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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빚을 탕감할 수 있는 방법

  • 진유월은 핸드폰을 잠금해제하고 염우영의 손에 던져주었다.
  • 핸드폰을 받아 든 염우영이 위의 자료와 내용을 보기도 전에 진유월의 거부하면 안 될 것 같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 “이 프로젝트 빨리 진행될 수 있도록 재촉해 줘요. 한 달 안에 끝낼 수 있도록!”
  • 염우영은 깜짝 놀라 얼른 프로젝트 내용을 확인했다.
  • 천강 그룹 대형 전략 창고를 짓는 걸 운건 회사에 의뢰했고 계약금액은 천칠백억에 달하며 완료 시간은 이번 달 말이었다.
  • 그런데 상대방은 이틀 전 천강 그룹에 프로젝트를 제시간에 끝낼 수 없다는 답변을 주었다!
  • 염우영은 이해가 안 된다는 듯 물었다.
  • “만약 운건 회사에서 약속된 시간에 프로젝트를 완성시키지 못하면 천강 그룹은 모든 자금을 회수할 수 있고 상대방에게 위약금으로 팔십억 오천만 원을 청구할 수 있는데 왜 굳이 프로젝트를 빨리 진행하게끔 재촉하라는 거죠?”
  • 염우영의 질문에 진유월은 어이없다는 듯 웃었고 확신에 찬 눈빛으로 말했다.
  • “이 전략 창고가 제시간에 완성되지 못할 경우, 천강 그룹의 미래에 감히 짐작할 수도 없는 이익적 손실을 가져다줄 거예요. 팔십억 정도로 메울 수 있는 손해가 아니라고요. 알겠어요?”
  • 염우영은 그녀의 눈빛에 감탄했다.
  • 그녀는 대기업의 임원답게 남자들한테서도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야망이 있었다!
  • 아무것도 하지 않고 팔십억을 벌었을 때, 다른 관리자는 어쩌면 만족했을지도 모르지만 진유월은 더 큰 이익을 얻으려 했다!
  • 전에 맞선을 볼 때 진유월은 그녀가 일 년에 오천억을 번다고 했었다. 그때 염우영은 전혀 믿지 않았었는데 그녀는 어쩌면 진짜 그런 능력을 가졌을지도 모른다는 걸 이제야 알게 되었다.
  • 하지만 아쉽게도 그녀가 번 돈은 모두 회사의 소유이지 그녀의 호주머니로 들어가는 건 아닌 듯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왜 큰 별장이 아닌 이백 평짜리 아파트에 살겠는가!
  • “유월 씨, 저를 너무 과대평가한 것 아닙니까?”
  • 염우영은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
  • “천강 그룹에는 전문 프로젝트 담당자가 있을 텐데 그들도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산부인과 의사인 제가 어떻게 해결할 수 있겠어요?”
  • “참 못났네요!”
  • 진유월은 실망하고 한숨을 쉬었다.
  • 다른 남자가 이렇게 대답했다면 그녀는 아무렇지도 않았을 것이다.
  • 하지만 이 남자는 그녀의 남편이기 때문에 그녀에게는 그래도 조금은 특별하다!
  • 이 프로젝트는 아주 중요하다. 진유월은 천강 그룹의 대표로서 프로젝트가 실패하는 걸 절대 두고 볼 수 없다.
  • 그녀는 여러 사람들을 보내 프로젝트의 진행을 재촉했지만 모두 성과가 없었다.
  • 원래 그녀는 이 프로젝트가 실패했다는 사실을 받아들였지만, 방금 염우영이 그렇게 심하게 다쳤는데도 눈 하나 깜짝 안 하는 모습을 보니 문득 이 남자가 그날 다섯 명의 깡패들을 상대할 때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던 모습이 떠올랐다. 그는 정의감 넘치는 강한 남자이기에 그녀는 비로소 그에게 한 치의 비현실적인 기대를 갖게 된 것이다!
  • “잠깐만요!”
  • 그녀의 실망한 눈빛을 보니 염우영도 마음이 편치 않아 곧바로 그녀를 불러 세웠다.
  • “내가 유월 씨를 도와 이 프로젝트를 약속된 시간 안에 진행시켜 볼게요. 대신 성공하면 내 조건을 하나 들어줘요!”
  • 진유월은 조금 흥분한 남자를 돌아보고는 자기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다.
  • 그녀의 업신여김이 이 남자의 투지를 불태웠을까?
  • “어떤 조건이죠?”
  • “내 아내의 신분으로 우리 집에 가서 엄마와 누나를 만나줘요.”
  • 염우영은 그녀를 쳐다보며 단호하게 말했다.
  • 이건 그에게 주어진 최고의 기회이다. 만약 이번 기회를 놓친다면 염우영은 이 여자가 언제 그와 함께 집에 가줄지 알 수 없었다.
  • 진유월은 그를 한참이나 쳐다보았고 안색이 여러 번 바뀌더니 비로소 입을 열었다.
  • “콜!”
  • 진유월은 마음속으로 아직 이 결혼을 인정하지 않았고, 심지어 언제든 끝낼 각오를 하고 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을 끌어들일 생각이 없었다. 그렇지 않으면 나중에 일이 더 복잡하게 꼬이게 될 것이다!
  • 하지만 그녀는 염우영이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고, 그에게 이런 방식으로 자극을 준다고 해도 뭐가 달라지겠는가?
  • 그녀의 동의를 얻은 염우영은 갑자기 숨이 트였고 마음속에는 강렬한 기대감이 생겼다!
  • 엄마에게 아내를 보여드려야 완전히 안심할 수 있지 않을까?
  • 한편, 집으로 돌아간 장미란은 또 엄마의 잔소리를 들어야 했다.
  • 유숙빈은 남존여비 사상을 갖고 있는 가정주부이다. 유숙빈이 딸에게 계속 맞선을 보게 하는 건 장미란이 빨리 재벌 2세와 결혼해서 고가의 예물을 받으면 그걸로 아들을 장가보내기 위해서이다.
  • 그래서 유숙빈도 그날 염우영이 상대방에게 십칠억을 돌려줬다는 말을 듣고 장미란과 같은 반응을 보였다.
  • 장무현은 화가 치밀어 머리카락까지 움켜쥐었다!
  • 세상에 어떻게 그런 멍청한 사람이 있을 수 있단 말인가?
  • 그는 미래의 형부가 가져온 예물로 집도 사고 차도 사기만을 기다리고 있단 말이다!
  • “엄마, 걱정 마! 나 지금 회사에서 잘 나가, 이번에 프로젝트 담당자로 승진도 했어!”
  • 엄마가 또 맞선을 보라고 다그칠까 봐 장미란은 얼른 말했다,
  • “이 프로젝트만 잘 끝내면 보너스로 오천만 원 받을 수 있어. 어쩌면 더 승진하고 월급도 올릴 수 있을지도 몰라.”
  • 장미란이 바로 운건 회사 새 프로젝트의 담당자이다.
  • 말단 직원에서 담당자로 발탁된 그녀는 회사 고위층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 사실은 천강 그룹이 프로젝트 기간을 너무 빠듯하게 잡아 프로젝트 진척이 지연되면서 이전 프로젝트 담당자가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퇴사한 것이다.
  • 아무도 이 골치 아픈 일을 하고 싶어 하지 않을 때, 고위층들은 높은 보너스를 미끼로 아무나 총알받이를 할 사람을 찾은 것이다.
  • 다만 장미란은 그것조차 모르고 아직도 승진의 기쁨에 젖어 있었다.
  • “정말?”
  • 장미란의 말에 장무현은 갑자기 튀어나왔다!
  • 누나가 보너스 오천만 원을 전부 그에게 준다면 괜찮은 차 한 대는 뽑을 수 있을 텐데 말이다!
  • “물론이지, 어쨌든 우리 동생 결혼식은 누나한테 맡겨!”
  • 장미란은 등을 꼿꼿이 펴고 우쭐대며 말했다.
  • “누나! 너무 좋아! 사랑해!”
  • “미란아, 그럼 우린 너만 믿는다!”
  • 가족들은 장미란에게 기대가 가득했다.
  • 장미란도 가슴이 벅찼고 앞으로 꽃길만 걷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잠 못 이룰 뻔했다.
  • 다음 날 회사에 출근한 장미란은 천강 그룹으로부터 메일을 받았다.
  • 천강 그룹 프로젝트의 담당자는 오늘 저녁 여덟 시에 만나자고 약속을 잡았고 장소는 마침 지난번에 맞선을 봤던 카페였다.
  • 장미란은 상대방이 왜 그런 곳에서 공적인 얘기를 나누자고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것도 밤에 말이다.
  • 설마 상대방이 이미 그녀가 미인이라는 걸 알고 공적인 일을 핑계 삼아 그녀를 꼬시려는 걸까?
  • 생각해 보니 그럴 가능성이 아주 높았다!
  • 그녀가 운건 회사의 수많은 남자 직원들 마음속 여신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 그 생각에 장미란은 퇴근 후 짙은 메이크업을 했고 그날 염우영과 맞선을 볼 때보다 더 예쁘게 꾸몄다.
  • 밖에 나가기 전, 그녀는 영혼까지 끌어모아 가슴골을 만들었고 거울 앞에서 예쁜 척을 하더니 그제야 만족스러운 듯 차를 타러 갔다.
  • 장미란은 욕심이 있는 여자이다. 상대방은 회사의 고객이고 또한 어느 정도 권력을 지닌 남자이다. 만약 상대방의 비위를 잘 맞춘다면 지금의 담당자의 자리는 물론이고 어쩌면 이 기회로 계속 승승장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 설레는 마음을 안고 장미란은 다시 카페의 8번 테이블로 향했다!
  • 그러나 오 분 정도 기다렸는데도 상대방은 나타나지 않았다.
  • 마음이 조급해진 장미란은 시계를 확인하고는 갑자기 고개를 들었고, 이때 눈앞에 놀랍게도 비슷한 장면이 나타났다!
  • 염우영이 또 나타났다!
  • 뿐만 아니라 이 남자는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지각했는데도 미소를 지으며 그녀 앞에 앉았다.
  • 헐!
  • 이게 지금 무슨 상황이란 말인가?
  • 장미란은 어안이 벙벙해서 눈을 휘둥그레 뜬 채 염우영을 쳐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