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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이 녀석은 미쳤다

  • 이휘도는 천천히 한 걸음씩 칼자국 남자에게 다가갔다.
  • “말해 봐. 내가 무슨 큰일을 벌였다는 거지?”
  • 그는 칼자국 남자의 가슴을 발로 짓밟으며 차갑게 물었다.
  • 칼자국 남자는 고통에 신음하며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두려움이 속에서 몰려왔지만, 여전히 이를 악물고 거칠게 대답했다.
  • “소 씨 가문, 알겠지? 우린 소 씨 도련님의 사람이다. 네가 우리를 건드렸으니, 그분이 널 가만두지 않을 거야.”
  • “소 씨 가문? 들어본 적 없군.”
  • 이휘도는 무릎을 굽혀 칼자국 남자의 얼굴 가까이에 다가가더니, 손바닥으로 그의 뺨을 거칠게 후려쳤다.
  • “내가 방금 또 널 때렸는데, 그래서 뭐 어쩔 건데?”
  • “이 개자식! 넌 분명 후회하게 될 거다!”
  • 칼자국 남자는 분노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
  • 그는 동해시에서 오랫동안 깡패로 살아오며, 자신을 때릴 수 있는 사람은 소 도련님뿐이라고 생각해왔다. 다른 자들은 감히 그에게 손을 대지 못했다.
  • 그런데 지금, 자신이 어디서 굴러먹다 온지도 모를 놈에게 얻어맞고 있었다. 이런 치욕이 있을까?
  • “후회한다고?”
  • “팍—”
  • 이휘도는 대답도 없이 다시 손바닥을 날렸다.
  • 칼자국 남자는 피가 섞인 침을 뱉더니 더는 말을 잇지 못했다. 하지만 그의 눈은 여전히 독기를 품고 이휘도를 노려보고 있었다.
  • “왜? 아까는 그렇게 잘난 척하더니, 더 해보라고?”
  • 이휘도는 그의 뺨을 다시 한 번 세차게 때렸다.
  • 이제 칼자국 남자는 피조차 뱉지 못했고, 독기 가득했던 눈빛마저 사라져 조금 위축된 모습으로 변해 있었다.
  • 그는 이제 확신했다. 이 녀석은 미쳤다. 자신이 소 도련님의 사람이라는 걸 알면서도 이렇게 때리다니, 제정신일 리 없었다.
  • “말해. 내가 너를 이렇게 때린 지금, 도대체 얼마나 큰일이 난 건데?”
  • 이휘도는 또 한 번 그의 얼굴을 내리쳤다.
  • 칼자국 남자의 양쪽 뺨은 이미 부어오르고 있었다. 그는 분한 마음에 이를 악물었지만, 더 이상 함부로 입을 뗄 수 없었다. 마침내 억울함을 참으며 입을 열었다.
  • “오늘은 우리가 졌다. 원하는 게 뭐지?”
  • “간단해.”
  • 이휘도는 손가락을 튕기며 미소를 지었다.
  • “너희 전부, 스스로 뺨 열 대씩 때리고, 저 여자들에게 사과해. 정신적 피해 보상도 하라고. 그렇지 않으면 오늘 이 자리에서 살아서 나갈 생각은 접어라.”
  • 그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그 말에 칼자국 남자와 그의 일행의 얼굴빛은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 스스로 뺨을 열 대씩 때리고, 여자들에게 사과까지 하라고? 그런 소문이 퍼지면 동해시에서 어떻게 얼굴을 들고 다니겠는가?
  • “말도 안 돼! 너무 지나치잖아!”
  • 칼자국 남자는 분노에 찬 얼굴로 소리쳤다.
  • “따르지 않으면, 내가 너희를 부숴버릴 수도 있다는 걸 아직도 모르겠나?”
  • 이휘도는 그의 목을 움켜쥐고 들어 올렸다.
  • 이휘도의 눈빛은 얼음처럼 차가웠고, 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살기는 칼자국 남자의 온몸을 압도하고 있었다.
  • 칼자국 남자는 마침내 두려움에 사로잡혔다. 이휘도의 살기 어린 눈빛은 그의 몸을 얼어붙게 했고, 상대가 실제로 말한 대로 행동할 것이라는 직감이 들었다.
  • 더 이상 버티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판단한 그는 즉시 마음을 바꾸었다. 여기서 더 강하게 나가봤자 자신만 더 다칠 것이 뻔했다.
  • 오늘은 일단 참고 넘어가는 것이 최선이었다. 이후 기회를 엿보아 복수할 계획을 세우기로 결심했다. 이 자식뿐만 아니라 임 씨 모녀도 결코 쉽게 놓아주지 않겠다고 다짐하면서.
  • “좋아, 네 말대로 하겠다.”
  • 칼자국 남자는 마침내 굴복한 듯 대답했다.
  • 이휘도는 그제야 그의 목을 풀어주었다.
  • 이내 칼자국 남자와 그의 일당은 서로 눈치를 보며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고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스스로 뺨을 때리기 시작했다. 열 대의 뺨을 맞고 나니, 그들의 얼굴은 돼지머리처럼 퉁퉁 부어올랐다.
  • “아줌마, 죄송합니다. 임유비 씨, 죄송합니다…”
  • 칼자국 남자는 고개를 깊이 숙이며 사과한 뒤, 몇십만 원을 꺼내 유은정에게 건넸다. 정신적 피해 보상이라는 이름으로.
  • 유은정은 잠시 망설이며 돈을 바라보았다. 평소 자신들을 괴롭히던 그들이 이렇게 사과하는 것이 통쾌하면서도, 그 돈을 받으면 나중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두려운 마음도 있었다.
  • 그 모습을 본 칼자국 남자는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거의 애원하듯 말했다.
  • “아줌마, 제발 받아주세요. 제 잘못입니다. 부디 넓은 아량으로 이 소인배는 용서해주십시오.”
  • 유은정은 잠시 주저했다. 그때 이휘도를 힐끔 바라보니, 그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응시하고 있었다. 그 미소에는 묘한 안정감이 담겨 있었고, 그 모습을 본 유은정은 마음속 두려움이 서서히 사라져갔다.
  • 결국 유은정은 돈을 받아들었다.
  • “형님, 이제 우리가 가도 되겠습니까?”
  • 칼자국 남자는 이휘도를 향해 조심스럽게 물었다.
  • “꺼져. 다음에 또 걸리면 그땐 손만 부러지는 걸로 끝나지 않을 거다.”
  • 이휘도는 손을 휘저으며 파리라도 쫓는 듯한 태도로 답했다.
  • “예, 예—”
  • 칼자국 남자는 허리를 굽힌 채 황급히 대답하며 물러났다. 하지만 그의 눈빛에는 여전히 깊은 원한이 남아 있었다.
  • 이휘도는 그 눈빛을 놓치지 않았다. 이 자식이 이대로 물러설 리 없다는 것을 직감했다. 분명 다시 돌아와 복수를 꿈꿀 것이다.
  • 순간 이휘도의 머릿속에 스친 첫 번째 생각은 이들을 지금 당장 끝내버리는 것이었다. 하지만 곧 생각을 바꿨다. 이들을 없애봤자 이들의 배후는 여전히 남아있을 것이고, 진짜 문제는 그 배후의 사람이었다. 차라리 이들을 보내고, 그 배후를 끌어내는 것이 더 현명한 선택일지도 모른다고 판단했다.
  • 그렇게 결심한 이휘도는 더 이상 그들을 막지 않고 보내주었다.
  • 칼자국 남자와 그의 일당이 자리를 떠나자, 이를 지켜보던 구경꾼들도 흥미를 잃고 하나둘씩 흩어지기 시작했다.
  • 모든 사람들이 떠난 뒤, 이휘도는 임유비 모녀 앞에 다가가 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 “안녕하세요. 저는 여기 방을 빌리러 왔습니다!”
  • 임유비와 유은정은 여전히 꿈을 꾸는 듯한 표정이었다. 그렇게 큰 문제가 이렇게 간단히 해결되다니, 믿기 어려웠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