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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아들이 사라졌다

  • “아버지 DNA 가져다주세요.”
  • 휴대폰이 갑자기 울리고 액정을 잠금 해제한 권용이 담담하게 말했다.
  • 그는 이 두 꼬맹이가 아버지의 사생아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 또각또각, 하이힐이 바닥과 부딪히며 요란한 소리를 냈다. 안성하가 급하게 메이크업 가방을 안고 엘리베이터를 나섰다.
  • “안선생님, 그분이 선생님을 지명했다고 들었는데 혹시 아는 분이세요?”
  • 조수 지안이 물었다.
  • “아닐걸요, 제가 금방 귀국해서......”
  • 오늘은 안성하의 첫 출근이었다. 그런데 누가 그녀를 지명해서 메이크업을 하라고 한 걸까?
  • “제가 듣기론 대단한 분이라고 했어요! 인기 있는 연예인이라고 했는데, 안씨라고 했어요!”
  • 지안이 들떠서 말했다.
  • “뭐요?”
  • ‘안씨에 인기 있는 연예인? 이런 우연도 있다고?’
  • 안성하는 조용히 일을 하며 돈을 벌고 싶었을 뿐 안씨 사람들과는 어떤 연락도 하고 싶지 않았다.
  • 그녀가 아니길!
  • “안성하씨, 이번 손님은 특별한 분이니 잘 못했다간 그쪽이 이 바닥에서 나가게 되는 수가 있어요, 그러니까 신경 써서 잘해주세요.”
  • 매니저 이현이 걸어오며 당부했다.
  • “네, 알겠습니다, 조심할게요!”
  • 안성하는 오늘 실수를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 “안선생님, 여기요.”
  • 분장실의 문을 연 지안이가 자리를 떴다.
  • 문 앞에서 심호흡을 한 안성하가 손목을 한 번 주무르더니 걸어들어갔다.
  • “나일 거라는 생각은 못 했나봐?”
  • 우아하게 앉아 손가락으로 책상을 세 번 두드린 안로아가 바로 오늘 안성하의 귀빈이었다.
  • “오늘 어떻게 메이크업해드릴까요?”
  • 안성하는 자신의 기분을 손님 앞에서 드러내지 않았다. 이는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일을 대함에 있어서의 기본 소질이었다.
  • “오늘 중요한 연회에 참석해야 되는데 시간이 빠듯해. 한 시간 안에 다 해줘.”
  • 다리를 꼰 안로아가 새끼손가락에 끼워진 반지를 돌리며 말했다.
  • “네, 알겠습니다!”
  • 안성하는 고개를 숙이고 안로아의 얼굴을 살폈다. 칼을 댄 것 같았으나 화장으로 흔적을 잘 가려놓은 듯했다.
  • 반 시간도 되지 않아 안성하는 기초화장을 마쳤다. 그리고 아이라인을 그리려고 했다.
  • “아! 내 얼굴!”
  • 잡티 하나 없던 안로아의 하얀 얼굴에 붉은 점이 가득 일어났다.
  • “아...... 내 얼굴, 너무 아파!”
  • 안로아가 소리를 질렀다.
  • “우리 로아 얼굴에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 소리를 듣고 화가 난 은경이 안성하를 밀치고 안로아에게 달려갔다.
  • “저는...... 아무 짓도 하지 않았어요......”
  • 방심하고 있다 두어 걸음 밀려난 안성하의 몸이 뒤에 있던 문에 부딪혔다.
  • 그때 갑자기 문이 열리더니 안성하의 몸이 뒤로 넘어갔다. 그리고 엉덩방아를 찧기 전, 누군가의 단단한 품에 안겼다!
  • “헐!”
  • 고개를 들자 보이는 익숙한 얼굴에 안성하는 귀신이라도 본 것처럼 권용을 밀어냈다.
  • 고개를 돌리면서 보니 안로아의 눈 밑으로 섬뜩한 냉소가 스쳐 지나갔다!
  • “아, 내 얼굴......!!!”
  • “무슨 일이야?”
  • 권용은 그제서야 떨리는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는 안로아를 발견했다. 울긋불긋 해진 얼굴을 한 안로아를 본 권용이 심각해져서 물었다.
  • “아니에요, 아무것도 아니에요......”
  • 안로아의 말이 생각한 것과 달라 안성하는 놀랐다. 권용이 있는데 이용하지 않는다니.
  • “아무 일도 아니긴, 분명......”
  • “그만 나가!”
  • 은경이 끼어들으려 했지만 안로아가 막았다.
  • 안로아는 그저 안성하를 권용 가까이에 두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했다!
  • “그럼, 얼굴은......”
  • 메이크업 가방을 안은 안성하는 결국 먼저 나가기로 했다. 안로아가 무언가를 잘못 먹어 알레르기 증상이 일어난 것이라고 생각했다.
  • “권용 도련님, 마침 잘 오셨어요. 저 분장사가 로아가 연회에 참석해야 하는 걸 알고도 일부러 얼굴을 망가뜨린 게 분명해요!”
  • 안성하가 나가자마자 은경이 권용에게 일러바쳤다.
  • “됐어요, 언니. 그만하세요. 오해가 있을 수도 있잖아요...... 저는 성하가 일부러 그랬다고 생각 안 해요......”
  • 안로아가 쭈뼛거리며 유약한 목소리로 말했다.
  • “로아야, 네가 이렇게 물러터져서 괴롭힘을 당하는 거야!”
  • 은경이 안타깝다는 듯 말했다.
  • “권용 도련님, 이름이 안성하라고 하는 새로 온 분장사입니다......”
  • 비서가 옆에서 고개를 숙이고 보고했다.
  • 안씨? 그랬다. 말로만 듣던 안로아의 동생이었다.
  • “인사과에 통보해서 해고하세요.”
  • “어...... 네!”
  • 비서는 의외라고 생각했지만 토를 달지 못했다. 사장님이 그렇게 하라고 하는 데에는 다 나름의 뜻이 있기 마련이었다.
  • ……
  • “네? 제 아이들이 사라졌다고요?”
  • 그리고 퇴근을 준비하던 안성하는 유치원에서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