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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절조고 뭐고 다 필요 없어

  • 닮았다, 너무 똑같이 닮았다.
  • 이 남자의 눈, 코, 입 어느 하나 아들과 안 닮은 곳이 없었다!
  • 입을 다물고 있는 습관도 아들과 판박이였다.
  • “누가 너에게 이 여자한테 손댈 담을 줬지?”
  • 그는 안성하의 목을 꽉 졸라 담방이라도 그녀를 들어 올릴 기세였고 눈빛은 더욱 소름 돋았다.
  • 눈앞의 상황을 본 안로아는 입꼬리를 씩 올렸다. 역시 지금의 안성하는 그녀와 비교할 곳 하나 없었다.
  • “켁켁…, 이 손 놔!”
  • 안성하는 지려하지 않았고 강렬한 눈빛을 한 채 고개를 쳐들었다. 그녀의 화장기 없는 얼굴은 그녀에게 청순함을 더해줬고 다섯 살짜리 애가 있는 엄마라고 믿을 수 없었다.
  • “권용 씨, 이 여자는 내 여동생 안성하인데, 권용 씨가 온다는 소리를 듣고 앞으로 연예계에 발붙이는 데 도움이 될까 해서 만나보고 싶다고…”
  • 안로아는 머리가 흐트러져 있었고 입가에 멍이 든 채 불쌍하게 눈물을 흘리며 호소했다.
  • “아까 제가 동의하지 않자, 저를…”
  • “너 같은 게 감히 연예계에 발을 들이겠다고?”
  • 권용은 안성하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목표에 달성하는 여자로 생각하고 당장이라도 목 졸라 죽일 작정이었다.
  • “켁켁… 나 같은 것도 안로아보다는 백 배 나아!”
  • 안성하는 숨이 막혀왔고 이를 갈며 반항했지만, 목이 졸려 숨을 쉴 수가 없었다.
  • “사과해!”
  • 그의 싸늘한 눈빛 때문에 안성하는 옷이 벗겨진 채 사람들 앞에 보여지는 것보다 더욱 어색하고 난감했다.
  • “난 잘못한 게 없는데, 내가 왜 사과해야 되는데?”
  • 안성하는 마치 어이없는 소리라도 들은 듯했지만 뜻을 굽히지 않고 오히려 겁도 없이 한마디 더 보탰다.
  • “내가 저 여자를 때리는 건, 저 여자가 맞을 짓을 했기 때문이야!”
  • “난 여자는 때리지 않아.”
  • 권용은 힘껏 손을 뻗어 안성하를 경호원한테 밀어 던지면서 말했다.
  • “내다 버려.”
  • “당신은 아무것도 모르면서 왜 저 여자를 돕는 건데!”
  • 안성하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라 고개를 숙이더니 새하얗게 드러난 치아로 사정없이 남자의 손목을 물었다.
  • 씁…
  • 이토록 권위 있는 남자가 누군가에게 물려본 적이 있을 리 없었다.
  • 그는 고개를 숙여 자신의 손목을 봤고, 이발 자국에 피가 나 있어 거슬리기 그지없었다!
  • “너 개야?”
  • “네가 개다. 너의 집 식구 모두 개야!”
  • 안성하는 자신의 입안에서 나는 비린내가 남자의 피비린내라는 것을 알아차린 순간 스스로도 깜짝 놀랐다.
  • 이젠 끝장났다.
  • 안성하는 남자를 물어 상처까지 입혔으니 이제 이 변태가 자신을 어떻게 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갑자기 몰려왔다.
  • “미, 미안해요…. 아니면 당신도 나를 물던가!”
  • 그녀는 물려 죽는 한이 있더라도 쫓겨나고 싶지 않았고 오직 어머니의 유품을 가져가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 눈앞에 놓인 여자의 팔은 힘을 주면 당장이라도 부러질 것 같았고 권용은 한번 힐긋 보더니 눈길을 피했다.
  • “너를 물라고? 더러워.”
  • “권용 씨, 우리 그만 가요!”
  • 안로아는 주권을 선포하듯이 권용의 팔짱을 끼고 경매장으로 다시 들어갔다.
  • ‘정말 어울리는 한 쌍의 연놈이네!’
  • ‘비슷한 것들끼리 눈이 맞아서는!’
  • 안성하는 권용과 안로아를 속으로 욕하면서 자신의 자리에 다시 착석했다.
  • 이때 단상 위…
  • “다음은 장신구 하나를 놓고 경매를 시작하겠는데요, 바로 저의 손에 있는 채색 유리 팔찌입니다. 천만 원부터 호가 시작하겠습니다!”
  • 그것은 바로 생전 안성하의 어머니가 매일 하고 다녔던 팔찌였기에 안성하는 어떻게 해서든 낙찰받아야만 했다!
  • “이천만 원!”
  • 안로아는 입꼬리를 씩 올리며 번호판을 들었다. 안로아도 눈앞의 팔찌가 안성하 어머니의 유품이라는 걸 알고 있었고, 그녀가 경매에 참석한 이유도 그것 때문이었다.
  • “이천일만 원!”
  • 모든 사람은 이 순간 안성하가 미쳤다고 생각했다.
  • 권용이 있는데 누가 감히 안로아를 건드릴 수 있을까?
  • 안성하 혼자만이 겁을 상실한 채 덤벼들었다.
  • “뭘 봐요? 이런 미녀 본 적 없어요? 계속 보면 제 얼굴이 달아오르잖아요!”
  • 안성하는 한 발자국도 물러서려고 하지 않았다
  • “일억!”
  • “일억일만 원!”
  • 또 안성하였다.
  • 그녀는 화가 난 나머지 얼굴이 타들어 가는 듯 빨갛게 달아올랐다.
  • ‘젠장! 안로아도 이 팔찌에 눈독 들일 줄이야!’
  • “이억…”
  • 안로아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권용 옆에 있던 비서가 번호판을 들었다.
  • “십억!”
  • 모든 사람은 더이상 호가할 엄두도 내지 못했고 경매장에는 순간 정적이 흘렀다.
  • 십억…, 아마도 부자들 눈엔 십만 원 정도일 것이다.
  • 안성하는 화가 치밀어 올라 권용 앞에 달려갔다.
  • 그녀는 당장이라도 눈앞의 남자를 칼로 베어버리고 싶었다!
  • 하지만 안성하는 바로 충동적으로 그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 “우리, 얘기 좀 해요.”
  • 이 남자는 여자가 불쌍하게 구는 걸 못 보지 않았던가?
  • 안로아가 할 수 있는 거라면, 그녀도 할 수 있다!
  • 지조고 뭐고 그 순간만큼은 다 필요 없었다!
  • “안성하라는 이 여자, 미친 거 아니야? 감히 권용 도련님한테…”
  • “내가 볼 땐 권용 도련님을 꼬시려는 것 같아…”
  • 사람들은 저마다 추측했다.
  • “당신 지금 뭐 하는 줄 알기나 해?”
  • 권용은 위험한 눈빛으로 안성하를 쏘아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