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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그럼 그쪽을 선택할까

  • 이빈과 온서준은 곧 병원을 나섰다.
  • 같은 시각, 온 회장과 이 여사의 방안에는 고성이 오갔다.
  • “이빈이 온 지 며칠이나 되었다고 이렇게 괴롭히는 거야? 아직 어린애한테 이게 무슨 어처구니없는 짓이야!”
  • 이서원이 코웃음을 쳤다.
  • “당신 때문이잖아요. 당신, 솔직하게 얘기해 봐요. 이빈을 우리 집에 데려온 이유가 뭐예요?”
  • “예전부터 말했잖아. 이빈 아버지와 혼담을 약속했다고.”
  • “혼담? 모두 핑계잖아요! 아직 강소연을 잊지 못해서 그런 건 아니에요?”
  • 그 말에 온시형의 안색이 딱딱하게 굳었다.
  • 이빈의 부친과는 학창 시절부터 절친한 친구였고 두 사람 모두 사람 중의 용봉이었다. 학교를 졸업한 뒤에는 더욱 창창한 미래가 펼쳐졌었고.
  • 그러던 와중에 이빈의 모친, 강소연을 만나게 되었고 두 사람 모두 싱그러운 미소가 아름답던 강소연에게 속절없이 빠져들었다.
  • 공평한 경쟁을 약속했지만 온시형은 온 씨 가문의 위세를 등에 업고 한발 빨리 강 씨 가문과 혼약을 맺었다.
  • 하지만 강소연은 결국 이빈의 부친을 선택했고 두 사람은 사랑의 도피를 떠났다.
  • 그리고 몇 년의 시간이 흐르고 강소연의 사망 소식을 전해 들었다.
  • 시간이 한참 지난 일이었지만 이서원이 그 일에 대해 알고 있을 줄은 몰랐다.
  • “내 말 맞죠? 아직 강소연을 잊지 못하니까 그 딸이라도 우리 집에 들여 아껴주는 거잖아요!”
  • 한숨을 쉬며 이서원의 손을 잡은 온시형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타일렀다.
  • “그런 거 아니야. 강소연이 언제 적 일인데 아직도 그 얘기를 해. 지금 내 마음속에는 당신밖에 없어.”
  • “그럼 왜 이빈에게 그렇게 잘해주세요?”
  • “예전에 이빈의 아버지랑 자선 행사에 참석한 적 있었는데 갑자기 테러범이 쳐들어왔어. 이빈의 아버지가 나 대신 총알을 맞고 왼쪽 다리에 장애를 입었어… 그 일로 어쩔 수 없이 작은 시골 마을에서 은거했던 거야.”
  • 거기까지 말을 잇던 온시형의 표정이 서글프게 일그러졌다.
  • “이빈의 아버지가 떠나기 전에 이빈을 잘 돌봐달라고 나한테 부탁했어.”
  • 오랜 추억을 되짚는 온시형의 모습에 이서원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 사실 온시형이 착각하고 있는 사실이 하나 있는데, 강소연은 죽지 않았다…
  • 이빈과 온서준이 온 가에 돌아왔을 때, 소파에는 온시형과 이서원 단둘뿐이었다.
  • 어떻게 된 영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이서원이 진심 어린 사과를 했다.
  • 이빈은 크게 개의치 않고 곧장 위층으로 올라갔다.
  • 샤워를 마치고 나오자 방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문을 열자 그곳에 이서원이 서있었다.
  • “무슨 일이세요?”
  • “얘기 좀 해.”
  • 이빈의 허락 없이 성큼성큼 방으로 들어온 이서원이 소파에 앉더니 다짜고짜 말문을 뗐다.
  • “우리 온 씨 가문 일원으로 받아줄게. 내 아들과 결혼하는 것도 이제 더 이상 반대하지 않을 거야. 대신 서준이는 안 돼.”
  • 그 말에 일순 멈칫하던 이빈이 얼결에 물었다.
  • “왜요?”
  • “서준이는 내 아들 중에서 가장 잘난 아이야. 이미 마음에 찍어둔 며느리도 있고. 그러니까 네가 알아서 서준이랑 거리를 둬.”
  • 아주 노골적인 배척이었다. 마음에 찍어둔 며느리는 분명 방지연일 테지.
  • “네, 알겠어요, 아주머니.”
  • 이빈이 순순히 대답하자 이서원도 별다른 말없이 방을 나갔다.
  • 다음날, 둘째 온시안과 하루를 보낼 차례였다.
  • NC 그룹 부사장인 온시안은 사사건건 온서준과 대립한다고 들었다.
  • 차에 올라타자마자 온시안이 기다렸다는 듯이 이빈에게 물었다.
  • “어제 서준이랑 어땠어?”
  • ‘형’이라는 칭호조차 씹어 먹은 것으로 보아 그녀가 들은 얘기가 잘못된 것은 아닌 것 같았다. 이빈이 무심한 얼굴로 대답했다.
  • “나쁘지 않았어.”
  • “우리 형 그렇게 좋은 사람 아니야. 무자비하고 인정이 없는 사람이니 절대 선택하지 마.”
  • 그 말에 이빈의 눈가에 웃음기가 서렸다.
  • “그럼 그쪽을 선택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