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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화 사람 보는 눈이 정확하다

  • 모든 이가 숨을 멈췄다.
  • King의 마음에만 든다면 연예계에서 그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었다.
  • 하지만 이런 좋은 일은 그저 사람들의 상상 속에서만 존재했다.
  • King은 오 년 전, 세계를 휩쓸었던 그 영화를 찍고 나서는 자취를 감췄었다.
  • 그 한편의 영화로 모든 주연이 하룻밤 사이에 스타덤에 올랐다.
  • 심지어 눈에 띄지 않는 작은 배역을 맡았던 배우도 일류 스타로 되었다.
  • 이로부터 King의 눈썰미가 좋아 사람을 정확하게 본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 이번에 King이 직접 사람을 뽑으러 온 걸 보면 다시 시작하려는 것 같았다.
  • 사람들은 안달이 났다. King의 눈에만 든다면 어떠한 배역도 마다하지 않았다.
  • “456번부터 460번 참가자분, 들어와서 면접 보시겠습니다.”
  • 안에 있는 사람이 재촉했다.
  • 안성하는 자신의 번호표를 보며 오늘 안에 면접을 보기는 어렵다는 것을 알았다.
  • 하지만 예상 밖에도 면접 속도는 그녀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빨랐다.
  • 십분도 되지 않아 100명이 넘는 사람이 탈락했다.
  • 이 속도대로라면 안성하는 자신도 머지않아 탈락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 “멘토 선생님들, King 도련님, 안녕하세요. 저는 이가희라고 합니다. 이씨 백화점 이천의 딸입니다......”
  • 여러 광경을 마주했던 이가희도 긴장되었다.
  • 몇 명의 멘토들은 활기 넘치는 이가희를 마음에 들어 하는 눈치였다.
  • “국어를 제대로 못 배운 건가요, 아니면 말을 할 줄 모르는 건가? 초등학교로 돌아가서 다시 배우는 건 어떻습니까?”
  • 처음부터 끝까지 이가희에게 눈길도 주지 않던 King이 말했다.
  • 이가희는 울컥했지만 대들지 못하고 입술을 깨물고 화가 나서 나갔다.
  • ……
  • “저, 저는 방자연이라고 합니다.”
  • 방자연도 긴장됐지만 그녀는 훌륭한 춤실력을 지니고 있었다.
  • 생기발랄한 춤을 한 단락 끝마치고서야 그녀는 안심했다.
  • 그녀는 King이라고 해도 자신의 흠을 찾아낼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 “지금 춤을 춘 겁니까, 아니면 시체 연기를 한 겁니까?”
  • “네?”
  • 방자연은 이미 최고의 실력을 발휘했다고 생각했지만 King의 질문을 받자마자 머릿속이 하얘지고 대답할 말을 생각하지 못했다.
  • “나가세요.”
  • King이 손을 휘젓자 방자연은 얼떨떨하게 사람들에게 끌려 나왔다.
  • 그리고 이어지는 몇 사람도 입을 떼자마자 King에게 거절당했다.
  • 사람들은 불안해졌다.
  • ……
  • 그리고 드디어 안성하의 차례였다.
  • “할 줄 아는 게 뭡니까?”
  • King이 간단하게 물었다.
  • ‘평소에는 말만 잘하더니 오늘은 왜 벙어리 행세를 하는 거야.’
  • “……”
  • 안성하는 많은 악기를 다룰 줄 알았지만 오랫동안 만지지 않아 연주를 한다 해도 비웃음만 살 것이다. 방금 방자연이 그렇게 춤을 잘 췄는데도 혼나지 않았던가. 그녀는 자신이 다행히 연주를 하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 “저는...... 웃을 줄 압니다.”
  • 안성하는 자신의 주먹을 꼭 쥐고 앞에 있는 멘토들을 밭에 있는 배추라고 생각하고 아들을 재울 때 짓던 온화한 미소를 지었다.
  • 이는 간단한 웃음이 아니었다. 안성하는 매개 웃음에도 각자의 단계를 매겼다. 기쁜 것도 있고 슬픈 것도 있고 흥분되는 것도 있고 부끄러운 것도 있었다. 그녀는 매개 감정에 대해 자신만의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 “미친 거 아니야, 아무런 재능도 없이 이런 곳에 오다니!”
  • “아까 못 들었어, 애까지 딸린 엄마라잖아, 완전 소란 피우러 온 거야!”
  • “이런 사람도 감히 시합에 참여하려고 하다니!”
  • “꿈꾸는 거 아니야, 머저리같이 웃는다고 진급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 뒤에 있던 참가자가 경멸스럽게 안성하를 바라봤다.
  • “이 몇 가지밖에 할 줄 모르는 겁니까?”
  • King의 말투에 불쾌함이 서려있었다.
  • 하지만 전과 비교한다면 많이 나았다.
  • “가르쳐 주시겠어요?”
  • 안성하는 당연히 눈앞에 있는 자신의 우상을 선생님으로 모시고 가르침을 받고 싶었다.
  • 당연히, 그저 그녀의 바람일 뿐이었다.
  • “그건 모르는 일이죠.”
  • King의 이어진 말에 안성하는 놀라 심장이 쿵쿵 뛰었다!
  • 면접을 끝내고도 안성하는 긴장되었다.
  • 앞으로 가니 왼쪽에 남자 화장실이 보여 안성하는 오른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 거대한 화장실은 금으로 도배한 것처럼 반짝반짝 빛났다.
  • 갑자기 눈앞에 슈트를 입은 덩치 큰 남자가 서서 벨트를 푸는 모습이 보였다.
  • 그리고 다음은 말하지 않아도 아는 일이 벌어졌다.
  • 그야말로 난감한 상황이었다.
  • 남자도 무언가를 느낀 듯 고개를 돌려 안성하를 바라봤다!
  • ‘왜 또 권용이야?!’
  • 안성하는 제자리에 굳었다.
  • 잠깐, 분명 여기는 여자 화장실이었는데! 라는 생각을 마친 안성하가 배치도를 확인했다. 그제서야 같은 층에 남자 화장실이 두 개 있다는 사실을 그녀는 깨달았다!
  • “죄송합니다! 일부러 들어온 거 아니에요!”
  • 안성하가 부끄러워하며 얼굴을 막고 나가려고 했다. 하지만 금방 한 발짝 걸음을 옮긴 그녀는 다시 되돌아왔다!
  • ‘내가 왜 피해야 하는 거지? 누구 때문에 직장도 잃었는데! 볼 거 다 봐야지!’
  • “권용 도련님, 계속하세요. 잘못 참으셨다간 하반신 어딘가에 문제라도 생기면 어쩌시려고요!”
  • 안성하가 득의양양하게 휘파람을 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