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

+ 서재에 추가하기

이전 화 다음 화

제6화 저 여자가 한이한테 한 발자국도 접근하지 못하게 해

  • “그건…”
  • 온시윤은 반진혁을 힐끔 쳐다보았고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
  • 꼬마 녀석의 눈시울은 순식간에 붉어졌다. 그는 작은 입술을 오므리고 스스로 눈물을 삼키려고 노력하는 것 같았지만 결국 눈물은 흘러내리고 말았다.
  • 그 표정에 온시윤은 가슴이 찢어질 것 같았다.
  • 지켜보던 반진석도 마음이 아팠고 얼른 반진혁을 설득했다.
  • “그냥 안고 있는 것뿐이잖아 형, 뭘 그렇게 긴장해. 이 아가씨는 공연도 해야 한다고 하니 이따가 바로 무대에 올려보내면 되잖아. 우리 한이가 서럽게 우는 것 좀 봐! 나중에 엄마가 한이 눈이 빨개진 걸 보면 분명 또 화를 내실 거야.”
  • 반진혁의 미간이 순식간에 좁혀졌고 차갑고 날카로운 눈빛은 그대로 온시윤을 향했다.
  • 이 여자,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 무슨 수를 썼길래 한이가 그녀가 아니면 안 된다고 하는 걸까?
  • 그러나 반민한이 눈물을 흘리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았던 반진혁은 어쩔 수없이 냉담함을 유지하며 말했다.
  • “실례가 안 된다면 온시윤 씨가 잠시 한이랑 있어주세요. 철이 없어 치근덕거려도 나무라지 마시고요.”
  • 온시윤은 바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 “천만에요, 실례라니요, 저는 전혀 괜찮습니다.”
  • 온시윤도 반민한을 좋아하니 전혀 귀찮지는 않았다.
  • 다만 그녀는 조금 의외였다. 생판 모르는 사람이 자신의 아이를 안고 있는 걸 반진혁이 허락하다니!
  • 반민한은 그렇게 많은 생각을 하지 않았고 기분이 다시 좋아진 그는 말랑말랑한 앳된 목소리로 말했다.
  • “아빠 감사합니다!”
  • 그는 이내 다시 기뻐하며 온시윤을 바라보았다.
  • “아줌마, 바이올린 필요하잖아요, 우리 할머니가 갖고 있는 바이올린 보여줄게요. 안에 바이올린이 엄청 많으니까 아줌마 맘에 드는 걸로 마음대로 골라 봐요.”
  • 온시윤은 고개를 끄덕였다.
  • 반민한은 기분이 더욱 좋아졌고 하얗고 부드러운 작은 손을 내밀어 온시윤에게 길을 알려주었다.
  • 두 사람은 반 씨 여사님의 바이올린 방으로 들어갔다.
  • 반진석과 반진혁은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서로를 쳐다보았다.
  • 반진석은 자기도 모르게 감탄했다.
  • “한이 너무 대범한 거 아니야? 저건 우리 엄마가 아끼는 바이올린들이잖아. 평소에 사람들은 근처에도 못 가게 하고 만지게도 못 하다가 오늘은 한이 생일 기념으로 전시를 한 건데 한이가 저렇게 아무나 데리고 들어가도 돼?”
  • 반진혁의 안색은 어두워졌고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히 앞에서 말을 주고받는 두 사람의 모습을 지켜보았다.
  • 그는 옆에 있던 보디가드에게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 “좀 전에 있었던 일 사실대로 말해, 하나도 빠뜨리지 말고!”
  • 대충 대답하고 넘길 수 없는 보디가드는 반민한이 온시윤을 만나게 된 상황에 대해 하나도 빠트림 없이 전부 되풀이해서 말했다.
  • 반진혁의 미간은 차갑게 찌푸려졌다.
  • 듣자 하니, 이 여자는 아무것도 한 게 없는 것 같았고 오히려 반민한이 먼저 그녀에게 다가가 허물없이 대한 것이었다.
  • 그러나 평소 모르는 사람과는 절대 사이좋게 지내는 법이 없는 녀석이 왜 이 여자한테만 이렇듯 특별하게 대한단 말인가?
  • 생각에 잠겨있던 그때, 옆에 있던 반진석이 문득 무언가 생각난 듯했다.
  • 그는 턱을 매만지며 나지막하게 말했다.
  • “전에 한이가 어느 바이올린 연주자를 지목해 독주를 해달라고 한 적이 있는데, 설마 그 바이올리니스트가 방금 전 그 여자는 아니겠지? 그렇다면…한이는 전에도 저 여자를 본 적이 있다는 얘기잖아?”
  • 그 말을 들은 반진혁의 안색은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 “형! 이 여자 이상하지 않아? 우리 한이한테 접근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 같으니까 방심해서는 안 돼.”
  • 반진혁이 차가운 목소리로 지시를 내렸다.
  • “공연이 끝나고 나면 저 여자가 한이한테 한 발자국도 접근하지 못하게 해!”
  • “알겠어, 내가 잘 처리할게.”
  • 반진석은 얼른 대답했고 엄숙한 표정을 지었다.
  • 바이올린 전시방.
  • 온시윤은 눈을 뗄 수 없는 값비싼 바이올린들을 보고 입을 다물지 못했다.
  • 여기에 전시된 바이올린 중 가장 값이 싼 것도 몇 억은 하는데, 만약 문제라도 생긴다면 그녀가 어떻게 배상할 수 있겠는가.
  • “저기 저 바이올린 내려줘요.”
  • 이때, 반민한은 가장 높은 곳에 있는 바이올린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뒤에 있는 보디가드에게 지시했다.
  • 보디가드는 바로 바이올린을 내려주었다.
  • “아줌마한테는 이 바이올린이 잘 어울려요.”
  • 반민한이 온시윤을 보며 말했다.
  • 그 바이올린을 확인한 온시윤은 깜짝 놀랐다.
  • 이것은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바이올린이고 그 가치는 20억을 훌쩍 뛰어넘는다!
  • 그런 바이올린으로 연주를 하다가 문제라도 생긴다면 그녀가 어떻게 감당할 수 있겠는가?
  • 반진혁과 반진석은 문 옆에 서서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 반민한의 고집과 온시윤의 망설임을 본 반진혁은 퉁명스러운 말투로 입을 열었다.
  • “온시윤 씨, 오늘은 한이의 생일이고 한이가 이 바이올린이 마음에 든다고 하니 이걸로 연주해 주시죠.”
  • 그의 절대적이고 강경한 말투에서 반박하지 말라는 뉘앙스가 느껴졌다.
  • 그의 말을 듣고 다시금 망설이던 그녀는 어쩔 수 없이 바이올린을 받아 들었다.
  • “그럼…그렇게 할게요. 감사합니다, 반 대표님.”
  • 반진혁은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 “이 바이올린은 음색이 독특하니, 온시윤 씨도 실력 발휘를 잘 하셔서 한이를 실망시키지 말아주셨으면 좋겠네요.”
  • 말을 마친 그는 손을 들어 손목시계를 확인하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 “파티는 이미 시작됐으니 온시윤 씨는 이제 돌아가서 준비하시죠. 저는 먼저 한이를 데리고 갈 테니 이따가 연회장에서 뵙죠.”
  • 말이 끝나자마자 그는 단호하게 온시윤의 손에서 꼬마 녀석을 안아왔다.
  • “아, 아줌마…연회장에서 만나요!”
  • 반민한은 아쉬운 듯 온시윤을 쳐다보았고 그녀와 떨어지고 싶지 않았다.
  • 그러나 반진혁은 그에게 항의할 기회조차 주지 않았고 그대로 돌아섰다. 그의 뒷모습은 단호했고 일말의 여지도 주지 않았다.
  • 온시윤은 그제야 한숨을 내쉬었다.
  • 그녀는 반진혁이 자신에 대한 경계심을 느낄 수 있었다.
  • 그러나 이해할 수 있었다.
  • 꼬마 도련님의 신분이 평범하지 않은 만큼, 특히 반 씨 가문과 같은 부잣집 가문에서는 더욱 신중을 가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