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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설마 알아본 건 아니겠지?

  • “엄마, 나 다섯 살이야. 엄마한테 뭔 짓을 할까 봐?”
  • 안태백은 표정이 경직되었고 엄마의 아들을 하기 참 어렵다는 생각을 했다!
  • “엉엉엉, 우리 태백이가 이렇게 착하다니?”
  • 안성하는 그제야 안태백을 끌어안은 채 감동에 겨워 울다 웃었다 별 생쇼를 다 했다. 하지만 아들이 그 망할 놈을 닮았다는 게 자꾸만 마음에 걸렸다.
  • 멍하니 그 생각만 하다가 안성하는 자신이 언제 잠들었는지도 몰랐다.
  • 다음날.
  • 안성하는 아침 일찍 일어나 아들들과 함께 아침 식사를 한 뒤 그들을 학교로 데려다주었다.
  • 차는 그래도 평온하게 가고 있었다.
  •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무언가에 부딪쳤다.
  • 펑!
  • 십자로에서 두 차가 추돌했다.
  • 그녀가 운전하고 있는 차는 산 지 얼마 되지도 않은 마티즈였는데 이렇게 사고가 나버렸다.
  • 이보다 더 재수 없을 수 있을까?
  • “형아, 나 무셔워!”
  • 안소백은 몸을 잔뜩 움츠린 채 형의 품에 기댔다.
  • “무서워하지마. 괜찮아. 괜찮아.”
  • 안태백은 동생의 등을 쓸어주면서 미간에는 불쾌한 기색이 역력했다.
  • 안성하는 아들들을 한번 보고 나서야 차창 밖을 내다보았다. 하지만 눈앞에 보이는 롤스로이스 팬텀을 보는 순간 그 자리에서 얼어 버렸다.
  • 전 세계에 두 대밖에 없는 차 중의 한 대와 받았다니?
  • 그녀는 무슨 일인지 반응하기도 전에 밖에서 누군가가 징징거리는 소리를 들었다…
  • “권용 씨! 제가 당신을 십 년 동안 사랑했는데! 다른 여자와 결혼하겠다니! 저더러 앞으로 어떻게 살라고요!”
  • 세련된 옷차림의 젊은 미녀가 두 팔을 벌린 채 롤스로이스 앞에 막아섰다.
  • 누구나 알다시피 권용과 안로아의 결혼식이 다가오고 있었다.
  • 눈앞의 광경은 보지 않아도 여자가 울며불며 매달리는 거였다.
  • 하지만…
  • 권용…
  •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름이었다.
  • ‘젠장! 어제 나를 매몰차게 내쫓았던 그 사람 이름이잖아!’
  • “아가씨, 사장님께서 회의가 있으셔서 급히 가봐야 합니다. 부잣집 아가씨께서 이런 곳에서 격 떨어지는 일은 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먼저 돌아가세요!”
  • 기사는 고개를 내민 채 여자를 설득했다.
  • “권용 씨, 오늘 저와 결혼한다고 약속하지 않으면 여기서 안 움직일 거예요!”
  • 예쁘장하게 생긴 여자는 울며불며 사정하는데 차 뒷좌석에 앉은 남자는 얼굴도 비추지 않았다.
  • 다른 차가 와서 박았으면 아무리 봐도 안성하가 억울한 입장이었다.
  • 하지만 기사는 물론 행인까지 모두 안성하의 존재는 까맣게 잊고 있었다.
  • 그녀는 이렇게 눈앞에 벌어지는 광경을 지켜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 안성하는 차 안의 남자가 자신을 알아보지 말기를 바라며 손으로 얼굴을 가린 앞으로 걸어가 소리 없이 롤스로이스 번호판을 사진 찍어 남기고는 기사분을 보며 말했다.
  • “저기, 그쪽이 제 차를 받았어요.”
  • “사장님, 우리가 사람을 친 것 같습니다!”
  • 기사님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뒤에 앉은 남자를 향해 보았다.
  • 그 소리를 듣더니 뒤쪽 창문이 스윽 내려지더니 조각 같은 얼굴이 나타났다.
  • 남자의 얼굴은 윤곽이 선명하고 높은 코에 조용히 다문 입술, 그리고 검고 깊은 눈동자를 가지고 있었고 눈빛은 사람을 당장이라도 얼게 만들 듯 차가웠다.
  • “와, 대박 잘 생겼어!”
  • “이제야 여자가 남자를 덮치고 싶다는 게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아!”
  • “저런 남자랑 하룻밤을 보내면 여한이 없겠다!”
  • ‘다들 미친 거 아니야? 이렇게 얼음 같은 남자가 뭐가 좋다고, 나라면 거저 줘도 안 가져!’
  • “얼굴은 왜 가리죠?”
  • 권용은 여자가 자신한테 보여지는 걸 싫어하는 걸 처음 봤기에 한참 동안의 정적을 깨고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 그의 목소리는 젊고 허스키했으며, 그 목소리를 들으면 녹아내릴 것만 같았다.
  • 하지만 안성하 눈에 그는 껍데기만 괜찮고 속이 빈 남자였다.
  • “아저씨, 당신의 차가 제 차를 받았는데, 손해배상에 관해서 얘기 나눠야 할 것 같네요!”
  • 안성하는 마스크가 없다는 게 한이었고 손으로 최대한 얼굴을 가렸다.
  • ‘아…저씨? 어딜 봐서? 내가 그렇게 늙어 보이나? 이제 스물일곱 살밖에 안 됐는데, 대체 어디가 늙어 보였다는 건데?’
  • 권용은 입꼬리를 씩 올리며 명함 한 장을 건네주었다.
  • “사람을 바보로 아나. 당신 개인 번호를 주시겠어요? 필경 교통사고이기도 하니 회사에 전화했는데 사람을 찾지 못하면 어떡해요!”
  • 안성하는 입을 삐죽거리며 말했다.
  • 권용은 눈빛이 어두워지더니 입꼬리를 올리며 자신의 개인 명함을 건네줬다.
  • “이게 제 개인 번호입니다. 24시간 통화 가능해요.”
  • “제가 미리 말씀드리는 건데요, 이번 교통사고의 책임은 모두 그쪽이 지셔야 할 겁니다. 손해배상 청구에 관해서는 제가 다음에 연락드리죠!”
  • 말을 마치고 안성하는 바로 뒤로 돌아 자신의 차에 올랐다.
  • 다행히도 발각되지는 않았다.
  • 하지만 일 초도 안 지나…
  • “와, 사람을 차로 치려나 봐!”
  • 갑자기 들려온 창밖의 소리에 안성하는 재빨리 차창 밖을 내다보았다.
  • 안태백과 안소백도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바로 그쪽을 바라봤다.
  • 그런데 밖에서 검은색 롤스로이스는 갑자기 시동을 걸더니 앞에 막아선 미녀를 향해 달려가더니 바로 여자의 무릎에 닿을듯한 위치에까지 다가갔다.
  • 그 모습에 놀란 여자는 뒷걸음을 쳤고 차는 끼익 소리를 내며 제때에 멈춰서는 듯하다가 바로 방향을 바꿔 속도를 더 내어 쌩하고 여자의 어깨에 걸린 백을 스치며 지나가 버렸다.
  • 미녀는 놀란 나머지 백을 바닥에 내팽개치고 바닥에 주저앉았고, 검은색 롤스로이스는 한 번 더 속도를 내고는 유유히 떠나버렸다.
  • 그 뒤에는 다른 차량들이 함께 속도를 내며 뒤따라 떠나갔다!
  • “저 남자 너무 매몰찬 거 아니야? 이렇게 예쁜 미녀를 나 몰라라 하고 차로 치려고까지 하다니, 정말로 치어 죽으면 어떡하려고!”
  • “역시 돈 좀 많은 남자는 다 양심이 없어. 아가씨도 저딴 남자 빨리 잊어버려요!”
  • 행인들은 모두 그 미녀를 동정했다.
  • 하지만 그녀는 그들의 말을 한마디도 듣지 않았다. 그녀 한은영은 권용이 아니면 결혼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 하지만 권용의 차가 지나갈 때 안성하의 차 바로 옆에서 지나갔다. 이때 살짝 고개를 든 안성하의 하얗고 예쁜 얼굴은 권용의 눈에 들어 들어왔고 그로 하여금 잠깐 넋을 잃게 하였다.
  • 안성하는 바로 고개를 숙였고 불안하고 당황한 마음이 들었다.
  • ‘설마, 알아본 건 아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