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화 댄싱퀸
- 유흥가.
- 어느 한 가게의 제일 중앙에는 잘생긴 남자 두 명이 앉아 있었는데 한눈에 봐도 포스가 남달랐다.
- 설우빈은 곁에 앉은 차재혁을 힐끔 바라보며 말했다.
- “너 때문에 여자들 무서워서 달아났잖아. 재미없게 우리 둘만 놀 거야? 안 되겠어. 나 지금 다른 여자애들 부른다?”
- 차재혁이 날카로운 눈빛으로 설우빈을 쏘아보자 설우빈은 다른 여자를 찾겠다던 말이 쏙 들어갔다.
- “알았어, 알았어. 안 찾으면 될 거 아니야. 참, 오늘 저녁에 좋은 구경거리가 있어. 이 가게 최고 에이스 댄싱퀸이 오늘 복귀한대. 듣기로 절세미인에다가 몸매도 아주 끝내준다고 하더라고.”
- 설우빈은 잔뜩 기대하는 눈빛으로 무대를 바라보았지만, 차재혁은 여유롭게 담배를 피우며 말했다.
- “관심없어.”
- 설우빈은 차재혁에게 술을 따라주며 물었다.
- “혁아, 네가 찾는다는 그 여자는 어떻게 생겼어?”
- 차재혁이 6년 동안 찾아 헤맨 여자가 있다는 사실은 설우빈을 포함해 그의 친구들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 ‘천하의 차재혁이 6년 동안 찾아다니는 여자라니... 과연 어떤 여자일까?’
- 차재혁은 잔을 들어 술을 한 모금 마신 뒤, 담담하게 답했다.
- “나도 몰라.”
- “푸하...”
- 설우빈은 하마터면 술을 내뿜을 뻔했다.
- “뭐?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르고 찾아다닌단 말이야? 그게 찾아져?”
- ‘A 시티에서 제일 유명하고 능력 좋고 똑똑한 놈인데... 얼굴도 모르는 여자를 찾아다니는 건 조금 바보 같네?’
- 차재혁은 술을 단숨에 모두 들이키고는 말했다.
- “아무튼 무슨 일이 있어도 반드시 찾을 거야!”
- 그때, DJ가 무대에 올라 잔뜩 격앙된 목소리로 말했다.
- “자, 여러분들 오래 기다리셨죠? 우리의 섹시하고 아름다운 댄싱퀸, 바니걸을 무대로 모시겠습니다! 뜨거운 박수로 맞아주세요!”
- 힘찬 박수를 받으며 하얀색 원피스를 입은 여자가 등장했다.
- 바니걸로 불리는 여자는 순백의 원피스를 입고 있었는데 과한 노출이 전혀 없었다. 무대 조명 아래 그녀는 섹시함보다는 어딘가 성스럽다는 느낌마저 풍겼다.
- 바니걸은 무대에 올라 관중들에게 정중하게 인사를 한 뒤 봉을 잡고 고난도의 동작을 선보였다. 이리 저리 날아오르는가 하면 힘의 강약을 조절해 사람의 애간장을 녹였다.
- 적당히 불어오는 선풍기 바람에 치마가 날리며 정말로 선녀가 춤을 추는 듯한 느낌을 주어 사람들은 넋 놓고 여자의 춤사위를 바라보았다.
- 잠시 후, 사람들은 바니걸을 향해 환호성을 지르거나 휘파람을 불었다. 그렇게 노출 없는 옷을 입고 추는 춤에 분위기는 그 어느 때보다 후끈 달아올랐다.
- 설우빈은 바니걸의 공연을 보며 흥분되는 표정으로 차재혁의 다리를 퍽 쳤다.
- “야! 진짜 아름답지 않아? 저런 옷 입고 봉춤 추는 사람은 처음 봐. 그런데 이상하기보다는 싼 티 하나도 안 나고 고결해 보인다니까?”
- 차재혁은 바니걸의 정체가 병원과 레스토랑에서 마주친 한이서라는 것을 바로 알아차렸다.
- 차재혁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고 깊게 담배 연기를 들이마셨다.
- 설우빈이 그에게 바짝 다가앉으며 말했다.
- “혁아, 나 저 여자 마음에 들어. 내 스타일이야.”
- 그러자 차재혁이 담담한 말투로 답했다.
- “없던 애가 갑자기 생기고 싶으면 가서 말이나 붙여봐.”
- “뭐?”
- 설우빈이 의아한 눈빛으로 차재혁을 바라보자, 차재혁이 말했다.
- “네댓 살 되는 딸이 있어.”
- 차재혁은 귀여운 꼬마 아이의 얼굴을 떠올리자 어쩐지 가슴 한편이 뭉클했다.
- ‘말도 참 잘하는 귀여운 아이였어. 나에게 밥을 사주겠다고 했었지?’
- 차재혁의 말에 설우빈은 벙찐 표정을 짓다가 말했다.
- “다섯 살이 되는 딸이 있는데도 몸매가 정말 끝내주는 것 같아! 아쉽네... 정말 아쉬워.”
- 설우빈은 현장에 있는 남자들이 만약 바니걸에게 다섯 살이 되는 딸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자기처럼 가슴이 매우 아플 것으로 생각했다.
- 한 곡이 끝나자, 바니걸은 다시 무대 정중앙에 다가가 정중하게 인사를 했다.
- 그러자, 밑에 앉은 남자들이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한이서를 바라보며 가격을 부르기 시작했다.
- “200만 원!”
- “400만 원!”
- “600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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