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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홀로 온시윤을 찾으러 간 한이

  • “응.”
  • 반진혁은 건성으로 대답했다.
  • 그는 며칠이 지나면 반민한이 그 여자를 자연스레 잊을 거라고 생각했다.
  • 반진혁은 낯선 그 여자가 반민한의 기억에 그리 오래 남아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 그러나…
  • 반진혁은 무려 3일 동안 집에서 아들과 시간을 함께 보냈지만 반민한은 여전히 온시윤을 찾으러 가는 걸 잊지 않았다.
  • 반진혁은 몇 번이나 핑계를 대며 둘러댔지만 결국 화가 난 반민한은 더 이상 그와 말을 섞지 않았고 방에 틀어박혀 아무도 만나지 않았다.
  • 굳게 닫힌 방문을 보며 반진혁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다.
  • 오늘 글로벌 미팅이 몇 개 잡혀있어 그는 반드시 회사에 다녀와야 했다.
  • 반진혁은 집사를 불러 지시를 내렸다.
  • “한이 잘 지켜봐 주세요. 함부로 하지 못하게 하고 뜻밖의 상황이 생기면 바로 연락 주세요.”
  • “네!”
  • 진 씨 아저씨가 고개를 끄덕였다.
  • 반진혁은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나 곧장 밖으로 향했다.
  • 훤칠하게 뻗은 그림자는 곧 럭셔리한 벤틀리에 몸을 실었다.
  • 차는 이내 출발했다.
  • 이때, 토라져서 방에 틀어박혀 있던 반민한은 2층 베란다에 엎드려 아빠의 차가 멀어지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 차가 완전히 시야에서 사라지자 반민한은 곧바로 방으로 돌아왔고 미리 준비해둔 슈퍼맨 가방을 메고 뒷마당 벽에 뚫린 구멍을 통해 몰래 빠져나왔고 컴퓨터로 집 안의 모든 CCTV 기록을 지워버렸다.
  • 이틀 사이에 그는 이미 인터넷에서 예쁜 아줌마 악단의 주소를 찾아냈다.
  • 아빠가 그를 데려가지 않으니, 그는 혼자 가기로 했다!
  • 성공적으로 빠져나온 반민한은 통통한 손을 탁탁 털고는 오만하게 말했다.
  • “흥, 이렇게 하면 날 가둘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나 보지, 내가 누군데!”
  • 집을 나서자마자 반민한은 콜택시를 불렀고 200킬로미터나 떨어진 하모니 악단으로 향했다.
  • 두 시간 후, 반민한은 마침내 차에서 내려 하모니 악단 입구에 도착했다.
  • 반민한은 그의 작은 가방을 메고 빌딩으로 들어갔고 고개를 젖히고 앳된 목소리로 안내 프런트에 물었다.
  • “아줌마, 난 엄마 찾으러 왔어요. 엄마 이름은 온시윤이고 여기서 일해요! 엄마한테 연락 좀 해주시겠어요?”
  • 반민한을 본 데스크 직원은 그를 무척이나 귀엽게 쳐다봤다. 다만 그가 온시윤의 아들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직원은 깜짝 놀랐다.
  • 온시윤은 몇 년 동안 줄곧 이곳에서 일해왔지만 그녀에게 이렇게 귀여운 아들이 있다는 사실은 들어본 적이 없었다.
  • “꼬마야, 너 혼자 왔어? 잠깐만 기다려, 내가 지금 엄마한테 전화해줄게.”
  • “네, 고마워요 아줌마!”
  • 말을 마친 반민한은 프런트에 서서 기다렸다.
  • 온시윤은 연락을 받았을 때만 해도 공연을 관람한 손님이 찾아온 줄로만 알았지만 프런트 직원의 말에 깜짝 놀랐다.
  • “온시윤 씨, 아드님이 찾아왔어요. 혼자서 왔던데, 빨리 이리로 와 보세요. 흉흉한 사회인데 아이를 잘 보살펴야죠.”
  • “아…”
  • 온시윤은 몇 초 동안 멍하니 있다가 입을 열었다.
  • “네네, 지금 바로 갈게요.”
  • 그녀의 아이는 이미 5년 전에 빼앗겼으니, 다른 아이가 엄마를 잘못 찾아서 그녀를 찾아온 것이 아닐까?
  • 온시윤은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이니 인신매매범에게 유괴를 당하느니 그녀가 가보기로 했다.
  • 곧 악단에 도착한 온시윤은 문을 들어서자마자 반민한을 봤다.
  • 온시윤의 동공은 확대됐고 깜짝 놀라 그 자리에 휘둥그레 서 있었다.
  • 이 꼬마 녀석이 여기까지 어떻게 왔지?
  • 온시윤을 본 반민한은 바로 유쾌하게 웃기 시작했고 오히려 들떠 보였다.
  • 그는 의자에서 미끄러져 내려와 작은 가방을 메고 짧은 다리를 내디디며 쏜살같이 달려와 온시윤의 허벅지를 덥석 껴안고는 애교 섞인 달콤한 목소리로 말했다.
  • “예쁜 아줌마, 드디어 왔군요!”
  • 온시윤은 마음이 녹아내릴 것 같았다. 그녀는 몸을 웅크리고 앉아 반민한과 눈을 마주쳤다.
  • “꼬마야, 여긴 어떻게 왔어?”
  • “아빠가 날 아줌마한테 데려다줄 시간이 없어서 내가 혼자 찾으러 왔어요!”
  • 반민한이 입을 삐쭉 내밀고 말했다.
  • 혼자?
  • 온시윤은 잘못 들은 것이 아닌가 싶어 자신의 귀를 의심했고 머리카락이 곤두섰으며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 얼마나 겁이 없으면 여기까지 혼자 올 생각을 한단 말인가!
  • 게다가 반 씨 가문 사람들이 꼬마를 잃어버렸다는 걸 알면 얼마나 마음이 조급할까?
  • 그녀의 머릿속에는 자기도 모르게 차가움의 극치였던 반진혁의 얼굴이 떠올랐고 온시윤은 괜스레 덜컥 겁이 났다.
  • 그녀는 급히 반민한을 설득시켰다.
  • “한아, 이렇게 혼자 나오면 안 돼. 아줌마가 다시 데려다줄게.”
  • “아니요! 싫어요…”
  • 온시윤이 그를 다시 데려다주겠다는 말에 반민한은 온시윤을 꼭 껴안았고 입을 오므린 채 서러운 얼굴로 그녀를 올려다보며 물었다.
  • “아줌마, 왜 날 쫓아내는 거예요? 내가 싫어요?”
  • "당연히 아니지, 그럴 리가! 아줌마도 한이가 좋아.”
  • 온시윤은 연거푸 그를 위로했다.
  • 반민한은 삐졌는지 뚱한 표정으로 말했다.
  • “그럼 아줌마는 왜 나한테 인사도 안 하고 갔어요?”
  • “나중에 내가 아줌마랑 작별 인사를 하려고 아빠한테 아줌마 찾으러 가자고 했는데, 결국 못 찾았잖아요…”
  • 온시윤은 멈칫했다.
  • 꼬마 녀석이 그녀를 찾았단 말인가?
  • 그날 공연이 끝나고 악단 사람들은 전부 배에서 내렸고 그녀도 내리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 그러나 반민한한테는 작별 인사도 없이 떠나버린 꼴이 되었다.
  • 온시윤은 입꼬리를 올리고 부드럽게 웃으며 반민한을 다독였다.
  • “한아, 그건 네가 오해한 거야. 이렇게 사랑스러운 널 좋아하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겠어. 단지 아줌마는 네가 이렇게 혼자 뛰쳐나오는 게 위험한 것 같아 하는 얘기야.”
  • “생각해 봐, 만약 네 아빠가 경찰에 신고라도 하면 아줌마는 아이를 유괴한 유괴범이 되지 않을까?”
  • 반 씨 가문의 꼬마 도련님을 납치한다?
  • 간이 배 밖으로 나오지 않고서야 그런 일은 상상도 할 수 없을 것이다!
  • 그러자 반민한은 가슴을 두드리며 믿음직한 어른의 모습을 그럴듯하게 흉내 냈고 큰소리를 땅땅 쳤다.
  • “겁먹을 필요 없어요, 아줌마. 아줌마는 내가 지켜줄게요, 아빠는 아줌마를 괴롭힐 수 없어요!”
  • 온시윤은 ‘풉’하고 소리 내어 웃었고 눈가에는 사랑스러움이 가득했다.
  • 그녀는 손을 내밀어 반민한의 야들야들한 얼굴을 어루만졌다. 꼬마가 자신을 보호해 주겠다고 나서니 그녀는 당연히 기뻤다.
  • 다만 부적절하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었다.
  • 온시윤은 잠시 고민하더니 계속해서 물었다.
  • “한아, 아빠 전화번호를 아줌마한테 알려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