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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닥터

천재 닥터

dazzle

Last update: 2021-10-14

<p>제1화 제가 고칠 수 있어요</p>

  • “심장 박동이 45밖에 안돼요! 점점 약해지고 있어요.”
  • “호흡 빈도도 약해지고 있어, 산소량 더 늘려!”
  • “심장박동기 준비해!”
  • ……
  • “안되겠어, 환자 가족에게 알릴 준비해.”
  • 이때, 동해시 대학병원 응급실에는 몇 명의 교수급 의사들이 수술대 위의 위독한 환자를 둘러싸고 있었고 저마다 이마에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다.
  • 수술대 위의 사람은 주삼도, 주 어르신이었는데 동해시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는 고위층의 사람이었다. 감히 한 손으로 하늘을 가린다고는 할 수 없지만 한 손으로 치우칠 수는 있는 사람이었다.
  • 이런 큰 인물이 그들의 수술대 위에서 죽는다면 이 몇 명의 전문의들은 밥줄이 여기서 바로 끊길 것이다.
  • “어떡하지, 급성 좌심방 쇠약으로 호흡이 불안정해, 심원성 쇼크를 해도 안될 거야.”
  • “아니면 지금 바로 수술합시다!”
  • “안돼요! 지금 수술하기에는 너무 늦었어요. 일단 저희가 수술을 해서 환자가 수술대에서 죽기라도 한다면 그것은 바로 우리의 의료사고로 됩니다. 주씨 가문의 성화를 누가 감당할 수 있어요?”
  • 몇몇 의사들은 그의 물음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여기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동해에서도 의술이 뛰어난 명의들인데도 이 같은 환자의 병상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
  • 첫째, 이 급성 좌심 쇠약증은 원래 난치병이기 때문에 고치기 어려웠다. 둘째, 병세가 갑자기 나타나서 여기로 데려왔을 때는 이미 늦었다. 셋째, 어르신 연세가 너무 많았다. 이 나이에는 맹장염 수술 하나도 위험할 수 있는데, 아무렴 심장수술은 더 말할 나위 없었다.
  • 그들은 이미 최선을 다했고 솔직하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
  • 아무리 하늘 같은 주 어르신이라고 해도 생로병사 앞에서는 어쩔 수가 없다.
  • 몇 명의 의사들은 하나같이 깊은 한숨을 쉬었다. 일이 이렇게 되니 그저 주 씨 가문의 사람들이 자신들에게 화풀이를 하지 않기만을 바라야 했다.
  • 수술실 문이 열리고 의사가 말했다.
  • “주 사장님, 저희는 최선을 다했으나 주 어르신은 힘들 것 같습니다.”
  • 주 사장이라고 불리는 남자는 나이가 오십 가까이는 되어 보였다. 그는 주 어르신의 둘째 아들 주용이었고 주 씨 부동산의 사장이었다.
  • 주용은 그 말에 벌컥 화를 내며 의사의 멱살을 잡았다.
  • “뭐라고! 아버지 수술실에 들어가기 전까지만 해도 멀쩡했는데 왜 갑자기 힘들대!”
  • 유 의사는 깜짝 놀란 나머지 두 다리가 후들거렸다.
  • “주 사장님… 주 어르신은 급성 좌심방 쇠약이라 도저히 어찌할 방법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너무 늦게 모셔왔고요. 아무리 화타가 살아돌아 온다고 해도 구할 수 없을 겁니다. 너무 상심하지 마시고 천천히 뒷일을 준비하세요.”
  • “개소리하지 마!”
  • 주용은 불같이 화를 냈다. 그는 이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방금까지도 아버지와 같이 밥을 먹으며 담소를 나누었는데 눈 깜짝할 사이, 그것도 두 시간도 되지 않았는데 이렇게 수술대 위에 자신의 아버지가 눕게 되다니.
  • 주용은 다소 흥분된 상태로 고개를 돌려 의사를 노려봤다.
  • “만약 누가 우리 아버지를 살려내면, 돈은 얼마든지 줄 수 있어!”
  • 유 의사는 눈살이 갑자기 찌푸러졌다. 주 사장이 보통 인물은 아니었지만 그도 다소 화가 났다.
  • “주 사장님! 이렇게 소리칠 필요 없어요. 대학병원 전체, 아니 온 동해시에서 저처럼 수술 꽤 한다는 외과의사도 치료 못하는 병인데 다른 사람은 더할 나위 없겠죠.”
  • 유 의사는 정말 심장외과 방면에서 뛰어난 실력을 자랑했다. 시에서는 물론 성 전체에서도 최고의 명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 하지만 주용이 방금 한 행동은 그를 화나게 만들었다. 유노범이 이미 ‘사망신고’를 한 사람은 누구도 다시 살아나게 할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 주용은 두 눈을 부릅뜨며 물었다.
  • “정말 아무도 치료할 수 없는 거야?”
  • 말이 끝나자마 누군가의 차가운 목소리가 복도의 끝에서 들려왔다.
  • “제가 해보죠.”
  • 소리는 크지 않지만 임팩트가 셌다. 소리를 따라 고개를 돌려보니 스무 살쯤 되는 한 청년이 수수한 캐주얼 차림에 가방 하나를 두른 채 한 걸음 한 걸음 다가왔다.
  • 청년은 잘생긴 외모에 다소 헝클어진 머리와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무표정하지만 오묘한 느낌을 줬다.
  • 주용은 잠시 머뭇거렸다. 왠지 이 청년이 낯이 익었지만 어디서 봤던지 생각이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 “당신 방금 뭐라고 했어?”
  • 진군은 주용의 앞에 다가왔다.
  • “제가 치료할 수 있다고요.”
  • 주용의 눈빛이 반짝였다.
  • “확실해?”
  • 이때 진군이 대답하기도 전에 유노범이 먼저 입을 열었다.
  • “웬 애송이가 와서 감히 우리 병원에서 행패를 부려! 여기가 애들이 들어올 수 있는 곳인 줄 알아?”
  • 진군의 행색을 보고 방금 한 말을 더하니 그는 더 할 나위 없이 돌팔이 같았다.
  • 이렇게 젊은 데다가 이런 망언을 하다니, 그리고 방금 유노범이 주 어르신의 병은 아무도 치료할 수 없다고 말했는데 하필 그가 고칠 수 있다고 하자 망신을 당하려고 작정한듯싶었다.
  • 진군은 유노범의 말을 무시한 채 주용을 쳐다보며 말했다.
  • “주 삼촌, 시간이 얼마 없어요. 제가 지금 들어가면 아직 어느 정도 희망은 있을 거예요.”
  • ‘주 삼촌?’
  • 주용은 답답해서 미칠 지경이었다. 이 청년은 분명히 그를 아는 눈치였지만 그는 도저히 누군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
  • 시간은 사람을 기다리지 않는다. 이왕 여기까지 온 이상 죽은 말도 되살아나게 한다고 뻥을 쳐도 믿을 수밖에 없는 처지였다.
  • “그래! 빨리 들어가 봐!”
  • 유노범이 눈썹을 한껏 치켜세우며 말했다.
  • “주 사장님! 이건 애들 장난이 아니에요, 이런 애송이가 무슨 의술이 있다고 그러세요? 저 유노범이 고치지 못한 병은 누구도 치료할 수 없을 거예요, 만약 무슨 일이 벌어져도 저는 책임 못 져요!”
  • 주용은 그의 말에 차갑게 대꾸했다.
  • “사람이 곧 죽어가는데 이보다 더 끔찍한 결과가 있겠어? 저리 비켜!”
  • 유노범은 이를 악물고 어두운 얼굴을 한 채 어쩔 수 없이 그들에게 길을 내주었다.
  • 진군은 그를 보더니 담담하게 말했다.
  • “잘난체하고 아무런 능력도 없으면서 자신이 천하제일이라고 생각하는 의사가 진정한 돌팔이에요.”
  • 말을 마치고 그는 수술실로 들어갔다.
  • 유노범은 그 자리에서 한참 동안 멍한 상태로 서 있었다.
  • “방금 뭐라고 했어? 아직 이마에 피도 안마른 애송이가 감히 나를 돌팔이 의사라고?”
  • 감히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그의 의술을 의심하다니! 그야말로 죽음을 자초하는 거나 다름없었다!
  • “안돼, 쟤 멋대로 하게 하면 안 돼, 들어가자!”
  • 몇몇 의사들은 진군이 무슨 사고를 칠까 봐 서둘러 수술실로 따라 들어갔다.
  • 막 수술실에 들어서자 진군은 주 어르신 옆에 서서 오른손 두 손가락으로 그의 오른쪽 가슴을 힘껏 찌르고 있었다.
  • ‘혈을 누르고 있네?’
  • 동해 대학병원은 한국,서양 의학이 결합된 병원으로 현장에 있던 전문가들 중 몇 명은 한의학 출신이었는데 이런 허접한 의술을 보고 다들 경악을 금치 못했다.
  • 이것이 말로만 듣던 혈 찌르기?
  • 혈을 찔러 병은 치료하는 방법은 의술이 매우 뛰어나야만 했다. 수십 년 동안 이 바닥을 떠돌던 한의사도 선뜻 나서지 못했다.
  • 하지만 관건적인 시각에 혈을 눌러 치료하는 방법은 한의학에서 가장 강력한 응급조치 중의 하나다.
  • 진군이 한번 누르자 주 어르신은 갑자기 움찔하며 작은 신음소리를 냈다.
  • “대체 뭐하고 있어! 당장 여기서 꺼져! 여기는 네 놀이터가 아니라고!”
  • 유노범이 소리를 치자 옆에 서있던 간호사도 같이 소리를 쳤다.
  • “호흡이 돌아왔어요! 주 어르신의 호흡이 돌아왔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