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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낙찰되다

  • 두 사람이 자리에 앉은 뒤, 주위 사람들은 대부분 모두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청력이 뛰어난 진군이 이런 말들을 듣게 되었다.
  • “이 두 사람은 누구예요? 왜 여기에 앉은 거죠?”
  • “그러니까 말이에요. 이 자리는 손 리더에게 남겨주신 건 줄 알았는데 왜 그들이 앉아 있는 거예요?”
  • “이 여자 저 알아요, 주씨 가문의 큰 아가씨인 것 같아요.”
  • “주씨 가문? 허허, 주씨 가문이 언제 저희랑 같이 앉아 있을 자격이 있었던 거죠?”
  • 진군이 고개를 돌리고 힐끗 보았다. 말하고 있는 남자는 얼굴이 준수하고 피부가 하얀 청년이었다. 청년은 겉으로는 유순하나 속이 검은듯한 분위기를 갖고 있었는데 미간에 오만방자가 가득했다.
  • “저 사람은 누구야?”
  • 진군이 물었다.
  • 주임림은 고개를 돌리고 힐끗 보더니 바로 다시 돌렸다.
  • “군이 오빠! 그만 봐요! 저분은 기씨 가문의 둘째 도련님, 기현이에요!”
  • 진군은 고개를 돌렸다. 다만 눈빛에 한기가 가득했다.
  • 입찰이 곧 시작하자 기현이 말했다.
  • “이번 헌원 그룹의 의약 프로젝트는 저희 기씨 가문이 가질 거니까 저희랑 함께 입찰에 참여하려는 사람은 저희 기씨 가문의 적이라고 생각하겠어요.”
  • 기현의 말은 아주 오만방자했지만 주위에 누구도 반박하는 사람이 없었다. 다들 입을 꾹 다물고 조용히 있었다.
  • 기씨 가문은 누구도 감히 건드리지 못했다.
  • 헌원 그룹은 비록 종합성 회사지만 의약 프로젝트가 주업이다. 그런데 기씨 가문이 의약 프로젝트를 다 차지하겠다고 했으니 너무 횡포를 부리고 있다.
  • 주임림도 미간을 찌푸렸고 안색이 좋지 않았다.
  • 진군이 물었다.
  • “임림아, 헌원 그룹의 의약 프로젝트를 가지고 싶어?”
  • 주임림은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 “그래, 그러면 너한테 주라고 할게.”
  • 이 말에 주임림은 어리둥절해졌다.
  • ‘나한테 주라고 하겠다고?’
  • 주임림은 어이없어 고개를 저었다. 속으로 군이 오빠가 지금 참 농담 하기를 좋아한다고 생각했다.
  • 맹씨 가문은 무슨 존재인가.
  • 그건 전체 동해 위에 군림하는 가문이고 전성 갑부이며 전국 10강 안에 드는 가문이다.
  • 심지어 3대 가문도 무조건 맹씨 가문의 체면을 세워줘야 했으니 그들과 같은 작은 가문은 아예 맹씨와 말을 섞을 자격이 없었다. 진군처럼 권력도 세력도 없는 사람은 더욱 말할 필요가 없었다.
  • 기씨 가문이 이토록 횡포를 부리고 있었지만 주임림도 전혀 방법이 없었다.
  • 곧 개업식이 시작되었다. 맹문강은 강단에 올라가 발언했고 축사를 올렸다.
  • 어찌 됐든 맹씨기에 오늘 헌원 그룹의 개업식에 온 동해의 거물들이 거의 다 왔다.
  • 맹문강이 축사를 올린 뒤 손 리더도 강단에 올라가 발언했다.
  • 이윽고 입찰 단계에 들어섰다.
  • 주임림은 손에 입찰서를 쥔 채 머뭇거리며 가격을 적지 않았다.
  • 그녀는 자신감이 없었고 용기도 없었다.
  • 이렇게 대단한 기씨 가문을 상대로 주임림이 아니라 온 주씨 가문이 나선다 해도 아무런 승산이 없을 것이다.
  • 기씨 가문의 원한을 사면 나중에 동해에서 발붙이지 못할 것이다.
  • 하물며 주임림이 정말 가격을 적었다 하더라도 아마 입찰되지 않을 것이다.
  • 이렇게 큰 기업인 헌원 그룹은 절대 주임림의 작은 제약 회사를 거들떠보지 않을 것이다.
  • ‘됐어, 이번에 들어오게 된 것만 해도 쉬운 일이 아니니까 견문을 넓힌다고 생각하지 뭐.’
  • 주임림이 깊은 한숨을 쉬자 진군이 고개를 저었다. 이윽고 입찰서를 가져와 그 위에 가격을 적어놓았다.
  • “아! 군이 오빠 뭐하는 거예요! 오빠…”
  • 주임림은 어쩔 수 없다는듯 고개를 저었다.
  • ‘그러면 군이 오빠 마음대로 하게 내버려 두지 뭐. 아무튼 어떻게 쓰든 입찰되지 않을 거니까. 체험 한 번 해보게 한다고 생각하자.’
  • 몇 분 후, 다들 입찰서를 바쳤다.
  • 맹문강은 강단에 서서 결과를 발표했다.
  • 기현의 얼굴에 자신만만한 표정이 드러났다. 동해에서는 아직 기씨 가문과 경쟁하려 하는 사람이 없다고 생각했다.
  • 헌원 그룹, 이렇게 큰 케이크를 무조건 기씨 가문에서 큰 조각을 차지해야 했고 나머지는 다른 사람들이 알아서 나눠가져라고 그는 생각했다.
  • 맹문강은 단상에 서서 발표했다.
  • “헌원 그룹, 의약과 관련된 모든 프로젝트를 낙찰한 회사는…”
  • “문화 의약입니다.”
  • 솨!
  • 말이 끝나자 회의장이 순간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다. 모든 사람들이 어안이 벙벙했다.
  • ‘문화 의약? 이건 어느 가문의 회사야? 왜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지? 기씨, 서씨, 아니면 화씨 가문의 회사인 건가?’
  • 뭇사람들은 서로 얼굴만 쳐다보고 있었다. 그들은 전혀 이런 작은 회사를 들어본 적이 없었기에 어리둥절했다.
  • 주임림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 ‘내… 내가 낙찰됐다고? 심지어 의약과 관련된 모든 프로젝트를?’
  • 헌원 그룹의 주영업이 바로 의약이다. 비록 종합성 기업이지만 대부분 자금을 다 의약에 투자했다.
  • 그 말인즉 이 9000억에서의 절반 이상을 문화 의약에 준다는 말이었다.
  • 주임림은 어리둥절했다. 맹씨 그룹이 어떻게 그녀를 선택할 수 있단 말인가.
  • “군이 오빠, 입찰서에 얼마를 적었어요?”
  • 진군이 말했다.
  • “8000억.”
  • “……”
  • 주임림은 하마터면 피를 뿜을뻔했다.
  • “군이 오빠 미쳤어요! 헌원 그룹의 투자 금액이 9000억인데 입찰 가격 8000억을 적다니, 그렇다는 건 그들 회사의 모든 자금을 다 저희한테 투자한다는 거잖아요? 누가 동의하겠어요!”
  • 다른 사람들은 최대한 입찰 가격을 많이 낮추었고 심지어 때로는 원가보다 낮았다.
  • 그런데 진군은 가격을 이렇게 높게 불렀다!
  • 진군이 말했다.
  • “1000억 남겨줬잖아. 그리고 너 이미 낙찰됐어.”
  • 주임림은 입만 벙긋거리며 도저히 뭐라고 말할 수가 없었다. 진군이 한 말이 맞았다. 아무튼 그녀는 확실히 낙찰되었다.
  • 8000억이나 되는 프로젝트라니, 엄청난 이익을 볼 것이다! 이 돈들을 마치 거저 얻은 듯 꿈만 같았다.
  • 다른 프로젝트들을 발표하고 난 뒤 두 사람은 몸을 일으켰다. 주임림은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한 듯 넋이 나가 있었다.
  • 본래 오늘 그녀는 회의장에 들어갈 자격조차 없었다. 하지만 지금 헌원 그룹 8000억이 되는 프로젝트를 갖게 되었으니, 전후 차이가 너무 컸다.
  • 두 사람이 자리를 뜨려고 하던 찰나 겉으로는 유순하나 속이 검은듯한 청년이 그들 눈앞에 섰다.
  • 바로 기현이다!
  • 기현의 표정은 조금 어두웠는 바 눈앞의 주임림을 보는 눈빛에 담담한 냉기가 흘러나왔다.
  • “주씨 가문의 아가씨, 호의를 너무 무시하셨네요. 저희 기씨 가문의 프로젝트를 뺏고도 무사히 나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 주임림의 안색이 나빠졌다. 이 녀석을 잊었던 것이다.
  • “기 도련님, 맹씨 가문이 어떤 선택을 할지는 그들이 결정하지 저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어요.”
  • 기현이 코웃음 쳤다.
  • “당신과 상관없다고요? 당신 만약 정말로 지시를 따랐다면 입찰서를 바치지 말았어야죠. 지금 보니까 저희 기씨 가문이 당신들한테 너무 인정사정 다 봐준 것 같네요.”
  • 주임림은 두려움에 안색이 창백해졌다.
  • 진군이 앞으로 한 발자국 걸어가 주임림 앞에 섰다. 이윽고 놀리는듯한 표정으로 기현을 보며 말했다.
  • “기씨 가문, 그렇게 대단해?”
  • 기현의 시선이 그제서야 진군한테로 갔다. 이 남자의 얼굴이 아주 낯설었다.
  • “넌 누구야?”
  • 진군이 말했다.
  • “난 성이 진씨야, 진씨 가문의 진.”
  • 기현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 “진씨 가문? 들어본 적이 없는데.”
  • 진군이 말했다.
  • “십년 전, 너희 기씨 가문은 우리 진씨 가문의 한마리 개였지. 왜, 과거 주인마저 들어본 적이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