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화 온혁을 좋아한다고 소문낸 사람 누구야

• 다음날, 이빈은 아침 일찍 눈을 떴다. 오늘은 HQ 병원 병원장인 온우주와 하루를 보내는 날이었다.
• 온 씨 가문 다섯 형제 모두 빼어난 인물임을 알았지만 어린 나이에 병원장이라니.
• 온화하고 부드러운 분위기를 풍기는 외모와 달리 온우주는 많이 과묵한 타입이었다. 덕분에 온 가에 온 뒤에도 온우주와 나눈 대화는 손에 꼽힐 수준이었다.
• 두 사람은 차를 몰고 병원으로 향했다.
• “오늘 두 건의 수술이 있을 예정이라 많이 바쁠 거야. 사무실에서 혼자 놀고 있어. 정 지루해서 외출하고 싶으면 경호원을 대동하고 나가는 걸 잊지 말고.”
• 이빈은 고개를 끄덕이며 응수했다.
• 오전 내내 폰 게임을 하는 동안에도 온우주는 사무실로 돌아오지 않았다. 폰 게임도 하다 보니 많이 질린 참이라 이빈은 망설임 없이 병원을 나섰다.
• 저녁에 온 가에 돌아와서도 온우주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 그렇게 하루가 지나고 이내 다음날이 되었다. 이번 턴은 온혁 차례였다.
• 온 씨 가문 막내인 온혁은 아직 대학에 다니고 있는 학생이었다.
• 마침 비번인 운전기사를 대신해 같은 방향인 온서준이 두 사람을 차에 태워 온혁의 학교로 향했다.
• 학교로 향하는 차 안, 조수석에 앉은 온혁에게서 화들짝 놀란 목소리가 들려왔다.
• “대박, 형, 방금 소식이 도착했는데, 어제 누가 죽음의 협곡에서 형 기록을 깼대!”
• 죽음의 협곡은 이름난 레이싱 트랙으로 1 년 전에 온서준이 5분 32초로 완주한 뒤로 아무도 그 기록을 깨지 못했다.
• 온혁에게는 더없이 자랑스러운 일이었는데 그 기록을 깬 사람이 나타났다니! 믿을 수 없었다.
• 그 말에 온서준의 미간이 살짝 구겨졌다.
• “심지어 여자야, 형! 헬멧을 쓰고 있어서 얼굴은 보이지 않네. 아까비.”
• 이빈이 자꾸 감기려는 무거운 눈꺼풀과 힘겨운 사투를 벌이는 사이, 온혁은 온서준의 기록을 깬 여자가 대체 누구인지 꼭 알아내고야 말겠다고 재잘거렸다.
• 하지만 한참을 뒤져 보아도 아무것도 찾아내지 못했다.
• 학교에 도착했을 무렵, 온혁이 돌연 이빈을 바라보며 말머리를 돌렸다.
• “이봐, 촌뜨기, 너 혹시 우리 셋째 형 좋아해?”
• 촌뜨기라는 얘기에 이빈이 불쾌한 듯 인상을 구겼다.
• “어딜 봐서 내가 걔를 좋아해? 눈이 삐었나.”
• “그렇게 비싼 마이크를 턱턱 선물하면서 아니라고? 너도 셋째 형 팬이야? 쯧쯧쯧, 역시 여자들은 연예인한테 꼼짝 못 하는구나.”
• 이빈은 어이가 없다는 듯 눈을 희번덕거렸다. 멍청한 놈과 더 이상 입씨름을 하고 싶지 않았기에 등 뒤에서 무어라 지껄이는 온혁을 무시한 채 차에서 내렸다.
• 온혁을 좋아하냐는 얘기에 운전대를 잡고 있던 온서준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 “형, 나 갈게. 참, 형이라면 그 여자 누군지 알아낼 수 있지!”
• 카 레이싱을 좋아하는 온혁에게 우상이 새롭게 바뀐 찰나였다. 분명 얼굴도 예쁘고 고귀한 여인일 테니. 너무 멋지잖아!
• 온혁의 부탁을 귓등으로 듣던 온서준이 도리어 그에게 당부했다.
• “이빈이 잘 지켜.”
• “그 여자를 누가 괴롭힌다고 그래!”
• 온혁이 구시렁거리며 차에서 내렸다.
• 대학은 자유로운 분위기라 온혁과 함께 강의실에서 수업을 듣는 이빈의 모습에도 제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 하지만 가는 곳마다 그녀를 뚫어져라 응시하는 시선은 느껴졌다. 온 씨 가문의 선택을 받은 며느리감이니 어딜 가도 화제의 중심일 수밖에 없었다.
• 고작 첫 수업을 들었을 뿐인데 지루해서 미칠 지경이었다. 이빈이 따분함을 이겨내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사이, 멀지 않은 곳에서 비아냥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 “온혁이를 좋아한다고? 쯧쯧쯧, 뻔뻔스럽기도 하지. 나잇값도 못하는 주제에.”
• “…”
• 이빈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 그녀도 이제 겨우 20 살이거늘!
• 게다가, 대체 누가 온혁이를 좋아한다고 유언비어를 퍼뜨린 거야?
• 분명 어이가 없는 상황이었지만 이빈은 애써 태연하게 화장실로 향했다. 화장실을 막 나서려던 찰나, 누군가 그녀의 앞을 가로막았다.
• 고개를 들어 올리자 선두에 선 여인이 그녀를 노려보며 비아냥거렸다.
• “너, 온혁이 좋아해?”
• “안 좋아해.”
• “허, 잘 들어, 이빈. 온혁은 우리 학교 킹카야. 네년이 온혁이랑 어울린다고 생각해? 주제 파악 좀 하고 다녀.”
• 이빈은 또다시 어이가 없었다.
• 사람 말귀를 왜 이렇게 알아듣지 못하는 거야. 안 좋아한다고 몇 번을 말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