 그녀는 보안 요원과 젊은 여자를 가리키며 말했다.
  • “저 사람들이 내가 남의 은행 카드를 훔쳤다고 누명을 씌웠어. 그리고 저 보안 요원이 나를 때리고 발로 걷어찼어.”
  • 임유비는 보안 요원을 향해 불타는 듯한 시선을 던졌다. 어머니를 이렇게 폭행한 자를 향한 분노가 그녀를 금방이라도 폭발할 듯한 상태로 몰아넣었다.
  • “당신들이 이 여자 가족입니까?”
  • 양복을 입은 중년 남자가 다가오며 심각한 표정으로 물었다.
  • “모두 왔으니, 이제 우리와 함께 가시죠. 당신들은 현재 남의 은행 카드를 도용한 혐의가 있으니 협조해 주세요.”
  • “당신은 누구죠?”
  • 이휘도가 차분하게 물었다.
  • “나는 이 은행의 매니저입니다.”
  • 중년 남자는 자부심 가득한 얼굴로 대답했다. 이 나이에 은행의 매니저 자리에 오른 것만으로도 그는 무척 자랑스러운 듯했다.
  • 이휘도는 고개를 끄덕이며 유은정을 가리켰다.
  • “그러니까, 당신 말은 저분이 남의 은행 카드를 도용했다는 건가?”
  • 매니저의 말을 듣고, 이휘도는 상황을 빠르게 파악했다. 유은정이 곤경에 빠진 이유는 그가 건넨 카드 때문임을 알아챘다.
  • “맞습니다. 바로 이 카드입니다.”
  • 매니저는 블랙 카드를 꺼내며 조소를 띠었다.
  • “그 카드는 내 거다.”
  • 이휘도가 냉정하게 말했다.
  • “뭐라고요?”
  • 매니저는 순간적으로 당황하며 말을 잇지 못했다.
  • “내가 저분에게 그 카드를 줬다고. 문제가 있나?”
  • 보안 요원과 젊은 여자 역시 잠시 당황한 듯 이휘도를 훑어보았다. 이 남자가 범상치 않은 아우라를 풍기고 있음을 느꼈지만, 곧 마음을 다잡았다.
  • 아무리 기세가 좋아 보여도, 겨우 20대 중반으로 보이는 이 청년이 어떻게 그런 고급 카드를 소유할 수 있겠냐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 그 순간, 젊은 여자가 냉소를 띠며 말했다.
  • “매니저님, 그 사람의 말을 믿지 마세요. 거짓말하고 있는 게 분명해요. 저 카드, 훔친 게 틀림없어요.”
  • “맞습니다. 분명 도둑질한 겁니다. 매니저님, 제가 저들을 모두 제압할까요?”
  • 보안 요원도 급히 동조하며 말을 이었다.
  • 매니저는 미간을 찌푸리며 이휘도를 향해 물었다.
  • “당신이 이 카드의 주인이라고요? 그걸 증명할 방법이 있나요?”
  • “곧 알게 될 거야.”
  • 이휘도는 담담하게 대답한 뒤, 주머니에서 낡은 노키아 휴대폰을 꺼내 들고 번호를 눌렀다.
  • “윌리엄, 예전에 당신이 내게 간청해서 어쩔 수 없이 받았던 그 카드들, 내가 쓸 자격이 없는 건가?”
  • “아니, 친애하는 이! 무슨 일이십니까? 무슨 문제가 생긴 겁니까?”
  • 이휘도는 간결하게 상황을 설명했다.
  • “걱정하지 마세요. 반드시 당신이 만족할 만한 해결책을 드리겠습니다.”
  • 윌리엄은 즉각 서둘러 대답했다.
  • 전화를 끊자, 매니저의 얼굴은 한층 더 굳어졌다.
  • ‘윌리엄? 어디서 들어본 이름인데...’
  • 매니저는 머리를 굴리며 생각했다.
  • 한편, 젊은 여자와 보안 요원은 여전히 냉소적인 표정을 지었다. 그들은 이휘도가 허세를 부리고 있을 뿐이라고 여겼다.
  • 그러나 그 순간, 2분도 채 지나지 않아 매니저의 휴대폰이 울렸다.
  • 화면을 확인한 매니저는 그 자리에서 허리가 절로 굽어지며, 비굴한 얼굴로 전화를 받았다.
  • “행장님! 무슨 일이십니까?”
  • 매니저의 얼굴은 통화가 길어질수록 점점 창백해졌고, 온몸이 떨리기 시작했다.
  • 그의 이마에는 식은땀이 흐르고 있었다.
  • “예, 예... 잘 알겠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명확히 이해했습니다.”
  •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된 가운데, 매니저는 전화를 끊자마자 얼굴이 굳은 채로 카드를 두 손에 받쳐 들고 이휘도에게 공손히 내밀었다.
  • “정말 죄송합니다, 귀하. 모든 것이 저희의 잘못입니다. 이 카드, 분명 귀하의 것입니다.”
  • 매니저는 속으로 울분이 치밀었지만 겉으로는 태연하게 행동했다. 마음속에선 당장이라도 욕을 퍼붓고 싶었지만, 직책 때문에 그럴 수 없었다.
  • 왜냐하면, 방금 은행장에게서 심한 질책을 받았기 때문이다. 글로벌 본점에서 동방 은행 본점으로, 다시 동해시 지점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전화에서, 매니저는 동방 은행의 가장 중요한 고객을 모욕했다는 사실을 통보받았다.
  • 매니저는 너무 놀라 순간 실례할 뻔했다. 이제서야 이휘도가 언급한 ‘윌리엄’이 동방 은행 글로벌 본점의 이사장임을 깨달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