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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첫눈에 좋아하게 되다

  • 연회장, 연회가 순서대로 진행되고 있었다.
  • 중간까지 진행됐을 때쯤 사회자가 독주곡의 이름을 외치자 지루하기만 했던 반민한의 눈에 순식간에 생기가 돌았다.
  • “아빠, 예쁜 아줌마예요!”
  • 반진혁은 고개를 들었고 시선은 무대 쪽을 향했다.
  • 온시윤은 이미 우아한 베이지 컬러의 드레스로 갈아입었고, 허리라인이 돋보이는 드레스 디자인은 그녀의 각선미를 한껏 살렸다.
  • 그녀는 바이올린을 들고 우아한 자태로 무대 중앙으로 걸어갔다.
  • 조명이 그녀의 정교하고 하얀 얼굴을 비추자 비할 바 없이 아름다운 모습이 눈앞에 나타났다.
  • 그녀의 아름다운 모습에 반진혁의 칠흑 같은 눈동자에도 놀라움이 스쳐 지나갔다.
  • 자신을 향한 수많은 시선에 무대 위의 온시윤은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렇게 많은 거물들 앞에서 연주를 하는 것은 그녀도 이번이 처음이다.
  • 무심코 고개를 살짝 든 그녀의 눈에 무대 아래에 있는 반진혁이 들어왔다.
  • 그의 큰 키와 준수한 외모는 사람들 속에서도 눈에 띄었고 마치 제왕처럼 강한 카리스마를 뿜어내고 있었고 고귀하기 그지없었다.
  • 찰나의 순간, 온시윤의 두 눈이 반진혁과 마주쳤다.
  • 남자의 눈빛은 차갑고 깊었으며 소용돌이치는 깊은 바다처럼 한눈에 사람을 그 속으로 끌어들였다.
  • 온시윤의 심장 박동은 이유 없이 한 박자 멈추었다. 그녀는 재빨리 시선을 피했고 이내 반민한과 눈이 마주쳤다.
  • 꼬마 녀석은 높은 자리에 앉아 초롱초롱한 눈으로 그녀를 보고 있었고 눈빛 속에는 온통 기대로 가득 차 있었다.
  • 꼬마를 보니 온시윤도 순간 긴장감이 사라졌고 입가에 여유로운 미소를 띠었다.
  • 연주 시작하기 앞서 그녀는 마이크를 잡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 “오늘 이런 자리에서 연주를 하게 돼 영광입니다. 곧 들려드릴 연주곡은 오늘의 귀여운 생일 파티 주인공에게 바치며 그가 건강하고 즐겁게 무럭무럭 자라기를 바랍니다!”
  • “짝짝짝짝…”
  • 현장에 우레 같은 박수 소리가 울려 퍼졌다.
  • 온시윤은 가볍게 웃으며 허리를 굽혀 인사한 뒤 곧 무대 중앙에 섰다.
  • 그녀에게 스포트라이트가 비쳤다.
  • 온시윤은 바이올린 연주 자세를 취하고 연주 준비를 했다.
  • 곧 한 가닥의 감미로운 바이올린 선율이 빠르게 연회장 안에 퍼졌다.
  • 현장 분위기는 어느새 조용해졌고 모든 하객들은 마치 천상의 소리를 들은 듯 연주에 빠져들었다.
  • 무대 위의 여자는 흐릿한 달빛 아래의 요정처럼 이목구비가 정교했으며 자신만만하고 아름다운 모습은 눈부시게 빛이 났다!
  • 하객들은 아름다움으로 무장한 그녀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 더군다나 그녀의 손놀림을 통해 흘러나오는 선율은 아름답고 감동적이어서 사람들로 하여금 마치 그녀 연주 속의 아름다운 세계에 와 있는 듯한 기분이 들게 했다.
  • 모든 하객들은 이 순간을 즐기면서도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 반민한은 두 손으로 손뼉을 치면서 온시윤에게 박수갈채를 보냈고 흥분한 표정으로 반진혁을 향해 물었다.
  • “아빠, 아줌마 대단하죠?”
  • 반진혁은 그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고 오히려 반민한에게 물었다.
  • “전에 저 아줌마를 만난 적이 있어?”
  • 반민한은 얌전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 “네, 만났어요. 전에 증조할아버지랑 음악회 들으러 갔을 때 만났어요.”
  • 반진혁은 의심이 들어 몇 마디 더 물었다.
  • “그냥 보기만 했어? 말은 해본 적 없고?”
  • 반민한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단호하게 말했다.
  • “없어. 하지만 난 아줌마가 너무 좋아!”
  • 부자가 말을 하고 있을 때, 사람들 속에 있던 반 씨 가문 어르신은 눈을 가늘게 뜨고 무대 위의 온시윤을 지켜보고 있었다.
  • 어르신은 무언가 생각에 잠긴 듯했다!
  • 저 아가씨, 어디서 본 적이 있던가?
  • 왜 이렇게 낯이 익지?
  • 그가 깊은 생각에 빠지기도 전에, 뜨거운 박수 소리가 그의 생각을 중단시켰다.
  • 무대 위 바이올린 독주는 끝이 났다.
  • 온시윤은 음악 속에서 빠져나와 무대 아래를 향해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 반민한은 환호성을 질렀고 흥분한 채 고사리 같은 두 손으로 쉬지 않고 박수를 보냈다.
  • 연회장을 나오자마자 온시윤은 곧바로 뒤에 있던 경호원 두 명에게 바이올린을 전달했다.
  • “두 분께서 저 대신 이 바이올린을 전해주세요. 귀한 바이올린인데 저한테 두는 건 안 좋을 것 같아서요.”
  • “알겠습니다.”
  • 보디가드는 바이올린을 그대로 받아 빠르게 자리를 떴다.
  • 비싼 바이올린도 돌려주고 공연도 무사히 잘 마치고 나니 온시윤은 순식간에 홀가분해지고 즐거웠다.
  • 더 중요한 건, 그 귀여운 꼬마에게 생일 축하도 해줬다는 것이다.
  • 꼬마 녀석은 지금쯤 너무 좋아하겠지?
  • 자신의 활약이 꼬마 녀석을 실망시키지 않았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 하지만 앞으로 그 꼬마와 다시 볼 일은 없겠지? 어쨌든 그들은 다른 세계의 사람이기 때문이다.
  • 그렇게 생각하니 온시윤의 마음은 왠지 모르게 찡해졌고 아쉬움이 남았다.
  • 온시윤이 무대에서 내려오는 것을 본 반민한은 반진혁을 향해 물었다.
  • “아빠, 예쁜 아줌마한테 가고 싶은데 보디가드 아저씨한테 데려다 달라고 하면 안 돼요?”
  • “안 돼, 집에 가야지, 할머니가 기다리고 계시잖아.”
  • 반진혁은 반민한을 안아 올렸고 인내심 있게 그를 달랬다.
  • 그는 아들이 다시는 그 정체불명의 여자를 찾아가지 못하게 할 것이다. 그 여자가 어떤 마음으로 접근했는지는 모르는 일이니까.
  • “싫어요, 싫어요. 난 예쁜 아줌마 찾으러 갈 거예요. 날 내려줘요, 아빠!
  • 반민한은 반진혁의 품에서 발버둥을 치며 저항했지만 반진혁이 그를 안고 연회장을 떠나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었다.
  • “아빠 나빠, 예쁜 아줌마한테 보내 달라고요! 오늘은 내 생일이니까 뭐든지 들어주겠다고 나랑 약속했잖아요…”
  • 반진혁은 반민한의 말을 무시하고 가는 길 내내 한 마디도 하지 않았으며 온몸에서 한기를 내뿜었다.
  • “거짓말쟁이! 아빠는 거짓말쟁이에요! 엄마를 안 찾아주는 건 그렇다 치고 왜 예쁜 아줌마도 못 만나게 해요…흑흑…”
  • ‘엄마’라는 두 글자에 5년 전 그 여자가 단번에 반진혁의 머릿속에 떠올랐고 순간 온몸에 난폭한 기운이 치솟았다.
  • ‘돈 때문에 몸을 팔고, 심지어 한이 너를 버린 그런 엄마는 전혀 필요 없어!’
  • 다만 품에서 울고 있는 아이를 보니 반진혁은 차마 그렇게 말할 수 없었다.
  • “다음에 같이 찾으러 가자.”
  • 순간 스위치를 누른 듯 반민한은 울음을 뚝 그쳤고 초롱초롱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 “그게 정말이에요, 아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