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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딱 기다려, 무릎 꿇고 빌게 해줄 테니

  • 이 눈, 너무 깊어!
  • 그의 눈은 무척 예뻤지만, 지금은 한눈팔 때가 아니었다.
  • “그 팔찌, 저한테 팔아요! 제가 할부로 갚을게요. 어때요?”
  • 안성하는 깊게 숨을 두 번 들이켜고는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 “나는 여자들이 내 앞에서 척하는 걸 제일 역겨워해!”
  • 권용은 우아하게 팔을 빼면서 안성하를 밀어버렸다.
  • ‘젠장! 이렇게 무시하다니?’
  • 등이 차가운 벽에 부딪히자 안성하는 아파서 죽을 지경이었다. 안성하는 순간 자신과 권용이 너무 상극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안로아를 위해서 십억을 내지르다니. 뭐 당신한테 돈이 많으니 마음대로 하는 게겠죠!”
  • 한번 멈칫하더니 안성하는 에라 모르겠다는 식으로 말했다.
  • “하지만 세 글자를 말해줄게요. 멍청이.”
  • 돈만 많은 멍청이만이 여자의 환심을 사기 위해 천금을 내건다.
  • 안성하는 씩씩거리며 뒤돌아 가려고 하려는데 한걸음 내딛는 찰나 뒷덜미가 잡혔다.
  • “감히 나를 모욕해?”
  • 남자의 음침하고 낮은 기압은 그녀에게 마치 그는 쉽게 건드리면 안 되는 사람이라는 걸 경고하는 듯했다.
  • “아닌데요. 저는 멍청이를 욕했는데, 혹시 당신이 멍청이예요?”
  • 안성하는 억울하다는 듯 눈을 깜빡거리며 멍청이라는 세 글자를 강조했다.
  • “이게 죽으려고 환장했나!”
  • 권용은 혀로 볼을 밀면서 차가운 눈초리로 그녀를 쏘아보았다.
  • 이토록 겁 없이 달려드는 여자는 정말 오랜만이었다.
  • “당… 당신 뭐 하려는 거예요?”
  • 그가 웃는 것으로 보이자 안성하는 갑자기 불안한 예감이 들었다.
  • “이 여자 당장 내다 버려! 버려야 된다는 걸 명심해!”
  • 남자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안성하는 누군가에게 들린 채 밖으로 나갔다.
  • 펑!
  • “아! 너희들이 뭔데 나를 내다 버려?”
  • 바닥에 세게 내팽겨쳐지는 순간 안성하는 뼈가 부러지는 듯한 고통을 맛봤고 조금만 움직여도 아파 났다.
  • ‘딱 기다려! 언젠가는 내가 엄마의 유품을 찾아갈 테니! 그리고 이 멍청한 부잣집 도련님을 꼭 무릎 꿇고 빌게 만들 거야!’
  • 무릎이 까지고 옷이 더러워지고 발목도 삔 채 안성하는 겨우 셋집으로 돌아왔고 불쌍하게 혼자 약을 발랐다.
  • 하지만 등은 손이 닿지 않아 바르지 못했고 아파서 눈물이 떨어졌다.
  • 이토록 막막한 느낌은 오 년 전 혼자서 아이를 낳을 때와 비슷했다.
  • 안성하가 콧물을 들이키며 약을 옆에 놓고 고개를 들었을 때 아들 둘과 눈이 마주쳤다.
  • “울긴 뭘 울어. 못생겼어!”
  • 안태백은 두 손으로 팔짱을 끼며 말했다.
  • “엄마가 못생겼으면 보지 마!”
  • 안성하는 낮에 자신을 괴롭혔던 얼굴과 똑같은 얼굴을 보자 더욱 화가 났다.
  • “괴롭힘당하면 울기나 하고. 왜 갚아주지 않는데?”
  • 안소백은 작은 입으로 과자를 먹으며 말했다.
  • “그런데 엄마가 이길 수 없는 사람인데 방법 없잖아. 우는 것도 안 돼?”
  • 안성하는 이불을 잡아당겨 오면서 씩씩거리며 말했다.
  • “아들 둘 있다는 게 다 양심 없어서는. 이럴 줄 알았으면 낳지도 말 걸 그랬어!”
  • “엄마가 내 저금통을 깨트리니까 이러는 거잖아. 그거 엄마가 처음으로 준 선물인데. 엄마, 미워!”
  • 안소백은 먹던 과자를 내려놓더니 심술을 피우며 달아났다.
  • 안성하는 자신이 안소백한테 처음으로 줬던 선물이 돼지 저금통이었던걸 깜빡하고 있었다.
  • 들어 봤을 때 무거워 보이는 걸 봐서 안에 돈이 꽤 있었던 것 같았는데, 오늘 경매장에 급히 가려다가 실수로 깨트렸었다.
  • 하지만 그것 때문에 안소백이 이토록 삐져 있을 줄은 몰랐다.
  • 안성하는 아들한테 가서 사과라도 해야 하나 머뭇거리고 있었다.
  • “엄마, 내 베개 밑에 있던 돈도 엄마가 가져간 거지? 내가 경찰에 신고해서 엄마를 잡아가려고 했는데, 이렇게 눈물 콧물 흘리며 우는 걸 봐서 이번만은 참아 줄게.”
  • “고맙네!”
  • 그녀는 순간 인생을 왜 이리도 헛살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들이 경찰에 신고해서 잡아가려고 했다니!
  • “아니면, 그냥 확 신고해 버릴까? 그러면 아빠가 어딘 가에서 엄마를 알아보고 나와 동생을 데려갈지 누가 알아.”
  • 안태백은 한 치의 고민도 없이 말했다.
  • “안태백, 엄마가 화내지 않으니 병든 고양이 취급을 해?”
  • ‘너무해!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 안성하는 화가 치가 떨릴 지경이었다.
  • “계속 헛소리하면 약 안 발라 준다?”
  • 안태백은 작은 손으로 약을 틀고 그녀의 등에 꼼꼼히 발라줬고 물어볼 말이 있었는데 끝내 물어보지 않았다.
  • “태백아, 엄마한테 말해 봐. 왜 갑자기 이렇게 착하게 엄마한테 약을 발라 주는 거야?”
  • 안성하는 감동도 있었지만, 경계하는 마음이 더 앞섰다. 그녀는 자기 아들이 좋은 마음으로 이러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