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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화근, 그녀의 쌍둥이 아들

  • ‘아파…’
  • 머리는 깨질 것만 같았고 온몸이 쑤셔났다…
  • 안성하는 겨우겨우 두 눈을 떴고, 밝은 아침 햇살에 적응하기 바쁘게 어지럽혀진 침대와 널브러진 옷을 발견했다.
  • 그 옷들은 모두 그녀의 것이었다.
  • 어젯밤 내내 그녀를 열한 번이나 안은 것도 모자라 입을 옷도 없게 만들다니!
  • 죽일 놈, 확 죽어버려!
  • 이때 안성하의 발끝에 남성 슈트가 걸렸지만, 그녀는 그 슈트를 입지 않고 자신을 싸맨 채 밖으로 뛰쳐나가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 “어서, 다그치세요! 뒤에서도 빨리 따라오고요. 시간 없어요!”
  • “다른 매체에 뒤처질 수는 없지. 무조건 제일 처음으로 특종 딴다!”
  • “하하. 특종 따내려고 다들 아침부터 몰려들었네!”
  • “그걸 말이라고. 안 씨 집안 아가씨의 스캔들을 놓칠 수가 있나!”
  • 복도에는 기자들이 개미 떼처럼 몰려들었고 플래시가 끊임없이 깜빡이고 있었다!
  • 안로아는 허리를 움직이며 요염한 자세로 앞에서 기자들을 데리고 호텔에 간통 현장을 잡으러 들어왔지만, 안성하의 그림자조차 발견하지 못했다.
  • 어제저녁 이 방만 찾아보지 못했다.
  • 하지만 안성하는 그 방에도 없었다.
  • 안로아가 포기하려고 돌아서려는 찰나 남자의 슈트 하나를 발견했고, 슈트 안에 정연하게 수 놓인 글자 ‘권’을 발견하였다.
  • ‘권 씨 가문 사람의 옷이라니!’
  • 안로아는 가슴이 철렁했다.
  • 5년 뒤.
  • 국제공항 보안 출구에서 글래머한 여자 한 명이 걸어 나왔다. 그녀는 하얀 셔츠에 검은 정장 치마를 입고 있었지만 한눈에 띄었다.
  • 더욱 사람들의 눈길을 끈 것은 그녀의 양옆에 서 있는 두 명의 어린이였다. 그중 하나는 활발하고 하나는 얌전했지만 두 명 모두 하얗고 통통한 볼살과 어리지만, 완성형 외모를 갖고 있었고 그야말로 하나님이 내린 은총을 한몸에 받은 얼굴이었다.
  • “와. 저 애들 너무 잘생겼잖아!”
  • “그것도 쌍둥이야. 둘이 똑같이 생겼어!”
  • “너무 귀여워. 여보, 우리도 쌍둥이 낳자!”
  • 하지만 얼마 후.
  • “어쩜. 저 쌍둥이들 불쌍해서 우짜노!”
  • “너무 불쌍하네. 이렇게 어린데 집안일도 해야 하고.”
  • “와. 저 여자는 틀림없이 계모야!”
  • “아가야. 아줌마와 집에 갈까?”
  • 길 가던 행인들은 안태백이 자그마한 몸으로 커다란 캐리어를 끌고, 안소백은 커다란 백을 힘겹게 들고 있는 것을 보고는 반대로 두 손 텅텅 비어있는 안성하를 보자, 당연히 그녀를 계모라고 생각했다.
  • “태백, 소백. 너희가 엄마를 모함했어. 귀국 첫날부터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을 받으니, 이 엄마가 마음이 다 아프네!”
  • 안성하는 이마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
  • “흥. 저 사람들은 엄마를 질투하는 거야!”
  • “어… 그게 무슨 말이야?”
  • “저 사람들은 우리처럼 총명하고 잘생기고 효자인 아들이 없어서 그러는 거라고!”
  • 안태백과 안소백은 동시에 말했다.
  • “흥. 내가 너희들을 뭔 수로 이기겠냐!”
  • 안성하는 씩 웃었다. 하지만 그녀의 맑은 눈에는 걱정과 복잡함이 섞여 있었다.
  • 5년 전 그녀는 호텔에서 도망친 뒤 교통사고를 당해 하마터면 목숨까지 잃을 뻔했었다.
  • 하지만 퇴원한 지 얼마 안 되어 임신한 사실을 알았고, 그때 불행하게도 또 한 번 교통사고를 당했었다.
  • 누군가가 그녀를 해치려 한 게 분명했지만, 정확히 누군지 확인이 되지 않아 그녀는 할 수 없이 불어나온 배를 안고 해외로 도망쳤었다.
  • “엄마. 우리가 그렇게 잘 생겼어? 눈에서 꿀 떨어지겠어.”
  • 안태백은 자신이 가장 멋지다는 걸 아는 것처럼 안성하를 째려봤다.
  • “이건 어쩔 수 없어. 우리가 너무 잘생긴 탓이지, 뭐.”
  • 안소백은 억울한 듯 앵두 같은 입술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
  • “엄마가 젊었을 때 말을 잘 듣지 않은 탓에, 그렇게 젊은 나이에 형아와 나 같이 이렇게 잘생긴 화근을 낳았으니. 휴!”
  • ‘내가 이렇게 잘생기고 싶어서 잘생긴 게 아닌데.’
  • 그들이 지나가기만 하면 사람들이 와서 말을 걸고 뽀뽀하고 사진을 찍어대기 일쑤였다.
  • “소백이 너! 엄마가 어딜 말 잘 듣지 않은 거로 보여?”
  • 안성하는 눈썹을 치켜뜨며 물었다.
  • “첫째, 오 년 전에 엄마는 갓 성인이 됐으면서 사고를 쳤잖아. 그리고 둘째, 우리는 지금까지 아빠도 없어, 엄마도 자신이 누구와 사고 쳤는지도 모르잖아!”
  • 안태백이 앞질러 대답했다.
  • 이 말을 듣고 나니 확실히 그런 것 같았다.
  • “어떡해. 엄마는 너희 둘이 너무 예쁘고 잘생겨서 깨물어주고 싶어!”
  • ‘이 두 아이가 정말로 내 자식이라고? 그런데 왜 내 얼굴은 닮지 않았지?’
  • 그녀의 아들들은 얼굴이 잘생겼을 뿐만 아니라 총명하기까지 했다.
  • 그들은 세 살 때부터 구구단을 꿰고 있었고 월반까지 했다.
  • 이 공부의 신의 유전자를 놓고 보면 역시 그녀의 텅 빈 머리를 닮은 것도 아니었다.
  • 이렇게 놓고 보니 그 남자의 유전자를 계승한 게 틀림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