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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화 웅 씨 어르신의 행방

  • 그날 밤, 염우영은 헤븐 클럽으로 왔다.
  • 옷으로 덮여 있지만 몸에는 붕대를 잔뜩 감고 있었다.
  • 그는 입구에 서서 답답한 듯 담배를 피웠다.
  • 삼 분 전, 그는 누나의 연락을 받았다.
  • “우영아, 엄마 오늘 신장염 때문에 또 병원에 입원했어!”
  • “엄마가 넌 도대체 언제 며느리를 집에 데려올 거냐고 하루종일 어찌나 잔소리를 하시는지.”
  • “네 아내도 너무 한 거 아니야? 너한테 시집까지 왔으면서 왜 부모님 뵈러는 안 오는 거야?”
  • “…”
  • 염윤설의 말은 계속 염우영의 귓가에 맴돌았다.
  •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신 탓에 그의 어머니는 혼자 두 아이를 키우셨다. 젊었을 때 너무 고생을 많이 하고 음식 관리도 제대로 하지 못해 신장결석에 걸렸다!
  • 그녀의 신장 중 하나는 십 년 전에 이미 절제를 했고, 지금 남아 있는 신장마저 염증이 생겼다!
  • 어머니의 몸이 언제까지 버텨줄지 염우영은 알 수 없었다.
  • 지금 그녀의 유일한 소원은 며느리를 보는 것이고, 손자가 태어나는 것까지 보는 건 그녀에게 과욕이다!
  • 염우영은 번마다 어머니를 실망시켜 자신이 불효를 저지른 것 같았고, 이번에는 반드시 진유월을 집으로 데리고 가 어머니의 소원을 이루어줄 생각이었다!
  • 한편, 진유월은 집에 틀어박혀 있었고 겉으로는 노트북을 보고 있는 듯했지만 실제로는 멍을 때리고 있었다!
  • 그녀는 지금껏 이런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누군가에 대한 걱정이 일의 효율성에 심각한 영향을 미쳤다!
  • 이때 갑자기 전화벨이 울렸고 진천후한테서 걸려온 것이었다.
  • “여보세요, 유월아! 전략 창고 프로젝트는 제시간에 완성할 수 있는 거야? 주주들이 회장인 나한테 자꾸 연락이 오는구나!”
  • 진천후의 말투는 다급했다.
  • 주주들이 돈을 벌고 싶어 하는 건 당연했고, 그는 천강 그룹의 최대주주이자 진유월의 할아버지로서 이 프로젝트가 실패하는 걸 가장 원하지 않는다!
  • “할아버지, 저도 연락을 기다리고 있어요.”
  • 진유월이 침착하게 말했다.
  • “연락을 기다린다고? 지금 천강 그룹의 대표가 누구야? 누가 의사 결정을 하는데? 지금이 어느 때인데 아직도 다른 사람 연락을 기다리고 있어?”
  • 진천후는 당연히 불만이 있었다. 이건 손녀딸의 평소 일을 처리하는 방식이 아니었다!
  • ”되는지 안 되는지 난 지금 바로 확답을 받아야겠어!”
  • 진천후는 큰소리로 말했고 몹시 흥분한 것 같았다.
  • “할아버지, 제가 연락을 기다리는 사람은 염우영이에요!”
  • “뭐? 염우영?”
  • 아니나 다를까 진천후는 깜짝 놀랐고 갑자기 침묵에 빠졌다.
  • 한참 뒤에야 그는 경악하며 말을 이어갔다.
  • “왜 천강 그룹의 일을 염우영이 결정을 내릴 때까지 기다려야 해?”
  • “할아버지, 그건 신경 쓰지 마세요!”
  • 진유월이 단호하게 대답했다.
  • “운건의 공사팀에는 대기하고 있으라고 통보했으니 내일 아침 일찍 최종 결론이 날 거예요!”
  • 말을 마친 그녀를 전화를 끊었다.
  • 진유월은 긴 한숨을 내쉬었고 조금 안절부절못했다.
  • 그녀는 지금 자신의 모습이 조금 믿기지 않았다. 이런 중요한 시기에 염우영 그 남자가 이렇게 큰 문제를 해결해 주기를 기대하고 있다니!
  • 밤은 어두워졌고 염우영은 담배꽁초를 버리고 헤븐 클럽 안으로 들어가려 했다.
  • 이때 뒤에서 갑자기 누군가가 그를 잡아당겼다.
  • 생각지도 못했는데 뜻밖에도 조효성이었다!
  • “우영 씨, 가난 때문에 판단력이 흐려졌어요? 돈 때문에 목숨까지 바치려고요?”
  • “웅 씨 어르신은 만만한 상대가 아니에요! 이렇게 예고도 없이 찾아가서 프로젝트 부지에 있는 사람들을 데리고 그곳에서 나가라고 한다면 웅 씨 어르신은 진짜 사람을 시켜 우영 씨를 죽여버릴지도 몰라요!”
  • 조효성은 침을 튀기며 그를 막아섰다.
  • 그와 염우영은 사실 업무적인 관계이지만, 인도주의적인 차원에서 그는 이 남자가 죽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 염우영은 그를 내버려 두고 여전히 클럽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 아쉽게도 클럽의 웨이터는 손님 정보를 염우영에게 절대 알려주지 않았다.
  • 그렇게 한바탕 실랑이를 벌이다가 그들은 경비원한테 쫓겨났다!
  • “우영 씨, 정신 차려요!”
  • “우리는 지금 그 사람조차 찾을 수 없잖아요, 포기합시다! 우리와는 인연이 없는 돈이에요!”
  • 조효성은 돌아가지 않고 여전히 염우영을 설득했다.
  • 염우영은 여전히 그를 투명인간 취급했다.
  • 사실 염우영도 조효성이 그를 걱정해서 하는 말이라는 걸 알고 있다. 그러나 조효성은 지금 그의 심정을 알지 못했고 그가 왜 꼭 이렇게 해야 하는지 더더욱 모르기 때문에 말해봤자 헛수고일 게 뻔했다!
  • 이때 주차장에 아우디 한 대가 멈춰 섰다.
  • 한 미인이 하이힐을 신고 차에서 내렸고, 은색 짧은 스커트를 입은 그녀의 쭉 뻗은 긴 다리는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았으며 하얀 피부도 양귀비꽃처럼 매혹적이었다.
  • 염우영은 잠시 멍해졌다!
  • 이 여자가 풍기는 포스를 떠나 그녀의 외모는 결코 진유월에게 뒤지지 않았다!
  • 섹시함과 이성을 끌어당기는 매력도를 논한다면 빙산 같은 진유월이 이 여자한테 밀릴 것이다!
  • “대박, 저 여자 클럽에서 제일 잘 나간다는 류연화 아니에요?”
  • 미인을 본 조효성은 갑자기 다리를 움직일 수 없었고 참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환호했다.
  • 운성에 살고 있는 한 남자로서 그는 당연히 헤븐 클럽 류연화의 전설을 들어봤다.
  • 소문에 의하면 그녀와 한 시간 술을 먹으려면 육백오십만 원이 든다고 한다.
  • 술은 라피트만 마신다!
  • 부자가 아니라면 그녀와 친구를 할 자격도 없다!
  • 그러나 염우영은 류연화의 전설을 몰랐고, 그녀가 헤븐 클럽에서 제일 잘 나가는 아가씨라는 조효성의 말을 듣고는 곧장 류연화를 향해 걸어갔다.
  • 폭탄 머리 남자가 말한 웅 씨 어르신이 클럽에 와서 만난다는 여자가 바로 류연화이다. 그러니 그녀의 입에서 분명 웅 씨 어르신의 행방을 알아낼 수 있을 것이다!
  • 반면, 염우영의 주제도 모르는 행동에 조효성은 기겁했다!
  • 설마 클럽에서 제일 잘 나가는 아가씨한테 작업을 거는 건 아니겠지?
  • 정말 자기 분수를 모르는 녀석이다!!
  • 염우영은 대범하게 류연화의 앞을 막아서고는 인사를 건넸다.
  • “류연화 씨, 안녕하세요!”
  • 류연화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 만약 평소 누군가가 감히 그녀를 이렇게 막아섰다면 그녀는 틀림없이 무시하거나 사람을 시켜 쫓아냈을 것이다!
  • 하지만 외모지상주의인 그녀는 염우영의 외모와 몸매, 그리고 침착한 그의 포스가 그녀는 마음에 들었다.
  • 하여 그녀는 인내심 있게 물었다.
  • “무슨 일이죠?”
  • “전 웅 씨 어르신의 수하인데, 여기서 류연화 씨를 기다리고 있었어요!”
  • 염우영의 대책 없는 행동에 조효성은 어안이 벙벙했다!
  • 이따가 만약 들킨다면 어떻게 죽을지도 모른다!!
  • 염우영이 웅 씨 어르신의 수하라는 말에 류연화는 실망하고 미간을 더욱 깊게 찌푸렸다.
  • “룸에서 얌전히 기다리고 있으라고 해요. 내가 한 시간 뒤에 룸에 갈 테니까!”
  • “알겠습니다!”
  • 염우영은 마음속으로 기뻐했다.
  • 보아하니 오늘 밤 이 여자를 따라가면 분명 웅 씨 어르신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 “우영 씨는 배짱이 아주 좋네요! 헤븐 클럽 최고의 미인한테 말도 걸고!”
  • 류연화가 떠나자 조효성은 그제야 염우영의 옆으로 다가왔고 그의 용기에 감탄했다!
  • 그녀와 대화 한 번 해보는 게 얼마나 많은 남자들의 꿈일까!
  • 그러나 염우영은 전혀 웃지 않았다.
  • 비록 류연화도 도도하긴 하지만 집에 있는 그 분과 비기면 아무것도 아니다.
  • 그런 진유월과 결혼까지 한 사람인데 이 여자한테 왜 말을 못 걸겠는가?
  • “이봐요, 우영 씨, 어디 가는 거예요?”
  • 염우영이 또 헤븐 클럽으로 들어가자 조효성은 참다못해 뒤에서 소리 질렀다.
  • “우영 씨 설마 류연화를 따라다니다가… 웅 씨 어르신이 있는 데로 바로 들이닥칠 생각인 건 아니죠?”
  • 염우영의 계획을 알아차린 조효성은 겁에 질려 부들부들 떨면서 말했다!
  • 이건 죽으러 가는 것과 무슨 차이가 있을까?
  • “네, 무서우면 먼저 돌아가요. 이 일은 내가 해결해요!”
  • 염우영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곧장 클럽 안으로 들어갔다.
  • 조효성의 눈에 비친 염우영의 뒷모습은 일부러 허세를 부린 것도 아닌데 정말 멋져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