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

+ 서재에 추가하기

이전 화 다음 화

제5화 내가 먹여살릴 수 있어요

  • “예쁜 아줌마, 바로 저기예요!”
  • 반민한은 앞쪽의 VIP 라운지를 가리키며 한껏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 지금 아빠는 분명 방 안에 있을 것이고 예쁜 아줌마를 만난다면 틀림없이 아빠도 아줌마를 좋아하게 될 것이라고 반민한은 생각했다.
  • 그렇게 된다면 예쁜 아줌마가 그의 엄마가 될 수 있다!
  • 온시윤은 반민한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시선을 돌렸고 가슴은 두근두근 뛰었다.
  • 이곳은 유람선의 가장 핵심인 VIP 라운지이다.
  • 라운지 앞, 검은 옷을 입고 조각상처럼 한 줄로 서서 지키고 있는 경호원들은 하나같이 덩치가 크고 훤칠했으며 보기만 해도 무서웠다.
  • 온시윤은 마음속으로 조금 겁을 먹었다.
  • “꼬마야, 아줌마가 여기까지만 데려다주는 게 좋을 것 같아. 이제 다 왔으니까 너 혼자 들어가, 아줌마는 그만 가볼게.”
  • 꼬마 녀석은 온시윤의 목을 두 손으로 꼭 끌어안았다.
  • “싫어요, 나랑 같이 들어가요!”
  • “하지만…”
  • 온시윤은 망설여졌다. 이 방 안에는 분명 반 씨 가문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 아예 모르는 사람인 그녀가 들어가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부적절한 것 같았다.
  • “아줌마, 내가 싫어요?”
  • 갑자기 꼬마가 입술을 오므리고 눈물이 글썽글썽해서 그녀를 쳐다봤다.
  • “당연히 아니지, 네가 이렇게 귀여운데 어떻게 이모가 널 좋아하지 않을 수 있겠어?”
  • 온시윤은 황급히 대답했다.
  • “내가 좋은데 아줌마는 왜 나랑 같이 안 들어가려고 해요? 나랑 같이 안 들어가면 아줌마는 날 좋아하지 않는 거예요, 나한테 거짓말을 한 거예요.”
  • 꼬마 녀석은 물러서지 않고 계속 온시윤을 끌어안고 있었다.
  • 반진혁은 빠른 걸음으로 걸어 나왔고 반민한이 모르는 여자의 품에 안겨 어리광을 부리는 광경을 목격한 그는 당황하여 순간 멈칫했다.
  • 반진석 또한 소스라치게 놀랐다.
  • “세상에! 한이가 지금 애교를 부린 거야?”
  • 반민한은 할머니 이외의 다른 여자들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 안는 것은 고사하고 다른 사람이 그를 살짝 터치하기만 해도 한동안은 그 사람을 싫어할 정도였다.
  • 반민한이 여자와 이렇게 가깝게 지내는 모습은 처음이다!
  •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인가?
  • 온시윤은 고개를 들어 소리가 나는 방향을 쳐다봤고 고귀한 아우라를 뿜어내는 잘생긴 두 남자가 한눈에 들어왔다.
  • 온시윤이 먼저 알아본 것은 반진석이었다.
  • 그는 FJ 그룹의 이인자로 시사 매거진에도 자주 등장하며 운성 상류사회 서열 10위 안에 드는 귀공자이다. 멋지고 호탕하며 매너가 몸에 배어있어 주위에 여자들이 많다.
  • 반면 반진석 옆에 있는 사람은 눈썹 윗부분이 꼬마 녀석과 많이 닮아있었다. 얼굴은 감히 범접할 수 없는 도도한 제왕처럼 차가웠고 금욕적이고 고귀해 보였다.
  • 아마 그가 바로 반진혁일 것이다.
  • 겸손한 그는 한 번도 잡지나 뉴스에 나온 적이 없지만 정말 대단한 존재이다!
  • 그러는 사이, 두 형제는 온시윤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 그들의 날카로운 눈빛 공격에 온시윤은 순간 불편함을 느꼈고 얼른 고개를 숙여 인사를 건넸다.
  • “반 대표님, 둘째 도련님!”
  • “저, 저는 오늘 초대된 악단 바이올리니스트…온시윤입니다. 좀 전에 꼬마 도련님이 우연히 악단 쪽으로 구경을 오셔서 제가 여기까지 모시고 왔습니다.”
  • 그 말에 반진혁과 반진석은 조금 이해가 된 듯했다.
  • “온시윤 씨, 한이를 이곳까지 데려다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이는 그만 품에서 내려놓으시고 그만 가보세요.”
  • 반진혁이 냉담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
  • 한없이 차디찬 목소리에 살짝 가라앉은 매력적인 목소리가 그녀의 귀를 자극했다.
  • 온시윤은 멈칫하더니 고개를 끄덕이고는 꼬마 녀석을 내려놓으려고 했다.
  • 그러나 꼬마는 순간 온시윤의 목을 꼭 끌어안고는 고집을 부렸다.
  • “나 내려가기 싫어, 아줌마가 계속 안아줘요.”
  • 아줌마의 품이 따뜻해서 그는 손을 놓기가 싫었다.
  • 반민한은 이 기회를 이용해서 예쁜 아줌마와 아빠를 엮어주고 싶었다. 그러나 실망스럽게도 아빠가 예쁜 아줌마를 이 정도로 차갑게 대할 줄이야.
  • 흥! 쓸모없는 남자!
  • 반진혁과 반진석은 눈에 띌 정도로 넋을 놓았다. 반민한이 처음 만난 여자에게 이 정도로 의지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 온시윤은 난감한 얼굴로 얼른 설득에 나섰다.
  • “꼬마야, 아줌마는 이따가 무대에 올라가 공연을 해야 해. 여기서 널 계속 안고 있으면 아줌마가 일을 할 수가 없잖아.”
  • “일을 할 수 없으면 안 하면 되죠.”
  • 꼬마 녀석이 작은 입으로 중얼거렸다.
  • 온시윤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 “그건 안 돼. 아줌마가 일하러 안 가면 잘리게 될 거야. 잘리면 월급이 없고, 월급이 없으면 아줌마는 먹고살기 힘들어져. 아줌마가 배를 곯는 건 너도 원하지 않지?”
  • “괜찮아요, 내가 먹여 살릴 수 있어요!”
  • 꼬마는 갑자기 자신만만하게 데시벨을 높여 말했고 패기 넘치는 표정을 지었다.
  • 그 말을 들은 온시윤은 울 수도, 웃을 수도 없었고 순간 꼬마 녀석의 말에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막막해졌다.
  • “반민한, 소란 피우지 마!”
  • 이때, 옆에서 반진혁의 낮은 질책이 들려왔다.
  • 그의 말투는 단호했고 손을 뻗어 반민한을 안아가려고 했다.
  • “이리 와, 아줌마한테 폐 끼치지 말고.”
  • 꼬마는 실망했는지 고개를 숙였고 눈을 껌벅이며 다소 억울한 듯 온시윤을 향해 물었다.
  • “예쁜 아줌마, 제가 아줌마한테 폐를 끼쳤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