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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예쁜 아줌마, 남자친구 있어요?

  • ‘응?’
  • 온시윤은 멈칫했다.
  • “예쁜 아줌마, 안아주세요.”
  • 꼬마 녀석은 앳된 목소리로 다시 한번 말했고 온시윤을 바라보는 눈빛에는 애교가 더해졌다.
  • 꼬마의 앙증맞은 모습에 온시윤의 마음이 사르르 녹아내렸고 얼른 손을 뻗어 그를 안아 올렸다.
  • 꼬마의 몸은 말랑말랑했고 너무 좋은 우유 향이 났다.
  • 온시윤은 이유 없이 이 아이가 좋았다.
  • “꼬마야, 좀 전에 아줌마 도와줘서 고마워.”
  • 온시윤이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
  • 이 꼬마가 아니었더라면 억울한 일을 당할 뻔했다.
  • 그러자 꼬마는 못마땅한 듯 고개를 가로저었고 어리지만 당차게 말했다.
  • “천만에요, 제가 마땅히 해야 하는 일인 걸요. 난 겉과 속이 다른 여자가 세상에서 제일 싫어요.”
  • 온시윤은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 “어린 나이에 겉과 속이 다른 게 뭔지도 알아?”
  • 꼬마는 아주 그럴듯하게 고개를 끄덕였고 통통한 작은 얼굴을 찌푸린 채 또박또박 말했다.
  • “당연히 알죠. 사람이 앞뒤가 다른 거라고 우리 삼촌이 알려줬어요. 저 여자가 바로 그렇고요.”
  • 온시윤의 눈이 달처럼 휘어졌다.
  • “정말 알고 있네, 꼬마야, 너 진짜 대단하구나?”
  • 온시윤의 칭찬에 꼬마의 얼굴은 순식간에 벌겋게 달아올랐다.
  • 꼬마는 기분이 좋은지 눈에 생기가 돌았다. 얼굴에는 멋진 척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입술은 실룩거리며 몰래 웃는 모습이 귀여웠다.
  • 그녀도 아이를 빼앗기지 않았더라면 지금쯤 이렇게 귀여웠을까?
  • 꼬마를 안고 모성애를 느낀 온시윤이 무언가 말하려던 그때, 누군가 입을 열었다.
  • “꼬마 도련님, 축하 파티 곧 시작해요. 이젠 돌아가셔야 합니다. 안 그러면 이따가 어르신들이 찾으실 거예요.”
  • 그 말을 들은 꼬마는 고개를 끄덕였고 이내 고개를 돌려 온시윤을 향해 말했다.
  • “내가 아줌마 도와줬으니까 아줌마가 날 안고 아빠한테까지 데려다줘요. 피곤해서 걷기 싫어졌어요.”
  • “뭐?”
  • 온시윤은 어안이 벙벙했다.
  • “하지만 나는 공연 준비도 해야 하고, 게다가 우리는 오늘 처음 만났는데 내가 너를 안고 네 부모님을 만나러 가는 건 좀 아닌 것 같은데?”
  • 꼬마는 온시윤을 더 바짝 끌어안으며 고집을 부렸다.
  • “누가 그래요, 내가 괜찮다면 괜찮은 거예요. 게다가 아줌마 바이올린이 망가졌는데 어떻게 연주해요?”
  • “우리 할머니가 소장하고 있는 바이올린이 있으니까 아줌마가 날 데려다주면 내가 바이올린 빌려줄게요.”
  • 꼬마는 초롱초롱한 두 눈을 크게 뜨고 기대의 눈빛으로 온시윤을 바라보았다.
  • 그 눈빛을 누가 거절할 수 있겠는가.
  • 온시윤은 잠시 망설이더니 곧 타협했다.
  • “그래, 그럼 내가 데려다줄게.”
  • 꼬마 녀석은 순간 기뻐서 입을 헤벌쭉 벌렸고 온시윤의 품에 몸을 파묻고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 예쁜 아줌마의 품은 따뜻했고 그녀의 몸에서 풍기는 향기는 마치 엄마 냄새 같았다.
  • “예쁜 아줌마, 남자친구 있어요?”
  • 가는 길에 꼬마 녀석이 갑자기 소리 내어 물었다.
  • “없어, 그건 왜 물어?”
  • 온시윤은 꼬마를 다정하게 쳐다봤고 보면 볼수록 이 아이가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 “그럼 아줌마, 우리 아빠랑 결혼해서 내 엄마가 돼줘요!”
  • 온시윤은 깜짝 놀랐다.
  • 꼬마 녀석의 아버지는 FJ 그룹 대표 반진혁이 아닌가?
  • 그는 특전사 퇴역 후 2년 만에 FJ 그룹을 새로운 레벨로 끌어올렸고 냉철한 판단력과 추진력으로 사업 수완이 아주 뛰어난 사람이다. 그런 남자를 그녀가 감히 어떻게 넘보겠는가.
  • 다만…
  • “네 엄마는?”
  • 온시윤은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
  • “난, 난 엄마가 없어요…”
  • 꼬마는 의기소침하며 입을 열었고 눈가에는 눈물이 고였다.
  • “예쁜 아줌마가 내 엄마 해줬으면 좋겠어요.”
  • 말을 마친 꼬마는 온시윤의 품에 머리를 파묻었고, 그녀에게 의존하고 싶은 꼬마의 마음이 왜소한 몸뚱이에서 진하게 느껴졌다.
  • 온시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 모두가 부러워하는 반 씨 가문 꼬마 도련님에게 엄마가 없다니…
  • 부자 가문에는 사연이 많으니, 그녀도 더 이상 깊이 묻지 않았다. 다만 꼬마 녀석을 품에 더 꼭 껴안을 뿐이었다.
  •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그녀의 아이도 세상 어디선가 엄마를 그리워하고 그녀를 그리워하고 있지는 않을까?
  • 디너파티 VIP 라운지.
  • 반진혁은 차가운 기운을 내뿜으며 소파에 앉아 있었고, 몸에 딱 맞는 블랙 슈트는 그의 완벽한 황금 비율 몸매를 더욱 돋보이게 했다.
  • 뚜렷한 이목구비는 마치 하느님이 만든 조각상처럼 정교했다.
  • 까맣고 차가운 눈동자에서 뿜어져 나오는 고귀함과 냉혹함은 타고난 것 같았다.
  • 사람을 얼어붙게 만드는 차가운 기운이 반진혁의 몸에서 끊임없이 뿜어져 나왔다.
  • 그리고 그의 앞에는 울상으로 서 있는 반 씨 가문 둘째 도련님, 반진석이 서 있었다.
  • 반진석은 자신이 마치 빙산 앞에 서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고 반진혁의 차가운 시선을 받으며 울며 겨자 먹기로 입을 열었다.
  • “형, 내가 이미 사람들을 시켜서 찾아보라고 했으니까 한이한테는 별일 없을 거야! 유람선 전체가 우리 건데, 간이 배 밖으로 나오지 않고서야 감히 누가 한이를 건드릴 수 있겠어!”
  • “그러길 바라야지. 만약 한이한테 무슨 일 생기면 너도 무사하지 못할 줄 알아!”
  • 반진혁은 친동생을 매섭게 쏘아보고는 말했다.
  • “멍하니 서서 뭐 하는 거야, 당장 나가서 찾아!”
  • “갈게, 지금 갈게!”
  • 반진석은 몸을 부르르 떨고는 바로 밖으로 나갔다. 여자를 꼬시는데 정신이 팔려 반민한의 존재를 잊고 있은 것이 너무나도 후회가 되었다.
  •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반진석은 다시 돌아왔고 얼굴에는 아직 공포가 가시지 않았다.
  • “형, 한이가 돌아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