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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녀는 사랑을 원치 않는다

능력녀는 사랑을 원치 않는다

핑크커피

Last update: 2023-04-01

제1화 촌뜨기의 약혼자

  • 이른 아침부터 강성 시는 떠들썩했다. 포털 사이트 인기 검색어 헤드라인을 버젓이 장식하고 있는 기사 한 줄 때문이었다.
  • 강성 시 명망 높은 재벌 가문인 온 씨 일가는 일찍이 장성한 자제들을 위해 혼인을 주선했지만 그 상대가 듣도 보도 못한 작은 마을의 촌뜨기였다는 것이다.
  •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온 씨 가문에는 장성한 자제들이 다섯이나 있었는데 하나같이 외모가 수려하고 능력 또한 출중한 사내들이었는데 꼼짝없이 촌뜨기의 간택을 받아야 하는 운명에 놓였다는 사실이었다.
  • 기사를 접한 사람들은 일제히 놀라움을 금치 못했고 곧 상대 여성의 사진이 각종 포털 사이트를 뜨겁게 달구었다.
  • 피부가 까무잡잡하고 뚱뚱하고 촌스러운 사진 속 여인의 모습에 네티즌들은 하나같이 그녀에게 온 씨 가문 자제에게 시집갈 자격 없다고 불만을 쏟아냈다.
  • 한편, 강성 시에서 100킬로미터쯤 떨어진 허름한 마을에 그곳과는 어울리지 않는 고급 세단 세 대가 소박한 가정집 앞에 멈춰 섰다.
  • 이내 고급 세단에서 다섯 명의 훤칠한 사내가 내렸는데 전부 한 번쯤 뒤돌아 볼 정도로 눈길을 끄는 외모의 소유자들이었다.
  • 차에서 내리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다섯째 온혁의 불만이 봇물 터지듯 터져 나왔다.
  • “x 발, 토 나와. 대체 이렇게 더럽고 지저분한 곳에서 어떻게 사는 거야.”
  • 넷째 온우주도 참지 못하고 불만을 표출했다.
  • “나 정말 우리 아버지가 무슨 생각으로 촌뜨기랑 혼약을 맺으신 건지 아직도 이해할 수 없어. 직접 오지 마을까지 와서 모셔가라니…”
  • 수려한 외모의 다섯 사내들의 표정에 불만이 가득했다.
  • 고혈압을 앓고 있는 온 회장이 드시던 약을 끊겠다고 협박하지 않았다면 평생 이런 별 볼일 없는 곳에 발걸음 할 일이 없었을 것이다.
  • “됐어, 가서 문 두드려.”
  • 목소리의 주인은 첫째 온서준이었다. 잘생긴 얼굴 가득 불쾌한 기색이 역력했다.
  • 온혁이 입구로 다가가 문을 두드리고 몇 분 지난 뒤에야 문이 천천히 열렸다.
  • 맨 앞에 서있던 온혁은 순간 눈을 휘둥그렇게 떴다.
  • 문 앞에 섬세한 이목구비에 고운 피부, 목뒤로 자연스럽게 늘어뜨린 웨이브 진 머리카락에 심플한 흰색 티를 입고도 고귀한 분위기를 풍기는 여인이 서있었다.
  • “안녕하세요… 이빈을 만나러 왔는데 안에 있어요?”
  • “제가 이빈입니다.”
  • 여인이 요염한 눈매를 들어 사내들을 힐끗 바라보더니 무심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 “짐 챙겨올 테니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 그렇게 말하며 여인이 몸을 돌려 안으로 들어가자 사내들은 놀란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
  • “대박. 사진이랑 아예 다른 사람이잖아!”
  • 온 회장이 그들에게 보여준 사진은 이빈이 10 대 시절에 찍은 것이었다. 여자의 변신은 무죄라더니, 불과 몇 년 사이에 이렇게 많이 변했을 줄이야.
  • “네 취향이야? 그럼 네가 자진해서 결혼해달라고 졸라보든가.”
  • 둘째 온시안의 이죽거림에 온혁이 몸을 돌리더니 인상을 구겼다.
  • “무슨 개소리야. 예쁘면 뭐해. 어차피 촌뜨기인데!”
  • “그래? 다행이네. 털도 제대로 자라지 않은 어린애한테는 나도 관심 없으니까 걱정하지 마.”
  • 그때 등 뒤에서 싸늘한 여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캐리어를 끌고 나온 이빈은 뭐 씹은 표정의 온혁을 쌩하니 지나쳐 곧장 차에 올라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