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

+ 서재에 추가하기

이전 화 다음 화

제13화 그 여자를 닮았어

  • 한이서는 괴로운 듯 중얼거렸다.
  • “물... 물...”
  • 차재혁은 멈칫했다.
  • ‘뭐야? 집에 다른 사람도 없고... 어딘가 이상해 보이는데?’
  • 차재혁은 탁자에 놓인 잔에 물을 따라 침대로 다가갔다. 그러고는 한이서의 상체를 안아 반쯤 일으켜 세우고는 그녀에게 물을 먹였다.
  • 한이서는 목이 몹시 말랐는지 차재혁이 주는 물을 단숨에 모두 마셔버렸다.
  • 차재혁은 한이서의 이마를 만져보고는 깜짝 놀랐다.
  • ‘뜨거워! 열이 많이 나는 것 같은데?!’
  • 차재혁의 손이 시원한지 한이서는 무어라 웅얼거리며 차재혁의 손에 얼굴을 파묻었다.
  • “더워... 너무 더워...”
  • 한이서에게서는 특유의 달콤한 향기가 은은하게 났다. 차재혁은 그 냄새가 꽤 마음에 들었는데 분명 어디선가 맡아본 냄새라고 생각했다.
  • 차재혁은 몽롱한 정신 상태로 품에 안겨있는 한이서의 볼을 가볍게 톡톡 치며 물었다.
  • “한이서, 많이 괴로워? 같이 병원 가자.”
  • 한이서는 겨우 눈을 떴으나 여전히 의식이 몽롱했다.
  • “싫어요. 병원 안 가요...”
  • 한이서는 몸을 버둥거리며 차재혁의 품에서 벗어나더니 이불에 쏙 들어갔다.
  • “추워... 너무 추워...”
  • 한이서는 이불을 덮고 부르르 몸을 떨었다.
  • 그 모습을 본 차재혁이 미간을 찌푸렸다.
  • ‘추웠다가 더웠다가... 이대로는 위험할 것 같은데? 하지만 병원에는 가기 싫다고 하니...’
  • 차재혁은 한이서에게 이불을 잘 덮어준 뒤, 곧바로 설우빈에게 전화를 걸었다.
  • 수화기 너머에서 설우빈이 말했다.
  • “혁아, 어제는 어땠어? 좋았어?”
  • ‘바니걸을 데려갔으니... 아주 뜨거운 밤을 보냈겠지?’
  • 차재혁이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 “한이서 지금 열이 많이 났어. 39도는 넘는 것 같은데 어떻게 하면 돼?”
  • “야! 너 얼마나 심하게 했으면... 열까지 나냐? 너무한 거 아니야?”
  • 설우빈은 속으로 적잖이 놀랐다.
  • ‘아니, 대체 얼마나 정열적으로 놀았기에 열이 그렇게 많이 난대?’
  • 설우빈은 단단히 오해한 모양이었다.
  • 차재혁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 “어떻게... 지금 당장 너한테 갈까? 너도 열나고 싶어?”
  • 설우빈은 다급히 답했다.
  • “아니야, 그럴 거 없어.”
  • “어떻게 하면 열이 내리는지 빨리 말해.”
  • 설우빈은 열이 날 때는 어떻게 하면 좋은지 자세하게 차재혁에게 설명해 주었다.
  • 설명을 다 들은 차재혁은 별다른 말 없이 바로 무정하게 전화를 끊어버렸다.
  • 그는 탁자에 놓인 약 설명서를 자세히 읽어보았다.
  • ‘그래, 이건 먹으면 열이 내리는 약 같으니 지금 바로 먹여야겠어.’
  • 차재혁은 컵에 물을 담아 침대 가까이 다가갔다.
  • 한이서의 얼굴은 열 때문에 빨갛게 달아올랐는데 제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듯 보였다.
  • 차재혁은 손으로 한이서의 얼굴을 톡톡 치며 말했다.
  • “한이서, 정신 차려! 약 먹어야지.”
  • 한이서는 두 눈을 감은 채 겨우겨우 고개를 저었다.
  • “싫어요... 안먹을래요...”
  • 차재혁은 골치가 아팠다.
  • ‘약도 먹기 싫다... 병원도 가기 싫다... 계속 이렇게 열이 나면 안 좋을 것 같은데?’
  • 차재혁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 차재혁은 태어나 처음 여자를 위해 병간호를 하는데 참으로 만만치 않다고 생각했다.
  • 차재혁은 다시 한이서의 몸을 반쯤 일으키고는 억지로 그녀의 입에 약을 밀어 넣으려고 했다.
  • 하지만 한이서는 순순히 응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몸을 버둥거리고 입을 꼭 닫아버렸다.
  • “시... 싫어!”
  • 그 바람에 한이서에게 먹이려던 약은 바닥에 굴러떨어지고 말았다.
  • 차재혁은 인내심이 바닥난 듯 미간을 찌푸리고 한이서의 턱을 잡았다.
  • “한이서, 말 들어. 안 그러면...”
  • 한이서의 얼굴은 아픈 와중에도 아주 아름다웠다. 게다가 열이 나서 그런지 볼은 발그레하고 입술도 빨갛고 탐스러웠다.
  • 차재혁은 앵두같이 빨갛고 탐스러운 한이서의 입술을 보며 저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 “자꾸 이렇게 말 안 들으면... 더 이상 봐주지 않겠어!”
  • 차재혁은 약을 물고 고개를 숙여 그녀의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
  • 한이서는 약의 쓴맛에 본능적으로 약을 뱉어내려고 했다.
  • 그러자 차재혁은 얼른 혀로 그녀의 입술을 막아버리고 한이서가 약을 뱉지 못하게 했다.
  • 두 사람은 그렇게 한참을 대치 상태로 있었다.
  • 사실 차재혁은 처음에 한이서에게 약을 먹이기 위해 입술을 맞추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마음이 움직였다.
  • 한이서의 입술은 작고 촉촉했다.
  • ‘6년 전 그때의 느낌이야...’
  • 결국 차재혁은 이성을 잃고 한이서에게 격렬하게 키스를 퍼부었다.
  • 차재혁은 눈앞의 한이서가 6년 전 그 여자는 아닐지 확인해 보고 싶었다.
  • 차재혁은 한이서의 머리를 부여잡고 뜨겁게, 뜨겁게 그녀의 입술을 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