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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화 진씨 가문의 도련님

  • “어디서 까불어!”
  • 기현이 대노했다. 감히 그의 앞에서 기씨 가문을 욕하다니, 죽음을 자초하고 있다!
  • 하지만 몇 초간의 분노 후 기현이 알아챘다.
  • “진씨 가문? 네가 말한 게 혹시 십 년 전의 진씨 가문이야?”
  • 기현이 냉소를 지었다.
  • “누군가 했더니 진씨 가문의 잔당이군. 십 년이 지났는데 네가 아직도 살아있을 줄은 생각도 못했네. 왜, 이번에 동해로 돌아와서 뭐 하려고?”
  • 진군이 말했다.
  • “동해로 돌아와서 당연히 먼저 부모님 제사를 지내고, 그다음 원수를 갚아야겠지.”
  • 이 말을 들은 기현이 크게 소리 내어 웃기 시작했다.
  • “하하하… 원수를 갚겠다고? 너 그럴 실력이나 있어?”
  • “듣는 바에 의하면 당씨 가문에서 한바탕 소란을 피웠다며? 네가 호의를 무시했으니 우리도 널 끝장낼 수밖에 없겠네!”
  • “흑용! 가서 저놈의 두 다리를 부러뜨려!”
  • 진씨 가문의 후대를 상대함에 있어서 기씨 가문은 당연히 아무런 수도 남겨두지 않을 것이다. 다만 진군은 지금 권력도 세력도 없기 때문에 그들은 아예 그를 안중에 두지 않았다.
  • 그를 죽일 필요 없이 불구로 만들어 놓아 남은 생을 구걸하며 살아가게 하는 게 더 재밌을 것 같았다.
  • 기현의 말이 끝나자마자 흑인 한 명이 그의 뒤에서 걸어 나왔다.
  • 이 흑인은 얼굴이 험악하고 체구가 우람지며 온몸이 근육으로 덮혔기에 보기에도 아주 공포스러웠다.
  • 이 사람은 기현의 수행 보디가드였다. 과거에는 프로 권투 선수였어서 싸움 실력이 아주 강했다.
  • 이와 같이 여위고 허약한 진군을 보자 흑용은 코웃음 치더니 얼굴에 경멸하는 표정을 드러내며 바로 달려들어 그의 목덜미를 향해 잡았다.
  • “군이 오빠!”
  • 주임림이 깜짝 놀라 소리쳤다.
  • 이토록 강한 흑용을 마주한 진군은 피하지 않았다. 곧 두 손가락 사이로 은침 하나가 날아왔다. 이윽고 그 은침이 바로 흑용의 미간을 찔렀다.
  • 진군의 속도는 아주 빨랐다. 분명 흑용이 먼저 움직였지만 은침이 먼저 흑용의 이마에 꽂혔다.
  • 은침이 꽂히자 흑용이 순간 멈췄다. 마치 움직이지 못하게 하는 주술을 걸어놓은 듯 미동이 없었다.
  • 기현은 흠칫 놀라 미간을 찌푸렸고 안색이 조금 변했다.
  • “흑용! 흑용 너 뭐 하는 거야, 얼른 공격해!”
  • 기현의 부름에도 흑용은 조각상처럼 미동이 없었다.
  • 뒷짐을 진 기현의 안색이 조금 나빠졌다.
  • “너 무슨 짓을 한 거야? 내가 명령하는데 얼른 흑용을 원래 상태로 돌려놔!”
  • 진군이 흑용을 돌아 한걸음 한걸음 기현을 향해 걸어갔다.
  • “나한테 명령해? 네가 뭔데?”
  • 진군이 걸어오는 걸 보자 기현이 그제서야 당황해났다.
  • “뭐하려고! 너 뭐 하려고 그래. 난 기씨 가문의 둘째 도련님이야. 네가 날 건드리면 기필코 기씨 가문의 큰 보복을 당할거라고!”
  • 진군이 비웃는 듯 입꼬리를 씩 올렸다.
  • “보복? 그래, 내가 기다리고 있을게.”
  • 말을 마친 뒤 진군은 기현의 목덜미를 잡아 순식간에 그를 넘어뜨렸다.
  • 기현은 재벌 2세에 불과했다. 흑용 같은 이런 고수마저 진군의 공격을 한 번도 막아내지 못했기에 기현은 당연히 꼼짝도 못 했다.
  • 기현은 바닥에 눌려 있었다. 진군은 은침 두 개를 뽑더니 손목을 돌려 각각 기현의 두 무릎에 꽂았다.
  • “악!!”
  • 분명 가느다란 은침 하나일 뿐인데 무릎을 찌르자 전기 드릴로 뼈를 뚫는 것 같았다. 기현은 가슴이 에이는 듯이 아팠다. 그런 고통은 그로 하여금 몇 번이나 기절하게 했다.
  • 진군의 침은 사람을 죽일 수도, 살릴 수도 있다.
  • 꽂힌 은침 하나가 기현의 다리를 불구로 만들었다. 설사 신선이 살아있다 하더라도 회복될 수 없다.
  • 고작 소털처럼 작은 두 은침에 기현은 바닥에 누워 끊임없이 부들부들 떨었는데 온몸에 식은땀이 가득했고 안색이 무척 창백했다.
  • 이 지경에 이르자 모든 사람들이 크게 놀랐다.
  • ‘감히 기씨 가문의 둘째 도련님을 때리다니! 미쳤어. 무조건 미친 거야.’
  • 동해에서 기씨 가문은 강권의 상징이다. 기씨 가문의 사람을 건드렸으니, 크게 보복 당할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 ‘이 녀석, 도대체 정체가 뭐야?’
  • “감히 날 건드려! 너 죽었어, 죽었어! 우리 아버지께서 절대 널 가만두지 않을 거야! 담 있으면 날 전화하게 해줘!”
  • 진군이 냉소를 지었다.
  • “그래, 전화해봐.”
  • 곧 기현이 아버지의 전화를 연결했다.
  • “아버지! 어떤 놈이 절 불구로 만들었어요! 구해줘요!”
  • 전화기 너머의 기현 아버지가 순간 노발대발했다.
  • “누구야! 동해에서 누가 감히 우리 기씨 가문의 사람을 건드려! 핸드폰 그놈한테 바꿔!”
  • 핸드폰을 받은 진군이 평온하게 말했다.
  • “3일 뒤가 진씨 가문의 기일이야. 너희들 3대 가족이 상복을 입고 우리 할아버지와 부모님께 절하고 향을 올려. 오지 않는다면 그 결과는 스스로 책임져야 할 거야.”
  • 이 말을 들은 기현의 아버지는 더할 나위 없이 분노가 차올랐다.
  • “진씨 가문의 후대야? 감히 어디라고 돌아온 거야? 알려주는데 우리 아들 털끝 하나 건드리면 내가 널 죽지 못해 살게끔 만들어 놓을 거야!”
  • 이 말에 진군이 코웃음 쳤다.
  • “그래? 그렇다면 잘 들어.”
  • 말을 마친 진군은 기현의 종아리를 밟았다.
  • “뚝!”
  • “아아!”
  • 기현은 가슴이 찢어지게 비명을 질렀다.
  • 기현 아버지도 쉰 목소리로 울부짖었다.
  • “네가 감히!”
  • 진군이 코웃음 쳤다.
  • “내가 한 말 잊지 마. 상복을 입은 채로 절하고 향을 올려야 한다는 걸.”
  • 말을 마친 진군은 바로 전화를 끊더니 고개를 돌려 주임림에게 말했다.
  • “가자.”
  • 뭇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두 사람은 회의장을 떠났다.
  • ……
  • “기 도련님! 기 도련님 괜찮으세요!”
  • 진군이 간 후 그제서야 앞잡이들이 다가와 잘 보이려고 기현을 들어 올렸다.
  • “날 건들지 말고 사람 불러! 얼른 사람 불러, 내가 그놈을 죽일 거야! 죽일 거라고!”
  • 기현은 미친것 같았다.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그는 이런 억울함을 당한 적이 없다. 그까짓 진씨 가문의 잔당이 감히 그를 이렇게 망가뜨리다니, 죽음을 자초하고 있다.
  • 곧 소식이 각 가문들 사이에 퍼졌다.
  • 과거 진씨 가문의 큰 도련님이 돌아왔다!
  • 진씨 가문의 일을 언급하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이것은 당시 3대 가문의 음모였기에 이런 일을 논의하면 무조건 3대 가문의 불만을 일으키게 될 것이다. 그래서 시간이 오래되자 모두 점차 잊어버렸다.
  • 하지만 요 며칠, 거의 모든 가문들이 다 지나간 이 일을 얘기하고 있다.
  • ‘뜻밖에도 진씨 가문의 후대가 살아있다니! 빠져나간 사람이 있었다!’
  • ……
  • 기씨네 집, 기현의 방.
  • 기씨 온 가문의 사람들이 여기에 모여 의사의 진단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다.
  • 전국 각지에서 온 열몇 명의 전문가들은 다 고개를 가로저었고 속수무책이었다.
  • “기 사장님, 안돼요. 기 도련님 두 다리의 경맥이 다 망가져버렸기에 도저히 치유할 방법이 없어요.”
  • 진군은 해결 방법이 없는 수를 썼기에 사부 엽헌원이 도와주지 않는 이상 다른 사람들은 치유할 수가 없다.
  • 침대에 누워있는 기현은 너무 아픈 나머지 숨이 간들간들했다. 이 말을 듣자 더더욱 열화가 치밀어 바로 기절했다.
  • 기현이 불구로 되자 기씨 가문은 대노했다!
  • “진씨 가문의 잔당! 감히 돌아오다니, 죽고 싶어 환장했나!”
  • “그뿐만 아니라 심지어 허황된 소리를 지껄이며 우리더러 진씨 가문한테 제사를 지내라고? 미친 건가, 무슨 자격으로?”
  • “진씨 가문의 그 죽은 놈들 다 어디에 묻었어? 제사를 지내라고? 가서 그놈들 무덤이나 파!”
  • 기씨 가문의 어르신 기건용이 의자에 앉아있었는데 안색이 아주 어두웠다.
  • 그때 진씨 가문의 어린놈을 놓아준 것이 큰 실수였다. 십 년 뒤 그가 다시 돌아올줄은 생각도 못 했고 심지어 그가 아끼는 손자를 불구로 만들어놓았다!
  • 죽음을 자초하고 있다!
  • “할아버지, 진씨 가문의 그놈이 주씨 가문의 사람과 같이 있는 걸 제가 봤어요.”
  • “흥!”
  • 기건용이 손에 쥔 지팡이를 세게 바닥에 내리쳤다.
  • 어르신이 노발대발했다!
  • “주씨 가문을 고립시켜라고 다른 가문들에게 알려. 그리고 그때 우리가 진씨 가문을 죽음으로 몬 일이 퍼지지 않게끔 소식을 막아. 암암리에 진군 그놈이 어디에 있는지 조사해서 사람을 불러 그놈을 잡아와, 산 사람이든 시체든 상관없어!”
  • “네!”
  • 기씨 가주의 기침 한 번에 동해의 땅이 흔들린다!
  • 이 명령이 내려지게 되면 온 도시가 뒤흔들릴 것이다.
  • “참, 주임림 엄마가 북성 구역에 공장 하나를 세웠잖아. 마침 아직 우리랑 합작하고 있는데 그년 엄마도 가서 당장 잡아와!”
  • “그년들 앞에서 오늘의 원한을 열 배로 갚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