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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어린 선배

  • 당시 당씨 가문과 주씨 가문 그리고 몇 명의 규모가 작은 가문은 모두 진씨 가문과의 관계에 의지하여 비로소 지금처럼 안일하게 살수 있었다.
  • 10년 전, 진씨 가문이 몰락하자 주씨 가문에서만 조금씩 손을 내밀었을 뿐 다른 사람들은 진씨 가문을 아는 체도 하지 않았다.
  • 기씨 가문, 화씨 가문, 서씨 가문, 그리고 배은망덕한 당씨 가문까지.
  • 진군이 반드시 그들에게 대가를 톡톡히 치르게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 진군은 핸드폰을 꺼냈다. 오래전부터 저장해두었던 한 사람이 있었는데 한 번도 전화를 걸어본 적이 없었다.
  • 몇 초 지나고 전화가 걸리자 전화기 너머 사람의 목소리가 왠지 흥분과 긴장감이 뒤섞인 것처럼 들렸다,
  • “선배, 선배 맞아요?”
  • 전화받은 사람은 진군의 제자였다.
  • 진군의 스승 엽헌원은 젊은 시절에 이리저리 다니면서 제자 몇 명을 들였다. 그는 아주 조금만 가르쳤을 뿐인데도 그들은 금방 배웠다.
  • 제자들 중 집안 세력이 센 사람도 있었고 심지어 부잣집 아들도 있었다.
  • 다만 이 사람들은 타고난 능력이 없이 스승한테서 자그마한 가르침만 받기를 원했다.
  • 하지만 진군은 엽헌원의 직속 제자였다. 비록 그는 다른 사람들보다 입문이 느리고 나이도 어렸지만 스승 곁에서 많이 보고 많이 배우려고 노력했다.
  • 그래서 이 사람들은 진군을 선배라고 불렀다. 그들 중 진군보다 스무 살이나 많은 사람도 이와 같이 그를 호칭했다.
  • 그들이 보기에 세속적인 돈, 권력이 스승의 가르침에 비해서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스승이 무엇을 원하든지 다 해줄 수 있었다.
  • 그리고 그들은 스승의 진짜 가르침을 받을 수 있는 후배를 매우 부러워하고 있었다.
  • 그 당시 그들은 스승에게 몇 마디 조언만 받았을 뿐인데도 오늘날과 같은 성과를 거두었다. 그 뜻인즉 이 어린 선배는 스승을 따라 10년 동안 기예를 배워왔으니 진군의 실력은 그들이 상상할 수조차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 그래서 그의 제자들은 진군에 대한 부러움보다 존경심이 더 컸다.
  • 마치 그의 스승을 존경하듯 말이다.
  • 전화받은 사람은 진군의 셋째 제자 동생인 손건민이었다.
  • 그도 제일 처음 스승님의 가르침을 받은 사람 중의 한 명이었고 오늘날 동해의 총책임자인 진정한 큰 인물이었다.
  • 이런 높은 지위의 사람과 대화를 하는데 진군은 긴박함 없이 담담하고 덤덤하게 입을 열었다.
  • “나야, 나 동해로 돌아왔어.”
  • 손건민은 10년 전에 자신의 선배를 한번 보고 그 뒤로는 본 적이 없었는데 드디어 10년 후에 보게 될 수 있어서 갑자기 흥분되었다.
  • “선배님, 지금 어디 계세요? 제가 선배님 쪽으로 차를 보낼게요, 아니, 제가 직접 운전해서 갈게요!”
  • 이렇게 손건민을 직접 데리러 오게 할 사람은 전체 한동에서 다섯 사람도 되지 않을 것이다.
  • 하지만 손건민한테는 선배님의 운전기사 되는 것이 진정한 영광이라고 생각되었다.
  • “데리러 올 필요는 없어, 내가 지금 집에 있거든. 근데 한 가지 일을 네가 조사해 줘야겠어.”
  • “네, 지시만 내려주세요!”
  • 진군이 말했다.
  • “10년 전 살해당한 진 씨 가문의 사람들이 지금 다 어디에 묻혔는지 좀 조사해 줘.”
  • 몇 분이 지난 후, 손건민이 다시 전화를 걸어왔다.
  • “선배님, 조사해 봤는데 10년 전 전멸된 진씨 가문은 동산 언덕에 묻혔는데 지금 거긴 황무지가 되었어요.”
  • “그래, 알았어.”
  • 말을 마치고 진군은 전화를 끊었다.
  • 손건민의 마음은 오래도록 진정되지 않았다.
  • 진군은 몇 년간 스승의 수행을 수없이 많이 따라다녔다. 하지만 의술뿐만 아니라 무술도 뛰어난 선배가 어찌 스승과의 수행을 포기하고 동해로 돌아왔을까?
  • 10년 전의 진 씨 가문?
  • 10년 전이면 손건민이 동해의 책임자로 되기 전이라 이쪽 상황을 많이 알지 못했다.
  • 근데 선배님이 마침 성이 진씨인데 설마?
  • 진씨?
  • 여기까지 생각한 손건민은 갑자기 온몸에 소름이 끼쳤다.
  • 어쩌면, 선배는 진씨 가문의 사람일지도 모른다.
  • 손건민의 등 뒤에는 한줄기의 차가운 바람이 스쳤고 온몸에는 금세 닭살들이 올라왔다. 만약 선배가 진짜 진씨 가문의 사람이라면 여기 동해는……
  • 분명 피바람이 불 것이다!
  • 손건민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급히 핸드폰을 꺼내 넷째 제자 동생인 맹문강에게 전화를 걸었다.
  • 맹문강은 한동성에서 제일 부자였고 화하 포브스 순위 6위를 차지했다.
  • 그는 손건민보다 2년 후배였고 동시에 진군의 네 번째 제자였다.
  • “손 리더, 어떻게 나한테 연락할 생각을 다 했어요?”
  • 맹문강의 말투는 매우 여유로웠다.
  • 손건민이 대답했다.
  • “선배님이 돌아오셨어.”
  • “선배님? 어느 선배님이요?”
  • “시끄러, 선배가 그 선배밖에 더 있어?”
  • “방금 돌아왔다고?!”
  • 맹문강은 깜짝 놀랐다. 그의 선배는 손건민 외에 스승님의 곁을 10년 동안 지켜준 어린 선배밖에 없었다.
  • ‘설마 산에 있던 그 선배가 여기 동해로 돌아왔다고?’
  • “손 리더, 선배님이 혹시 연락이 오셨나요?”
  • 손건민이 말했다.
  • “선배가 나에게 10년 전 진씨 가문의 일을 조사해보라고 지시했어, 너도 기억하다시피 선배님도 성이 진씨잖아, 이번에 그저 간단하게 돌아온 것 같지는 않아.”
  • 맹문강은 여기 동해시의 토박이여서 당시의 일에 대해 빠삭하게 알고 있을 것이다. 다만 그는 선배가 뜻밖에도 그 당시 진씨 집안의 사람일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 기씨 가문, 화씨 가문. 서씨 가문……이젠 끝났다!
  • “손 리더, 혹시라도 선배님께 무슨 일이 있으면 꼭 이 맹문강을 불러달라고 전해주세요. 전적으로 도와드릴 테니까요.”
  • 전화를 끊자마자 손건민은 다시 두 번째 전화를 걸었다.
  • 왕금해.
  • 동남부 대구역의 총책임자였고 별 다섯 줄인 사람 중 제일 젊었고 똑 부러지고 이 시대 최고의 군인이라고 할 수 있다.
  • “선배! 저 손건민에요.”
  • “손 리더, 어떻게 나한테 전화할 생각을 했어?”
  • “진 선배가 동해에 돌아왔어요.”
  • “뭐라고!”
  • 왕금해는 깜짝 놀랐다. 수많은 사람들 중 그는 우두머리였고 수년간 그들 중에 권위가 제일 높은 사람으로 살아왔다. 하지만 그도 알다시피 언제나 한 사람이 그의 머리를 짓누르고 있었고 심지어 그가 존중하고 배려해야 하는 사람이었다.
  • 그가 바로 스승님의 옆에서 십 년 동안 수련했다는 나이 어린 선배인 진군이었다!
  • “내가 지금 한동성에 있는 게 아니야. 그래도 가능한 빨리 돌아가서 선배를 만날게.”
  • 이들은 모두 권력이면 권력, 돈이면 돈, 뭣하나 부족한 게 없는 사람들이지만 그들 눈에는 감히 진군과 만남을 가지는 것조차 영광이었다.
  • ……
  • “도련님, 오셨네요!”
  • 진군이 무사히 돌아온 모습을 본 풍연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몰아쉬었다. 그리고 지금의 진씨 가문이 예전의 진씨 가문이 아니란 것도 뼈저리게 느꼈다.
  • 지금 그들이 동해에서 움직이려면 모든 방면에서 조심해야 했다.
  • 당씨 가문만 봐도 진씨 집안으로서는 감히 건드릴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
  • “풍연 이모, 걱정하지 마세요. 며칠 지나면 그들이 이모 앞에서 무릎을 꿇고 사과할 거예요.”
  • 풍연은 어리둥절해 있다가 금세 쓴웃음을 지었다.
  • ‘도련님도 참 단순하네요, 멀쩡한 당씨 가문의 사람이 왜 갑자기 저같이 하찮은 아주머니한테 사과를 하겠어요?’
  • 그녀는 그들이 도련님께 더 이상 폐를 끼치지 않고 편안하게 지낼 수 있게만 해도 너무 좋겠다고 생각했다.
  • 풍 이모가 집에 들어가서 요리를 하려고 했는데 문밖에서 갑자기 차 소리가 들려왔다.
  • 검은색 아우디에서 늘씬한 몸매의 여인이 내렸다. 그녀는 엉덩이를 감싼 짧은 치마에 반소매 정장을 입었고 글래머러스하고 긴 생머리에 외모가 뛰어났다. 그녀가 바로 주씨 가문의 금쪽같은 딸 주임림이였다.
  • “군이 오빠! 군이 오빠 맞죠?”
  • 10년 만에 만났는데 외모는 많이 변해있었다. 예전에 주임림과 함께 놀았을 때 나이는 겨우 12살이었다.
  • “군이 오빠, 저 임림이에요!”
  • 진군도 옅은 미소를 지었다.
  • “임림아, 오랜만이야. 못 알아볼뻔했어.”
  • 키가 크고 잘생겨진 진군의 모습을 보면서 주임림도 감개무량해했다. 예전에 잘나가던 진씨 가문이 뜻밖에도 지금 이 모양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 주임림외에 그녀 뒤에 서있던 몇몇 사람들도 모두 주씨 가문의 어른들이었다.
  • 이때, 한 중년 남자가 빠른 걸음으로 진군의 앞으로 다가오더니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 “흥, 감히 여기에 다시 돌아와? 너희 진씨 가문은 이제 동해시에 설자리가 없다는 걸 아직도 모르겠어? 돌아와서 우리 주씨 가문에 폐 끼치는 거 아냐?”
  • 방금 말한 사람은 주명이었는데 현재 주씨 가문에서 지위가 제일 높은 사람이고 주임림의 큰아버지였다.
  • 주삼도 어르신의 건강도 나날이 나빠져 주씨 가문도 이제는 주명이 진두지휘를 맡고 있었다.
  • 주임림이 그의 말에 눈썹을 한껏 치켜뜨고 말했다.
  • “큰아버지, 대체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 군이 오빠는 돌아와서 우리 집에 찾아오지도 않았는데 무슨 폐를 끼친다고 그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