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

+ 서재에 추가하기

이전 화 다음 화

제2화 천리 추풍관

  • ‘호흡이 돌아왔다고?!’
  • 모든 사람들이 고개를 돌리고 호흡 기계를 쳐다보았다.
  • 정말 호흡이 돌아오고 있었다!
  • 방금 그들 몇 명이 여기에 있을 때는 주 어르신의 생명 라인은 많이 내려가 있었고 거의 호흡이 없다고 할 수 있었다. 심장 박동마저 멈추려고 했다.
  • 나가서 일가족에게 통보를 내리는 사이에도 분명 시간이 많이 지체되어 지금은 분명 호흡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방금 진군이 아무렇게 몇 번 누르더니 호흡이 돌아왔다.
  •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멍한 채 감히 앞으로 나가지도 못했다.
  • 이 몇 번의 찌른 행동이 실제로는 매우 심오한 의학 지식과 강인한 신체력을 필요로 하기에 보통 사람들은 이 같은 경지에까지 닿기 힘들다. 적어도 현장에 있는 몇 명의 한의사들은 하지 못했다.
  • 진군은 고개를 돌리더니 유노범을 차갑게 노려보았다.
  • “제가 치료할 때 잡상인들은 입을 닫아주시길 바랍니다.”
  • “너……”
  • 유노범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다.
  • 그는 주치의인 사람을 감히 잡상인이라고 불렀다!
  • 유노범이 막 입을 열려고 할 때 주용이 들어오더니 차갑게 말했다.
  • “유 선생, 이 청년이 지금 치료 중인데, 끼어들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아.”
  • 협박이 섞인 주용의 말에 유 의사는 주먹을 불끈 쥐었지만 결국 화를 참아내며 진군을 죽일 듯이 노려봤다.
  • ‘그래, 만약 살려내지 못하면 이 책임을 전부 너한테 뒤집어 씌울 줄 알아!’
  • 진군은 두 개의 손가락으로 혈을 눌러 어르신의 호흡이 잘 통하게 한 후, 몸에 두르고 있던 천 가방을 열어 그 안에서 투명한 유리 항아리를 꺼냈다, 그리고 알코올 솜에 불을 붙여 유리 항아리를 한 바퀴 닦았다.
  • 이어 손목을 한번 돌리더니 유리 항아리를 환자의 가슴에 엎어 놓았다.
  • “부항?”
  • 남부지역의 사람으로서 부항이 결코 낯선 물건이 아닌데 의사들에게는 더 할 나위 없었다. 목욕탕에서도 지금은 마사지용으로 사람들에게 부항을 떠주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다.
  •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마사지 용이였고 이런 병을 치료하기에는 다소 무리였다. 그것도 이와 같은 큰 병에는 더욱 그랬다.
  • 주 어르신과 같은 병은 무조건 수술대 위에서 수술을 받아야 하는 건데 이런 부황이 대체 무슨 소용이 있을까?
  • “개수작 부리고 있네!”
  • 유노범은 낮은 소리로 그를 비꼬았다.
  • 매일 같이 수술칼을 들고 수술하는 의사도 치료 못한 병을 부항을 뜬다고 과연 달라질까?
  • 진군은 유리 항아리를 환자의 가슴에 엎어놓고 몇 초간 가만히 있었다.
  • 그러고는 천천히 왼쪽 손을 뗐다.
  • 그러자 갑자기 유리 항아리가 환자의 몸에서 움직였다!
  • 어떠한 외부 힘도 없이 불 항아리는 놀랍게도 환자의 몸에서 '걷기' 시작했다!
  • 이 장면은 정말 모두를 크게 놀라게 했다.
  • 몇 명의 한의학자들은 눈을 크게 뜨더니 서로 눈이 마주쳤고 하나같이 얼굴에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들을 짓고 있었다.
  • “이것은……”
  • “천리 추풍관 수법?!”
  • 예로부터 한의사들은 병을 치료하는 수단이 매우 많았는데 그중 불 항아리와 침구, 추나는 모두 필수과목이었다.
  • 그러나 고서적 결핍으로 불 항아리에 대한 지식이 많이 전해지지 않아 대부분의 한의사들은 주로 침술과 약만 연구했다.
  • 하지만 천리 추풍관과 같은 의술은 고서적에서 살짝만 들었을 뿐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고 있었다.
  • 조금 전의 점혈은 이 의사들로 하여금 모두 입을 다물게 했고 조용히 그가 치료하는 것을 보게 만들었다.
  • 그의 천리 추풍관과 같은 재주에 사람들은 저마다 놀라 누구도 감히 소리 내어 그를 방해할 수 없었다!
  • 항아리는 불규칙한 템포로 환자의 몸에서 천천히 움직였다.
  • 진군은 또 보자기에서 돌돌 말았던 작은 포대를 천천히 꺼내더니 은침을 한 줄로 펴놓았다!
  • 그리고 손을 뻗어 재빠르게 침 세 개를 골라냈다.
  • 오른손 손가락 사이사이에 쥐고 손목을 몇 번 움직이더니 은침을 재빠르게 그의 몸에 꽂았다. 마치 두부에 찌르듯 정확하게 혈위에 내리 꽂혔다.
  • “참 대단한 침술이야!”
  • 은 침술은 힘, 정확도, 속도 등 많은 요소들이 침술 효과에 영향을 줄 수 있다.
  • 이와 같은 급성 질환에는 진군의 방금했던 자혈방법이 빠르고 정확하다는 사실을 현장에 있던 몇 명의 나이 많은 한의사들도 알고 있지만, 막상 해보면 결코 진군이 한 만큼의 효과를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 그리고 진군이 물 흐르듯이 가볍게 몸을 놀리며 은침을 꽂을줄 몰랐다.
  • 하나, 둘, 셋, 넷, 다섯!
  • 다섯 대의 침을 놓고 불 부항을 멈추고 한숨을 내쉬었다.
  • “크음……”
  • 이때 주 어르신이 갑자기 기침을 하기 시작했다.
  • 이와 동시에 시종일관 모니터를 주시하던 간호사가 갑자기 또 큰소리로 외쳤다.
  • “심장박동이 정상으로 돌아왔어요!”
  • 모든 사람들이 고개를 돌려보니 정말로 정상으로 돌아왔다!
  • 몇 명의 나이 많은 한의사들의 눈이 금세 휘둥그레졌다.
  • “오행음양침! 책에서만 보았던 오행 음양 침술이야!”
  • 그의 천리 추풍관, 오행 음양 침술에 사람들은 깜짝 놀라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 몇 명의 나이 많은 의사들은 점점 두피가 저려오는 것을 느꼈다. 그들은 죽기 전에 이런 기적과도 같은 상황을 두 눈으로 볼 수 있을 줄 생각지도 못했다. 그것도 놀랍게도 이렇게 젊은 명의한테서 말이다!
  • 젊은 사람이 이렇게 쉽게 선배의 실력을 능가했으니 경외할만했다!
  • 진군은 침을 뽑고 유리 항아리를 거두고 가방 안에서 하얀 천을 꺼내서 닦았다.
  • “비록 주 어르신의 정신이 다시 돌아왔지만 완치되려면 오랜 시간을 두고 몸 관리를 잘 해야 합니다.”
  • “제가 약초를 말할 테니 적으세요.”
  • 진군은 뒤에 서있던 의사에게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 “그래요, 그래요. 말씀하세요.”
  • 이 의사도 역시 유명한 한의사였는데 지금은 애송이의 조수로 불려도 아무런 불평 이 없이 그의 말을 들을 수밖에 없었다.
  • “백하수오 3g, 백개자 3g, 까마중 5g……”
  • 처방약을 말하고 나서 진군은 다시 말을 이었다.
  • “한약 외에 주 어르신은 정기적으로 병원에 오셔서 검사받으셔야 합니다. 화학 검사도 해야 하고 한의원에서 진맥 검사도 해야 합니다. 진맥 시 침맥, 실맥에 주의하며 만약 병이 호전되면 처방약의 양도 그때 가서 줄일 수도 있습니다.”
  • 말을 마치고 그는 서있던 몇몇 한의사들을 쳐다보고 물었다.
  • “제가 말한 것들, 모두 알아 들으셨죠?”
  • “네네, 그럼요!”
  • 시에서도 명성이 자자한 이 나이 많은 한의사들은 이 시간만큼은 진군 앞에서 마치 초등학생같이 고개를 세차게 끄덕였다.
  • 그리고 진군은 정리한 가방을 등에 멨다.
  • “주 삼촌, 그럼 저는 먼저 가볼게요. 다음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 말을 마치고 진군은 자리를 떴다.
  • “저기! 젊은 의사……”
  • 주용은 막 진군을 붙잡고 그에게 자세하게 물어보려고 했지만 주 어르신의 기침 몇 번으로 그가 깨어난 것 같아 곧장 그에게 먼저 달려갔다.
  • 이때 옆에서 이 관경을 지켜보던 유노범의 얼굴은 말로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어두웠다.
  • 아까부터 그는 진군을 애송이라고 무시하고 심지어 사기꾼이라고도 했다.
  • 그리고 뻔뻔스럽게도 자신이 고치지 못한 병은 그 누구도 치료하지 못한다고 큰소리를 쳤다.
  • 결과는 이 젊은 명의의 몇 번의 점혈, 부항, 침술 불과 십분도 채 되지 않은 시간 안에 한 사람을 죽음의 문턱에서 되살렸다!
  • 더욱 비참한 것은 진군은 처음부터 끝까지, 심지어 마지막에 자리를 떠날 때까지도 그를 한 번도 쳐다보지 않았다.
  • 한마디 비꼬는 말도 하지 않았다.
  • 이것으로 그의 눈에는 유노범이 아무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충분히 보여줬고 자기 자신만이 본인을 능력자로 착각한 격이었다.
  • 별안간 유노범은 누군가에게 따귀를 몇 대 얻어맞은 듯 얼굴이 화끈거리고 부끄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