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폰을 받아 든 염우영이 위의 자료와 내용을 보기도 전에 진유월의 거부하면 안 될 것 같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 프로젝트 빨리 진행될 수 있도록 재촉해 줘요. 한 달 안에 끝낼 수 있도록!”
염우영은 깜짝 놀라 얼른 프로젝트 내용을 확인했다.
천강 그룹 대형 전략 창고를 짓는 걸 운건 회사에 의뢰했고 계약금액은 천칠백억에 달하며 완료 시간은 이번 달 말이었다.
그런데 상대방은 이틀 전 천강 그룹에 프로젝트를 제시간에 끝낼 수 없다는 답변을 주었다!
염우영은 이해가 안 된다는 듯 물었다.
“만약 운건 회사에서 약속된 시간에 프로젝트를 완성시키지 못하면 천강 그룹은 모든 자금을 회수할 수 있고 상대방에게 위약금으로 팔십억 오천만 원을 청구할 수 있는데 왜 굳이 프로젝트를 빨리 진행하게끔 재촉하라는 거죠?”
염우영의 질문에 진유월은 어이없다는 듯 웃었고 확신에 찬 눈빛으로 말했다.
“이 전략 창고가 제시간에 완성되지 못할 경우, 천강 그룹의 미래에 감히 짐작할 수도 없는 이익적 손실을 가져다줄 거예요. 팔십억 정도로 메울 수 있는 손해가 아니라고요. 알겠어요?”
염우영은 그녀의 눈빛에 감탄했다.
그녀는 대기업의 임원답게 남자들한테서도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야망이 있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팔십억을 벌었을 때, 다른 관리자는 어쩌면 만족했을지도 모르지만 진유월은 더 큰 이익을 얻으려 했다!
전에 맞선을 볼 때 진유월은 그녀가 일 년에 오천억을 번다고 했었다. 그때 염우영은 전혀 믿지 않았었는데 그녀는 어쩌면 진짜 그런 능력을 가졌을지도 모른다는 걸 이제야 알게 되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녀가 번 돈은 모두 회사의 소유이지 그녀의 호주머니로 들어가는 건 아닌 듯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왜 큰 별장이 아닌 이백 평짜리 아파트에 살겠는가!
“유월 씨, 저를 너무 과대평가한 것 아닙니까?”
염우영은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
“천강 그룹에는 전문 프로젝트 담당자가 있을 텐데 그들도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산부인과 의사인 제가 어떻게 해결할 수 있겠어요?”
“참 못났네요!”
진유월은 실망하고 한숨을 쉬었다.
다른 남자가 이렇게 대답했다면 그녀는 아무렇지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 남자는 그녀의 남편이기 때문에 그녀에게는 그래도 조금은 특별하다!
이 프로젝트는 아주 중요하다. 진유월은 천강 그룹의 대표로서 프로젝트가 실패하는 걸 절대 두고 볼 수 없다.
그녀는 여러 사람들을 보내 프로젝트의 진행을 재촉했지만 모두 성과가 없었다.
원래 그녀는 이 프로젝트가 실패했다는 사실을 받아들였지만, 방금 염우영이 그렇게 심하게 다쳤는데도 눈 하나 깜짝 안 하는 모습을 보니 문득 이 남자가 그날 다섯 명의 깡패들을 상대할 때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던 모습이 떠올랐다. 그는 정의감 넘치는 강한 남자이기에 그녀는 비로소 그에게 한 치의 비현실적인 기대를 갖게 된 것이다!
“잠깐만요!”
그녀의 실망한 눈빛을 보니 염우영도 마음이 편치 않아 곧바로 그녀를 불러 세웠다.
“내가 유월 씨를 도와 이 프로젝트를 약속된 시간 안에 진행시켜 볼게요. 대신 성공하면 내 조건을 하나 들어줘요!”
진유월은 조금 흥분한 남자를 돌아보고는 자기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녀의 업신여김이 이 남자의 투지를 불태웠을까?
“어떤 조건이죠?”
“내 아내의 신분으로 우리 집에 가서 엄마와 누나를 만나줘요.”
염우영은 그녀를 쳐다보며 단호하게 말했다.
이건 그에게 주어진 최고의 기회이다. 만약 이번 기회를 놓친다면 염우영은 이 여자가 언제 그와 함께 집에 가줄지 알 수 없었다.
진유월은 그를 한참이나 쳐다보았고 안색이 여러 번 바뀌더니 비로소 입을 열었다.
“콜!”
진유월은 마음속으로 아직 이 결혼을 인정하지 않았고, 심지어 언제든 끝낼 각오를 하고 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을 끌어들일 생각이 없었다. 그렇지 않으면 나중에 일이 더 복잡하게 꼬이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염우영이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고, 그에게 이런 방식으로 자극을 준다고 해도 뭐가 달라지겠는가?
그녀의 동의를 얻은 염우영은 갑자기 숨이 트였고 마음속에는 강렬한 기대감이 생겼다!
엄마에게 아내를 보여드려야 완전히 안심할 수 있지 않을까?
한편, 집으로 돌아간 장미란은 또 엄마의 잔소리를 들어야 했다.
유숙빈은 남존여비 사상을 갖고 있는 가정주부이다. 유숙빈이 딸에게 계속 맞선을 보게 하는 건 장미란이 빨리 재벌 2세와 결혼해서 고가의 예물을 받으면 그걸로 아들을 장가보내기 위해서이다.
그래서 유숙빈도 그날 염우영이 상대방에게 십칠억을 돌려줬다는 말을 듣고 장미란과 같은 반응을 보였다.
장무현은 화가 치밀어 머리카락까지 움켜쥐었다!
세상에 어떻게 그런 멍청한 사람이 있을 수 있단 말인가?
그는 미래의 형부가 가져온 예물로 집도 사고 차도 사기만을 기다리고 있단 말이다!
“엄마, 걱정 마! 나 지금 회사에서 잘 나가, 이번에 프로젝트 담당자로 승진도 했어!”
엄마가 또 맞선을 보라고 다그칠까 봐 장미란은 얼른 말했다,
“이 프로젝트만 잘 끝내면 보너스로 오천만 원 받을 수 있어. 어쩌면 더 승진하고 월급도 올릴 수 있을지도 몰라.”
장미란이 바로 운건 회사 새 프로젝트의 담당자이다.
말단 직원에서 담당자로 발탁된 그녀는 회사 고위층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사실은 천강 그룹이 프로젝트 기간을 너무 빠듯하게 잡아 프로젝트 진척이 지연되면서 이전 프로젝트 담당자가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퇴사한 것이다.
아무도 이 골치 아픈 일을 하고 싶어 하지 않을 때, 고위층들은 높은 보너스를 미끼로 아무나 총알받이를 할 사람을 찾은 것이다.
다만 장미란은 그것조차 모르고 아직도 승진의 기쁨에 젖어 있었다.
“정말?”
장미란의 말에 장무현은 갑자기 튀어나왔다!
누나가 보너스 오천만 원을 전부 그에게 준다면 괜찮은 차 한 대는 뽑을 수 있을 텐데 말이다!
“물론이지, 어쨌든 우리 동생 결혼식은 누나한테 맡겨!”
장미란은 등을 꼿꼿이 펴고 우쭐대며 말했다.
“누나! 너무 좋아! 사랑해!”
“미란아, 그럼 우린 너만 믿는다!”
가족들은 장미란에게 기대가 가득했다.
장미란도 가슴이 벅찼고 앞으로 꽃길만 걷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잠 못 이룰 뻔했다.
다음 날 회사에 출근한 장미란은 천강 그룹으로부터 메일을 받았다.
천강 그룹 프로젝트의 담당자는 오늘 저녁 여덟 시에 만나자고 약속을 잡았고 장소는 마침 지난번에 맞선을 봤던 카페였다.
장미란은 상대방이 왜 그런 곳에서 공적인 얘기를 나누자고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것도 밤에 말이다.
설마 상대방이 이미 그녀가 미인이라는 걸 알고 공적인 일을 핑계 삼아 그녀를 꼬시려는 걸까?
생각해 보니 그럴 가능성이 아주 높았다!
그녀가 운건 회사의 수많은 남자 직원들 마음속 여신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그 생각에 장미란은 퇴근 후 짙은 메이크업을 했고 그날 염우영과 맞선을 볼 때보다 더 예쁘게 꾸몄다.
밖에 나가기 전, 그녀는 영혼까지 끌어모아 가슴골을 만들었고 거울 앞에서 예쁜 척을 하더니 그제야 만족스러운 듯 차를 타러 갔다.
장미란은 욕심이 있는 여자이다. 상대방은 회사의 고객이고 또한 어느 정도 권력을 지닌 남자이다. 만약 상대방의 비위를 잘 맞춘다면 지금의 담당자의 자리는 물론이고 어쩌면 이 기회로 계속 승승장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설레는 마음을 안고 장미란은 다시 카페의 8번 테이블로 향했다!
그러나 오 분 정도 기다렸는데도 상대방은 나타나지 않았다.
마음이 조급해진 장미란은 시계를 확인하고는 갑자기 고개를 들었고, 이때 눈앞에 놀랍게도 비슷한 장면이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