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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쉽게 그를 도발하다

  • 순간, 안성하의 얼굴이 굳었다!
  • 그리고 고개를 숙여 바라봤다. 이만하면 꽤 큰 거 아닌가? 그녀는 스펀지가 없는 타이트한 속옷을 입고 있었다. 이만하면 꽤 큰 축에 속한다고 그녀는 생각했다.
  • “권용 도련님께서는 아직 C 이상의 진짜 가슴을 만져본 적이 없으신가 보죠?”
  • 안성하가 한걸음 물러서며 차갑게 비웃었다.
  • 안로아도 고작해야 B에 속했다. 후에 확대수술을 했다는 소문을 들었다.
  • 권용은 지주가의 멍청한 아들이 확실했다. 평생을 실리콘만 만질 수밖에 없는 주제에 자신을 비웃다니.
  • “내가 만진 적 있는지 없는지 어떻게 아는 거죠?”
  • 그날 밤을 떠올리자 권용의 아랫배가 뜨거워났다.
  • 사이즈로만 따지면 C+는 되었다. 손에 감기는 감각이 좋아 한 번만 더 느끼고 싶어졌다.
  • 그날 밤은 권용이 유일하게 이성을 잃은 밤이었다. 깨어났을 때 바닥에는 콘돔 여러 개가 굴러다녔다. 마지막 몇 번은 그는 콘돔을 사용하지 않았다.
  • 머릿속에는 온통 살색 향연이 펼쳐졌지만 권용은 무덤덤한 표정을 유지했다.
  • 그런데 이 여자가 이렇게 쉽게 그를 도발할 수 있다고?
  • 아마 너무 오랫동안 금욕을 한 탓인 듯했다.
  • “당신이 왜 여기에 계신 거죠?”
  • 정신을 차린 안성하는 이번 미인 선발대회의 협찬사 중에 권씨 그룹도 있다는 것이 생각났다.
  • 주최 측은 마침 CK 엔터테인먼트, 안로아의 회사였다!
  • 하지만 안성하는 무섭지 않았다. 그녀는 입상할 생각을 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 CK 엔터테인먼트의 사장님의 신분은 누구도 몰랐다. 그저 다들 King이라고 불렀다!
  • 밖에서는 그에 대한 많은 소문이 떠돌았다!
  • 게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었고 절름발이라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고 하는 사람도 있었다.
  • 하지만 자신의 우상 King을 생각할 때마다 안성하는 정신을 못 차렸다.
  • “혹시 King이랑 아는 사이에요?”
  • 안성하가 얼굴을 붉히고 갑자기 물었다.
  • “그건 왜요?”
  • 하지만 권용이 다시 되물었다.
  • “King은 저의 우상이에요. 그분을 아세요?”
  • 하지만 안성하는 곧 실망스럽게 고개를 떨구었다.
  • ‘당연히 King을 모르겠지, 전혀 다른 사람들이니까. 한 사람은 호강스럽게 자란 금수저이고 한 사람은 자신의 손으로 모든 것을 일궈낸 흙수저인데 비할 바가 못되지.’
  • “왜 당신한테 그런 질문을 했는지 모르겠네요, 안다 해도 알려주지도 않을 텐데.”
  • 안성하가 입을 삐죽 내밀고 돌아섰다.
  • ‘우상이 King이라고? 내가 King이라는 사실을 알면 재밌겠네.’
  • 권용이 생각했다.
  • ……
  • 이번 미인 선발대회는 안성하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잔인했다.
  • 첫 면접에서 몇 만 명의 사람 중 천명만 선발한다는 것이었다.
  • 몇 만명의 사람들은 모두 미인이었다.
  • 그 속에서 두각을 드러내기란 여간 어렵지 않았다.
  • 하지만 안성하는 지고 싶지 않았다.
  • 여기서 진다면 아들들이 자신을 버리고 집을 나간다고 했었기 때문이었다.
  • 양심 없는 두 꼬맹이라면 그런 일을 하고도 남았다!
  • 복도에 선 모든 미인들이 콤팩트를 들고 화장을 고쳤다.
  • 안성하도 거울을 보며 면접 때 무슨 장기를 보여줄 수 있을지 생각했다.
  • “안성하, 너 귀국한 거야? 떠날 때 잡종을 둘이나 데리고 떠나지 않았었나?”
  • 안성하가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들자마자 팔짱을 낀 채 자신을 거만하게 보고 있는 이가희를 봤다.
  • 대학을 다닐 때부터 자신을 괴롭히며 사사건건 시비를 걸었던 사람이었다.
  • 졸업하고 다시는 엮일 일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여기서 만나게 될 줄이야.
  • 안성하는 일을 만들고 싶지 않았기에 몸을 돌려 구석으로 갔다.
  • “왜, 출국하고 잡종 새끼들 아빠한테 버림받은 건가? 남자를 몇이나 만난 줄도 모르는 몸으로 미인 선발대회에 오다니, 여기가 삼류 업소 인줄 알아?”
  • 하지만 이가희는 안성하를 잡고 놓아줄 생각이 없어 보였다.
  • “허, 더러운 수단으로 입상하려고 하는 거겠지.”
  • 뒤에 있던 방자연이 말했다.
  • “안성하, 우리 아빠 회사에서 청소 아줌마 구하고 있는데 소개해 줄까? 밥은 먹고살아야 할 거 아냐.”
  • 이가희의 아버지는 이씨 백화점의 회장님이었기에 그녀는 배짱이 좋았다.
  • “이가희, 아침에 나올 때 이는 까먹고 안 닦은 거야? 네 입에서 마늘 냄새가 나서 참을 수가 없어!”
  • 하지만 안성하도 가만히 당할 수만은 없었다.
  • “안성하, 지금 나 욕한 거야?”
  • 귓가에 웃음소리가 들리자 이가희는 망신을 당했다는 생각에 화가 났다.
  • “나는 너 욕한 적 없는데, 망상이 심하네.”
  • 안성하가 이가희를 비웃었다.
  • “안성하, 지금 당장 그 입 찢어버리는 수가 있어......”
  • 이가희는 화가 나서 말했다.
  • “시합하러 온 거 아니면 나가세요.”
  • 그때 차가운 목소리가 복도에 울려 퍼졌다.
  • 빛을 등지고 걸어오는 남자의 훤칠한 몸매는 금방 책에서 나온 듯 완벽했다. 은색의 가면을 써 얼굴은 잘 보이지 않았다.
  • 손을 내밀어 남자를 가리킨 안성하는 놀랐다.
  • King이었다!
  • 사람들은 고작 미인 선발대회에 CK의 사장님 King이 올 거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