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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화 아빠를 시험하다

  • “누가 너희들을 여기로 보낸 거야?”
  • ‘아이의 엄마가 나를 닮은 두 아이를 이용하여 자신이 갖고 싶은 것을 얻으려는 심산이겠지.’
  • 권용이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차갑게 웃었다.
  • ‘자신이 갖고 싶은 것을 얻기 위하여 나와 이렇게 닮은 아이까지 찾아오다니.’
  • “저희 혼자 찾아온 거예요. 엄마는 멍청해서 믿을 수 없어요.”
  • 안소백이 어쩔 수 없다는 듯 혀를 내밀어 보였다.
  • 엄마가 자신들의 아빠가 누구인지만 알고 있다면 자신들이 이렇게 힘들게 아빠를 찾아다닐 필요는 없을 것이다.
  • “너희들 몇 살이니?”
  • 이상하게 권용은 이 두 꼬맹이들을 알고 싶었다.
  • “저희 다섯 살이에요!”
  • 안소백이 귀엽게 웃으며 부끄러워했다.
  • 어느 남자아이의 머릿속에나 슈퍼 히어로 같은 아빠가 존재할 것이다.
  • 지금의 안소백은 눈앞의 남자를 히어로 보듯 했다.
  • ‘고작 다섯 살이 나의 부하와 제멋대로인 동생을 미혹하고 사무실까지 왔다니, 꽤나 총명한 아이들이네.’
  • “어디에 살아? 사람 찾아서 집에 보내 줄게.”
  • 권용이 말하며 책상 위의 전화기를 들었다.
  • “그냥 유치원으로 보내주세요. 몰래 나온 거거든요.”
  • 안소백은 그래도 무단결석에 속하지 않았다.
  • “아저씨, 이거 우리 전화번호에요.”
  • 안태백이 종이를 한 장 꺼내더니 번호를 남겼다. 그리고 동생의 손을 잡았다.
  • “진짜 우리 아빠 맞으면 전화해 주세요.”
  • “그래, 결과 나오면 알려줄게.”
  • 권용은 손안에 있는 전화번호를 어루만지며 자신과 똑 닮은 두 얼굴을 바라봤다. 마음속에 말할 수 없는 안타까움이 치고 올라왔다.
  • “우리 아빠가 아니라면 그냥 해프닝이라고 생각하고 잊으세요.”
  • 안태백은 권용이 전화번호를 받는 모습을 봤지만 그 준수한 얼굴의 표정을 읽어낼 수 없었다.
  • “사실, 우리 양아빠 하는 것도 저는 괜찮다고 생각해요!”
  • 안소백은 자신을 권용에게 선물해 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 “아침 안 먹었는데 아침 사주면 안 돼요?”
  • 안소백이 귀엽게 입을 내밀고 말했다.
  • 안태백은 동생이 집에서 아침을 먹은 사실을 말하고 싶었다.
  • 하지만 안태백도 눈앞의 남자가 무슨 반응을 해 올지 궁금했다.
  • 그렇다, 그는 권용을 몰래 관찰하고 있었다.
  • 이 남자가 아빠로서의 책임감도 없이 자신의 아이를 보호할 줄 모르는 사람이라면 없어도 그만이었다. 엄마와 동생은 자신이 잘 보살필 수 있었다.
  • “나는 바빠.”
  • 뒤에 있는 중요한 회의가 생각난 권용이 단번에 거절했다.
  • 그는 이성적인 남자로서 갑작스러운 상황 때문에 일을 소홀히 할 수 없었다.
  • 그리고 두 아이가 아직 자신의 아이인지 아닌지도 알 수 없었다.
  • “아무리 바빠도 밥은 먹어야 하잖아요?”
  • 안소백이 물러날 수 없다는 듯 물었다.
  • “그만 가자!”
  • 안태백이 동생을 끌고 나갔다.
  • “사장님, 회의 시간 다 됐습니다......”
  • 비서가 사무실의 문을 열고 들어오며 안태백과 눈이 마주쳤다.
  • ‘세상에, 사장님께 진짜 사생아가 있었던 거야? 회사에서 떠도는 소문이 정말이었던 거야? 이 기회에 두 도련님한테 잘 보여야 하나?’
  • “회의 취소하죠.”
  • 왜 그런지는 몰라도 권용은 안태백이 자신을 배척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 “뭐 먹고 싶은데, 꼬맹이.”
  • 미간을 찌푸리고 있던 권용이 드디어 입을 뗐다.
  • “다 괜찮아요, 저 편식 안 하거든요!”
  • 안소백은 놀라고 기뻤다. 그는 그저 아빠와 밥을 한 끼 먹고 싶었을 뿐이었는데 그 꿈이 이루어졌다.
  • “나가서 먹는 건 괜찮아?”
  • 권용은 갑자기 아이들을 직접 학교에 데려다주고 싶다는 이상한 생각을 했다.
  • “당연히 OK죠.”
  • 처음으로 고급 레스토랑에 발을 들인 안소백은 흥분하여 쉴 새 없이 말을 했다.
  • 하지만 안태백은 조용했다.
  • 그들은 어렸을 때부터 양호한 식사습관을 가지고 있었다. 욕심 내지 않고 자신이 먹을 수 있을 만큼만 시켜 다 먹고 절대 음식을 남기지 않는 것이었다.
  • 이 점을 알고 난 권용은 만족스럽게 웃었다. 분명 아이들의 엄마가 낭비는 옳지 않다는 것을 잘 가르친 덕분이라고 생각했다.
  • 그리고 두 꼬맹이가 정말 자신의 아들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 밥을 먹고 권용은 직접 차를 운전하여 꼬맹이들을 학교에 데려다줬다.
  • 아이들이 책가방을 메고 차에서 내리는 뒷모습을 보며 권용의 눈빛이 조금 아련해졌다.
  • 아버지로서의 이런 기분이 이상하면서도 기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