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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A,자격미달

  • 아들이 사라졌다니?
  • “그럴 리가요.”
  • 떨리는 손으로 차 열쇠를 잡은 안성하가 넋을 놓고 엘리베이터로 향하다 누군가와 부딪혔다.
  • “죄송합니다......”
  • 상대방이 누구인지도 확인 못한 안성하는 창백한 얼굴로 엘리베이터 버튼을 급히 눌렀다.
  • 하지만 엘리베이터는 오지 않았다. 그리고 마침 옆에 있던 엘리베이터가 열린 모습을 본 그녀는 생각도 하지 않고 달려들어갔다.
  • “대박, 사장님이 쓰시는 엘리베이터에 타다니......”
  • “저번에 잘못 들어간 여직원이 잘렸다는 얘기 들었는데......”
  • 사람들이 작은 목소리로 수군거렸다.
  • 안성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얘기를 하는 지도 몰랐다. 지금 그녀의 머릿속에는 두 아들이 사라졌다는 얘기로 꽉 차있었다.
  • 그녀는 늘 모자란 엄마였다.
  • 어린 나이에 결혼도 하지 않은 채로 아이를 낳았고 아이들에게 완정한 가정을 주지 못했다. 풍요로운 생활은 더더욱 누려 볼 기회도 없었다.
  • 그리고 지금은 아이들을 잃어버리기까지 했다......
  • 투둑.
  •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안성하는 빨갛게 부은 눈을 부릅 떴다. 아이들을 찾지 못한다면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그녀는 몰랐다.
  • 안성하는 머리가 어지러웠다. 그녀는 더 이상 생각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 그저 가끔 아이들의 아빠가 있다면 이런 고통도 나누어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 “성하야, 왜 그래?”
  • 그때 권용의 옆에 선 안로아가 득의양양하게 안성하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녀는 안성하가 직장을 잃고 이런 꼴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 “비켜!”
  • 하지만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자마자 안성하는 쏜살같이 달려 나가며 안로아와 권용을 무시했다.
  • “안성하, 당신 내일부터 출근 안 해도 돼, 해고됐거든.”
  • 안성하가 발을 내딛자마자 은경이 말했다.
  • 그녀는 하루에 두 가지 나쁜 소식을 접했다.
  • “이유가 뭐죠?”
  • 안성하는 휴대폰을 꼭 잡고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물었다.
  • “지금이라도 사장님한테 잘 설명드리면 남을 수 있을지도 모르지!”
  • “잘못한 것도 없는데 왜요! 자르고 싶으면 자르세요! 나도 더러워서 그만 둘 거니까!”
  • 안로아와 권용 때문이라면 안성하는 더 이상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 고개를 돌려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권용을 쏘아본 안성하는 권용을 원망했다.
  • 불같은 권용의 눈빛이 올곧게 안성하를 향했다. 착각인지 아닌지 알 수 없었지만 권용은 그녀의 눈이 익숙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 ‘일자리가 어떻게 아들보다 중요하겠어?’
  • 안성하는 정신을 차리고 차에 올라 엑셀을 밟았다. 그녀의 행동에 군더더기는 찾아볼 수 없었다.
  • 그녀는 빨리 아들을 찾아내야 했다!
  • 안성하는 손안의 핸들을 꼭 붙잡고 마음속의 불안함을 숨겼다.
  • ‘침착해, 꼭 침착해야 돼!’
  • 그리고 되뇌었다.
  • 멀지 않은 곳......
  • “아빠 차에 웬 못생긴 여자가 있어!”
  • 안소백이 망원경을 들고 아빠의 조수석에 앉은 안로아를 보며 기분이 매우 나쁘다는 듯 말했다.
  • “저 여자 딱 봐도 얼굴에 보톡스를 갖다 부었는데 아빠는 보는 눈이 정말 없구나!”
  • 안태백이 불만스럽게 말했다.
  • ‘엄마는 그렇게 예쁘고 몸매도 좋은데 아빠는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
  • ‘설마 저 여자 연예인인가?’
  • 안태백이 생각에 잠기더니 휴대폰을 꺼냈다.
  • “엄마, 잘 들어. 나는 엄마를 대신해서 미인 선발대회 참가 신청을 할 거야.”
  • 결정을 마친 안태백이 즉시 실천했다. 그리고 엄마의 신분증 번호로 금방 신청을 마쳤다.
  • “뭐...... 미인 선발대회?”
  • 집에 도착한 안성하는 안태백이 그저 장난으로 한 소리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 “엄마, 엄마는 할 수 있어.”
  • 안태백이 안성하를 훑어보며 흐뭇해했다. 역시 자신의 엄마는 그 가짜 얼굴을 한 여자보다 휠씬 예뻤다.
  • “만약 예선에서 떨어지면 나 형이랑 가출할 거야. 엄마 혼자 잘 살아봐!”
  • 안소백은 자신과 형이 엄마의 약점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 “지금 엄마 협박하는 거야?”
  • 안성하는 두 꼬맹이를 때려주고 싶었지만 손 대기가 아까웠다.
  • 직장에서 잘리고 권씨 그룹의 억압하에 안성하는 잠시 일자리를 찾을 수 없었다.
  • 그랬기에 그녀는 미인 선발대회에 참가할 수밖에 없었다.
  • “그러면, 엄마한테 이유 알려줘!”
  • “아빠는 연예인 좋아하니까!”
  • 안소백의 말에 안성하가 웃었다.
  • “바보, 아빠는 벌써 하늘나라에 갔을지도 몰라!”
  • 한 번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남자를 안성하는 이미 죽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 “엄마, 우리한테 중도에서 포기하면 안 된다고 가르쳤잖아.”
  • 안태백이 침착하게 말했다.
  • “알겠어, 엄마는 그럼 건강과 미용을 위해서 이만 자러 가야겠다!”
  • 안성하는 일찍 잠들었고 이튿날 습관적으로 일찍 일어났다. 그녀는 팩을 하고 연한 화장도 했다.
  • 미인 선발대회라고 한다면 예쁜 사람들이 차고 넘칠 것이다. 두 아이의 엄마로서 대회 문 앞에 선 그녀는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 “후......”
  • 심호흡을 한 안성하는 눈앞에 보이는 차창에 대고 가슴을 힘껏 모았다.
  • ‘그래, 나는 할 수 있어!’
  • “A는 자격이 없을 거 같은데요.”
  • 하지만 곧 차창이 내려가며 한 남자가 장난기가 다분한 말투로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