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화 아저씨, 살려주세요!
- 그러자 한지후와 한시우도 그녀의 방에 들어왔다.
- 힘겨워하는 한이서의 모습을 보며, 아이들은 그녀가 많이 아프다는 것을 바로 알아차렸다.
- “엄마, 일어나. 우리랑 같이 병원에 가!”
- 한이서는 희미하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 “엄마는 괜찮으니까, 너희들은 어린이집에 가. 엄마 혼자 병원에 가면 돼.”
- 한아린은 고개를 저으며 단호하게 말했다.
- “안 돼! 우리도 같이 가야 해!”
- 세 아이의 따뜻한 마음에 한이서는 적잖이 감동했다.
- “엄마 말대로 어린이집에 가! 너희들이 어린이집에 제대로 가면 엄마는 기분이 너무 좋아 금방 다 나을 거야!”
- 한이서가 좀처럼 뜻을 굽힐 것 같지 않자, 큰아이 한지후는 동생들을 거실로 내보낸 뒤, 한이서 앞에 여러 가지 약을 가져다주었다.
- “엄마, 잊지 말고 약 꼭 챙겨 먹어.”
- 세 사람은 한이서가 몹시 걱정되는지 미련 가득한 얼굴로 장 아주머니의 손에 이끌려 어린이집에 갔다.
- 어린이집은 집과 아주 가까운 거리에 있기에 충분히 걸어서 갈 수가 있었다.
- 그때, 한아린의 머릿속에 아주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한아린은 한시후의 손을 잡으며 작게 속삭였다.
- “오빠, 한재혁 아저씨한테 얼른 문자해. 문자로 우리 집 주소 보내고 비밀번호까지 보내줘. 그러면 아저씨가 엄마를 보살펴주러 집에 찾아올 거야!”
- 한지후는 한창 장 아주머니에게 돌아가 한이서를 잘 보살필 것을 부탁하고 있었다.
- 한지후는 또래보다 많이 성숙했는데 꼬마 아이 주제에 장 아주머니에게 몇분에 한 번씩 체온을 재야 하고, 또 무슨 약을 먹어야 하는지 진지한 표정으로 설명하고 있었다.
- 한지후가 주의하지 않는 틈을 타, 한아린은 얼른 차재혁에게 문자를 보냈다.
- [아저씨, 저 아린인데 제발 살려주세요! 주소: 설화길 150번지 비밀번호:520911]
- 한아린이 문자를 다 보내고 나자, 한시후는 어린이집에 들어가기 전에 의례 그러듯 휴대폰을 바로 꺼버렸다.
- 한아린은 작은 목소리로 한시후에게 물었다.
- “오빠, 아저씨가 올까?”
- 한아린은 진심으로 차재혁이 한이서를 보살펴주기를 바랐다.
- ‘오빠들이랑 같게 생겼고 아주 잘생긴 아저씨야! 그러니까 아저씨가 우리의 아빠였으면 정말 좋겠어!’
- 한시후는 한아린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 “내 말대로 보낸 거 맞지? 그럼 틀림없이 올 거야! 나 믿어.”
- ‘일반적으로 그런 위급한 상황이라면 틀림없이 가볼 거야!’
- 한시후는 차재혁이 자기들의 아빠가 될 자격이 있는지 이참에 시험해 보고 싶기도 했다. 한시후는 차재혁이 마음 따뜻한 사람이기를 진심으로 바랐다.
- 한지후는 장 아주머니에게 이것저것 부탁하고 나서 선생님 곁으로 갔다.
- 그러자 그 틈을 타, 한시후가 장 아주머니에게 다가가 활짝 웃으며 말했다.
- “조금 있다가 집 앞에 가서 한번 확인해 보세요. 만약 웬 차가 문 앞에 주차해 있으면 아주머니께선 낮 동안 쉬세요. 우리가 하교할 때 다시 데리러 와주시면 돼요.”
- 장 아주머니는 한이서가 몹시 걱정되었기에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 “집에 가서 너희들 엄마 보살펴야 해. 지후가 그러는데 열이 많이 난다고 하더라.”
- 한시후는 은은하게 웃으며 말했다.
- “아주머니, 오늘 엄마를 보살펴 줄 사람은 따로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아주머니는 엄마한테 남자 친구가 생겼으면 좋겠다고 하셨죠?”
- 장 아주머니는 깜짝 놀라며 물었다.
- “뭐? 너희들 엄마한테 남자 친구가 생겼어?”
- ‘그렇다면 괜히 가서 끼지 말고 자리 비켜줘야겠는걸? 아프면 서러운 법이니까 곁에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 편이 좋잖아.’
- 한시후는 야무지게 고개를 끄덕인 뒤, 한지후와 한아린에게로 달려갔다.
- ……
- 한편, 차에서 휴대폰으로 메일을 확인하고 있던 차재혁의 휴대폰에 웬 문자가 도착했다.
- [아저씨, 저 아린인데 제발 살려주세요! 주소: 설화길 150번지 비밀번호:520911]
- 한재혁은 미간을 찌푸리며 생각했다.
- ‘아린? 누구지?’
- 그런데 그때, 귀여운 얼굴로 자기를 아저씨라고 부르던 꼬마 아이의 얼굴이 불현듯 떠올랐다.
- 한재혁은 다급히 운전기사에게 말했다.
- “차 돌려! 지금 당장 설화길로 가! 빨리!”
- 한재혁의 다급한 목소리로 운전기사는 얼른 방향을 바꿔 달렸다.
- 조수석에 앉은 정수가 고개를 돌려 한재혁을 바라보며 물었다.
- “대표님, 아홉 시 반에 회의가 있는데 취소할까요?”
- 지금 한재혁의 머릿속에는 온통 한아린을 구해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 ‘큰일이 벌어진 게 틀림없어. 그게 아니라면 살려달라고 할 리가 없잖아!’
- “취소해.”
- “네, 대표님.”
- 삼십 분 뒤, 차는 설화길 150번지 앞에 멈춰 섰다.
- 한재혁은 서둘러 차에서 내려 집 앞으로 다가갔다.
- 그곳에는 아주 낡은 정원과 안에 딸린 집 한 채가 보였다.
- 한재혁은 문을 힐끔 보더니 한아린이 알려준 비밀번호를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 “아린아! 아린아!”
- 정원은 질서정연하게 잘 정리가 되어 있었다.
- 화려하지 않지만, 정원을 가꾼 사람이 생활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것은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 집 안으로 들어가 보니 아주 깔끔했다. 소파, 탁자 그리고 작은 텔레비전이 한눈에 안겨 오고 거실에는 여러 가지 장난감들이 널려 있었다.
- 한재혁은 다시 한아린의 이름을 불렀다.
- “아린아!”
- 한이서는 정신이 몽롱한 상태로 연신 기침했다.
- 그러자 차재혁은 이층 소리가 나는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웬 방문을 열며 한아린을 불렀다.
- “아린아...”
- 차재혁은 한아린을 열심히 찾았으나 침대에 누워있는 건 열이 올라 볼이 빨갛게 달아오른 한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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