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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지금 누구더러 사생아라고 한 거야?

  • 반민한은 고민하는 척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 “네, 아빠. 아줌마도 할 일이 있으니까 내가 이렇게 귀찮게 굴면 안 될 것 같아요.’
  • 그 말을 들은 온시윤은 옆에서 말없이 웃었다.
  • 반민한은 나이는 어리지만 당차서 무슨 말이든 할 줄 알았다.
  • 반진혁이 허락하자 반민한은 드디어 웃으면서 환호를 했다.
  • “아줌마랑 같이 밥을 먹을 수 있어서 너무 좋아요.”
  • 온시윤의 입꼬리도 살짝 올라갔고 이내 쪼그리고 앉아 조심스레 반민한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 점심시간이 되기 전까지 반민한은 쉴 새 없이 질문을 해댔다.
  • “아줌마, 여기가 아줌마가 평소에 출근하는 곳이에요? 구경시켜주면 안 돼요?”
  • “당연히 되죠, 꼬마 도련님!”
  • 이동준이 재빨리 대답했다.
  • “한이가 구경하고 싶다면 당연히 문제없지, 아줌마가 구경시켜 줄게.”
  • 말을 마친 온시윤은 반민한을 안고 악단의 여러 팀을 구경시켜 주었다.
  • 반진혁은 계속 그들을 따라다녔고 온시윤은 눈치가 많이 보였다.
  • 반진혁이 그녀와 반민한이 가깝게 지내는 걸 싫어한다는 걸 알기에 그녀는 반민한을 가만히 안고만 있을 뿐 너무 다정하게 대할 수는 없었다.
  • 반면 반민한은 온시윤에게 많이 기대고 있었다.
  • 작은 손은 자연스럽게 온시윤의 목에 걸쳤고 구경하는 동안 내내 이것저것 물었다. 온시윤은 인내심 있게 하나씩 대답해 주었다.
  • 한 바퀴 돌고 나니 드디어 점심시간이 되었다.
  • 온시윤은 이제 점심 먹으러 가면 되겠다고 속으로 생각하고 있던 그때, 프런트 직원이 그녀를 찾아왔다.
  • “온시윤 씨, 밖에 누가 찾아왔어요.”
  • 온시윤은 의아했다. 점심시간에 그녀를 찾아올만한 사람이 누가 있던가?
  • “반 대표님,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금방 다녀올게요.”
  • 말을 마친 온시윤은 반민한을 내려놓고 악단 프런트로 가 누군지 확인했다.
  • 나와서 확인해 보니 그녀를 찾아온 사람은 다름 아닌 의복 동생 온서아와 새어머니 유홍설이었다!
  • 두 사람을 보자마자 온시윤의 안색은 바로 어두워졌고 손에 쥔 주먹도 어느새 점점 힘이 들어갔다!
  • 두 사람이 입을 열지 않아도 그녀는 그들이 찾아온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다!
  • 분명 그 12억 때문일 것이다!
  • 온시윤의 생각이 맞았다. 두 사람은 확실히 그 12억 때문에 찾아온 것이다!
  • 유홍설은 온시윤을 덥석 잡아당기며 막돼먹은 여자처럼 말했다.
  • “이 천한 년아, 너 정말 못돼먹은 계집애구나! 감히 유람선에서 서아를 모함해서 우리 서아가 이유 없이 12억을 배상하게 만들어?”
  • 유홍설은 거금을 들여 온서아를 그 유람선에 태웠다. 목적은 온서아가 상류 사회의 사람들과 친분을 쌓고 금수저 사위를 낚기 위함이었다.
  • 그러나 온서아는 금수저 사위를 낚기는커녕 되려 12억을 배상했다!
  • 지금 온 씨 가문의 상황으로 봤을 때 그야말로 엎친 데 덮친 격이다!
  • 그 말을 들은 온시윤은 냉소를 터뜨렸다.
  • “유홍설 씨, 정확히 얘기하셔야죠. 당신 딸이 연회장에서 반 씨 여사님의 바이올린을 망가뜨렸는데, 배상하는 게 정상 아닌가요?”
  • 그 말을 들은 유홍설은 더욱 화가 치밀었고 언성을 높여 호통을 쳤다.
  • “네가 그런 말을 할 낯짝이 있어? 분명 네가 등신같이 조심하지 않아 바이올린을 망가뜨려 놓고 감히 네 동생한테 뒤집어 씌워? 온시윤, 넌 양심이란 게 있기는 하니?”
  • “너 이 계집애, 오늘 12억 내놓지 않으면 내가 거칠게 대했다고 탓하지 마!”
  • “하, 손찌검도 하시게요?”
  • 온시윤이 차갑게 그녀를 노려보자 유홍설의 눈빛은 점차 사악해졌다.
  • “자, 이제 이 여자를 데려가!”
  • 말이 끝나기 바쁘게 문밖에서 검은 옷을 입은 보디가드 차림을 한 건장한 남자 두 명이 들어왔다.
  • 이 두 사람은 유홍설이 임시 고용한 사람이다.
  • 사실 오늘 여기로 찾아온 건 12억을 찾아오기 위한 것만이 아니었고 유홍설에겐 또 다른 목적이 있었다.
  • 온 씨 가문은 최근 실적이 좋지 않았고 회사의 발전을 위해 한 거래처 대표의 아들과 혼인을 추진하려고 하고 있다.
  • 그 거래처 대표는 집안도 좋고 세력도 있었지만 아쉽게도 아들이 어렸을 때 고열로 인해 머리가 다쳐 바보가 되었다!
  • 원래 이 혼인은 온서아가 시집가는 것이었다.
  • 하지만 온서아는 원하지 않았고, 하여 온시윤을 잡아서 온서아 대신 시집을 보낼 작정이었다.
  • 두 명의 보디가드는 온시윤의 손을 꽉 붙잡았고 온시윤은 전혀 두 사람의 상대가 아니었다.
  • 온시윤의 안색은 어두워졌고 힘껏 발버둥 치며 소리를 질렀다.
  • “유홍설 씨, 지금 뭐 하는 거예요, 이거 당장 놔요!”
  • 다급한 상황에 프런트 직원도 얼른 높게 소리를 질렀다.
  • “경비 아저씨, 경비 아저씨!”
  • 경비원은 아래층에 있어서 그렇게 빨리 도착하지 못했고 오히려 반민한이 먼저 나왔다.
  • 온시윤이 괴롭힘을 당하는 것을 본 그는 바로 노기등등해서 달려왔다.
  • “예쁜 아줌마 놔줘요! 아줌마 데려가지 마요!”
  • 그 말을 들은 온서아는 고개를 돌려 반민한을 봤고 순간 표정이 굳어졌다!
  • 그러나 그녀가 반응을 하기도 전에 유홍설은 바로 손을 뻗어 반민한을 밀쳤다.
  • “얘는 어디서 튀어나온 거야, 저리 비켜!”
  • 반민한은 그대로 바닥에 털썩 넘어졌다!
  • “유홍설 씨, 당신 미쳤어요? 어떻게 애한테까지 손찌검을 해요!”
  • 온시윤은 있는 힘껏 속박에서 벗어났고 얼른 반민한을 품에 안은 채 마음 아파하며 물었다.
  • “한아, 아파?”
  • 반민한은 얌전하게 고개를 흔들었다.
  • “안 아파요.”
  • 말은 그렇게 했지만 온시윤은 꼬마 녀석의 팔꿈치가 빨갛게 달아오른 것을 보았다.
  • 유홍설은 자신이 무슨 사고를 쳤는지도 모른 채 점점 날뛰며 화를 냈다.
  • “오늘은 내가 누구한테 손을 대든 내 맘이야, 누가 상관할 수 있겠어?”
  • 온시윤의 눈빛은 싸늘했다.
  • “당신이 한 짓에 대가를 치르게 될 거예요!”
  • 유홍설은 온시윤이 자신의 아이를 아끼는 듯한 모습에 입꼬리를 올렸고 비아냥거리며 말했다.
  • “왜? 그냥 한 번 밀었을 뿐인데 네가 왜 그렇게 싸고돌아? 저 아이가 네 사생아라도 되나 보지?”
  • 순간 훤칠한 그림자가 온몸에 한기를 풍기며 천천히 걸어왔고 지옥에서 흘러나오는 듯한 음산한 목소리가 들려왔고 유홍설이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였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 같았다.
  • “당신, 지금 누구더러 사생아라고 한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