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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프로젝트가 딜레이 되는 이유

  • “늦어서 미안해!”
  • 염우영이 사과했다.
  • 장미란은 그를 쳐다보더니 미간을 찌푸렸고 한참 만에야 화를 내면서 말했다.
  • “염우영, 당신 미쳤어? 나 소개팅하러 온 거 아니야. 당신, 왜 계속 내 주변에서 알짱거려? 빨리 꺼져, 난 오늘 중요한 일이 있단 말이야!”
  • 오늘의 약속은 그녀의 미래와 관련되는 아주 중요한 일이니 절대 실수가 있어서는 안 된다!
  • 그러나 염우영은 갑자기 웃더니 말했다.
  • “나도 소개팅하러 온 건 아니에요. 난 천강 그룹을 대표해서 프로젝트 얘기를 하러 왔어요!”
  • “뭐?!”
  • 장미란은 순간 멈칫했다.
  • “운건 측에서 나와 얘기하고 싶지 않다면 법정에서 만나죠! 어차피 우리는 계약서 내용대로 처리할 거니까!”
  • 말을 마친 염우영은 바로 일어났다.
  • “아니야!”
  • 장미란은 깜짝 놀라 그대로 달려들어 그의 팔을 덥석 껴안았다.
  • 너무 긴장한 탓에 그녀의 가슴은 염우영의 몸에 눌려 찌그러졌다!
  • 하지만 그녀는 많은 걸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만약 이 남자가 이렇게 가버린다면 꽃길만 걸으려던 그녀의 소망은 말짱 도루묵이 된다!
  • 그녀의 임무는 회사가 손실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 “장미란 씨, 자중하세요!”
  • 염우영은 그녀를 보며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 “우리는 업무 관계이지 연인 사이가 아니야!”
  • 쳇!
  • 장미란은 화가 많이 났지만 감히 내색하지 못했다.
  • 그녀는 염우영이 여자를 밝힌다고 확신했다. 그렇지 않으면 왜 병원에서 여자의 몸을 검사하는 일을 하겠는가. 그런데 지금 그녀의 앞에서 젠틀맨인 척하다니?
  • 그녀는 산부인과 의사인 그가 어떻게 천강 그룹의 담당자가 되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염우영은 그저 천강 그룹의 심부름꾼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천강 그룹의 명분을 빌려 그녀 앞에서 위세를 부리려고 하는 것이다!
  • 흥, 정말 괘씸하다!
  • 장미란은 이를 악물었지만 겉으로는 미소를 짜내며 말했다.
  • “미안해, 우영 씨! 내가 잠시 마음이 성급했나 봐, 우리 그럼 이제 앉아서 얘기를 나눠보는 게 어떨까?”
  • 그녀의 모습에 염우영도 트집을 잡을 부분이 없어 앉아서 대화를 해보기로 했다.
  • 어쨌든 그의 직접적인 목표는 운건 회사가 월말까지 프로젝트를 완성하는 것이다.
  • 최종 목표는 당연히 진유월과 함께 집에 가서 부모님을 뵈는 것이다!
  • “우영 씨는 천강 그룹에서 맡고 있는 포지션이 뭐야?”
  • 염우영이 자리에 앉자 장미란은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물었다.
  • “아직은 그런 게 없어. 천강 그룹 임원이 운건 프로젝트를 독촉하기 위해 나를 파견한 거야!”
  • 염우영은 솔직하게 대답했다.
  • 지금 그의 상사는 진유월이고 그는 임시로 고용된 사람일 뿐이다. 심지어 그는 천강 그룹에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었다.
  • 그 말을 들은 장미란은 마음속으로 몹시 못마땅했다!
  • 설마 이 남자가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건가?
  • 그러나 그녀가 아무리 염우영이 못마땅하다고 해도 염우영은 지금 그녀의 고객사를 대표해서 온 것이니 장미란은 감히 그를 건드릴 수 없었고 속으로 울화만 치밀 뿐이었다!
  • “장미란 씨, 저는 지금 천강 그룹을 대표해서 운건에 정식으로 통보합니다. 이번 달 말까지 반드시 프로젝트를 완성시키세요, 그렇지 않으면 계약 위반입니다!”
  • 염우영은 짧고 굵게 직설적으로 말했다.
  • “그건…”
  • 장미란은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운건이 월말까지 프로젝트를 완성할 수 있었다면 그녀가 프로젝트 담당자로 되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 “왜? 문제 있어?”
  • 염우영은 미간을 찌푸렸다.
  • 비록 그는 일부러 장미란을 겁주긴 했지만 그는 진유월의 진짜 목적은 손해 배상 청구가 아닌 프로젝트가 기일 안에 끝나는 것이라는 걸 잘 알고 있다.
  • 하여 염우영은 운건이 제시간에 프로젝트를 끝내지 못하는 이유를 정확히 알고 싶었다!
  • “우영 씨, 회사로 돌아가면 천강 그룹 담당자한테 우리에게 삼 개월의 기한을 연장해 줄 수 없냐고 물어봐주면 안 될까?”
  • 장미란은 여전히 자신을 내려놓지 못하고 명령조로 염우영에게 말했다.
  • 염우영은 그 모습이 우습게 느껴졌다. 이 여자는 아직도 본인이 소개팅하러 나온 줄 아나보다.
  • “이게 사람한테 부탁하는 태도야?”
  • “아…”
  • 장미란은 입술을 깨물고 마음속으로 염우영을 저주했다.
  • 그러나 그녀가 얼마나 내키지 않든 지금은 웃음을 짜내지 않을 수 없었고, 심지어 미인계로 염우영의 손을 살포시 잡기도 했다.
  • “우영 씨, 부탁해! 우영 씨가 천강 그룹을 설득해 우리에게 삼 개월만 더 시간을 준다면 내가 우영 씨랑 데이트할게!”
  • “이 손 치워!”
  • 염우영이 차갑게 말했다.
  • 장미란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다!
  • 그는 그녀의 체면을 전혀 봐주지 않았다!
  • 그녀와 결혼하고 싶어 가족들까지 동원해 그녀의 집에 찾아올 땐 언제고 이제 와서 그녀 앞에서 허세를 부리는 것인가?
  • 괘씸하다!
  • 화는 났지만 장미란은 마지못해 손을 놓았다.
  • “운건에서는 왜 프로젝트를 제시간에 완성할 수 없는 거야? 이유가 뭔데!”
  • 염우영은 원인을 확실히 알아야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 “흥, 그 땅 자체에 분쟁이 있어서 그런 거잖아! 깡패 한 무리가 거기 죽치고 앉아서 온갖 방법으로 운건이 착공하는 걸 방해하고 있으니 공사가 차일피일 지연된 거야!”
  • 장미란은 못마땅하다는 듯 이유를 말했고 은근히 책임을 떠넘겼다.
  • “그까짓 일로?”
  • 염우영도 뜻밖이었다.
  • “운건처럼 이렇게 큰 회사에서 건달 몇 명을 상대 못한단 말이야? 정 안 되면 경찰에 신고하면 되잖아!”
  • “쳇, 그렇게 쉬운 문제라면 우리 운건이 왜 해결하지 못하고 쩔쩔맸을 것 같아?”
  • 장미란이 시큰둥하게 말했다.
  • 사실 그녀도 얼마 전에 알게 된 일이지만 그 깡패들의 우두머리는 운성에서 독하기로 유명한 사람이다. 그는 누가 감히 그들을 경찰에 신고한다면 담당자의 가족들까지 전부 죽여버리겠다고 여러 차례 협박을 했었다!
  • 하여 장미란 이전의 프로젝트 담당자는 감히 경거망동할 수 없었다. 어느 누가 돈을 벌기 위해 가족들의 목숨까지 걸겠는가?
  • 장미란도 지금은 별다른 방법 없이 최대한 시간을 끌고 있다. 프로젝트 담당자의 대우로 월급을 몇 달 받는 것도 그녀에겐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 다만 장미란은 시간을 끌 수 있지만 염우영은 한시도 지체할 수 없었다. 그는 바로 요구를 말했다.
  • “내일 현장에 내가 직접 가 봐야겠어!”
  • 장미란은 더욱 시큰둥했다. 운건 회사에서 법무팀 직원을 세 차례나 파견했는데도 교섭에 성공하지 못했는데 고작 산부인과 의사가 가서 무슨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 그럴 리가!
  • 장미란은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지만 감히 입 밖으로 내지는 못했다.
  • 어찌 됐든 이 찌질한 남자는 지금 고객사를 대표하는 사람이고, 만약 그녀가 협조하지 않아 그가 바로 법적 절차를 밟는다면 그녀의 보너스 계획은 완전히 물거품이 될 것이다.
  • “미안하지만 난 내일 다른 일정이 있어서 우영 씨랑 함께 가지는 못할 것 같아. 우리 회사 법무팀에 있는 조효성 씨한테 우영 씨랑 같이 가달라고 얘기해 둘게.”
  • 장미란은 염우영과 같이 갈 생각이 없었다. 그가 깡패들의 심기를 건드려서 개죽음을 당하건 말 건 상관은 없지만 그녀까지 끌어들이는 일은 없어야 한다.
  • 염우영은 그녀가 무슨 속셈을 갖고 있든 상관없었고, 그는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여 진유월의 목표를 달성할 방법을 찾아내기만 하면 된다!
  • 다음 날, 염우영은 반차를 쓰고 아침 일찍 운건 회사 앞에 도착했다.
  • 곧 장미란은 안경을 쓴 남자를 데리고 나타났다.
  • “염우영 씨이신가요?”
  • 안경을 쓴 남자는 성격이 시원시원했고 염우영을 보자마자 본론으로 들어갔다.
  • “저는 운건 법무팀의 조효성이라고 해요. 미리 말씀드리지만 전 우영 씨를 현장에 데리고만 갈 뿐이지 같이 사람을 내쫓지는 않을 거예요! 그 깡패들의 보스는 웅 씨 어르신인데 지하 세계에서도 명성이 자자해서 우리가 함부로 건드릴 수 있는 인물이 아니에요!”
  • 조효성이 중도에 물러서려고 하자 염우영은 자기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
  • “우영 씨, 당신 진짜 실적 때문에 그 깡패들 쫓아내려는 건 아니지? 그깟 돈 몇 푼 때문에 목숨까지 내바쳐야겠어?”
  • 염우영은 아직도 무책임한 말을 하는 그녀를 경멸의 눈빛으로 쳐다보며 말했다.
  • “돈을 위해 목숨을 바치는 게 당신처럼 월급은 받아가면서 일 처리를 하지 않는 사람보다야 낫지 않겠어?”
  • “당신…”
  • 장미란은 화가 났지만 반박할 말이 없었다.
  • “운건에서 프로젝트를 약속된 시간 안에 끝내지 못하는 건 당신 같은 쓰레기 담당자 때문이었네! 기다려, 프로젝트를 제때에 끝내지 못하면 당신 실업자로 만들어줄 테니까!”
  • 염우영은 장미란에게 뼈 있는 말을 내쏘고는 조효성에게 길을 안내받아 그곳을 떠났다.
  • 장미란은 화가 나서 그 자리에서 발을 동동 굴렀다!
  • “염우영, 웅 씨 어르신 밑에 독한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알기나 해?”
  • “기다려, 내년 너의 기일에 내가 꼭 네 무덤 앞에서 춤을 춰 줄 테니까! 흥, 기가 차 죽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