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

+ 서재에 추가하기

이전 화 다음 화

제7화 온씨 가문의 가족 모임

  • 영주혁의 분위기가 180도 달라지자 온나리는 살짝 놀랐다.
  • “주혁아, 너…”
  • 영주혁은 살기를 거두어들이며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
  • “누나, 걱정하지 마. 내가 곁에 있으니까 누나 괴롭힐 수 있는 사람은 없어.”
  • 지금껏 느껴보지 못한 안정감이 가슴을 가득 채우는 기분이 들었고 순간 시선이 잠깐 흐트러졌지만 그녀는 이내 정신을 차렸다.
  • “주혁아, 앞으로는 이렇게 무모하게 굴면 안 돼. 온씨 집안이 아무리 이류라지만 너 앞으로 경안구에 남아 있을 생각이잖아. 그러면 저들 눈밖에 안 나는 게 가장 좋아.”
  • “알겠어. 누나.”
  • 영주혁은 온나리의 어깨에 팔을 두르면서 그녀의 귓가에 대고 작게 속삭였다.
  • “하지만 오늘만큼은 동생이고 싶지 않아. 크면 나한테 시집오기로 했잖아. 그럼 오늘 하루 남편 해주게 하면 안 돼?”
  • 영주혁의 숨결에 온나리는 마음이 간질간질했다. 그녀는 팔다리에 힘이 빠진 채로 얼굴을 붉히며 그를 밀어냈다.
  • “장난치지 마. 누가 보면 어떡해…”
  • 그들을 뒤따르고 있던 강서연은 두 사람의 다정한 모습에 분한 듯 얘기했다.
  • “망할, 얼른 선 자리 알아봐야겠어요. 절대 저런 쓰레기 같은 놈이랑 만나게 둘 수는 없어요.”
  • 온지후 역시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
  • “잘됐네. 양 회장 아들이 최근 국내로 들어왔다고 하던데 내가 가서 한 번 알아봐야겠어. 좋기는 선 자리까지 마련해야지.”
  • “양씨 그룹의 양 회장이요?”
  • 강서연은 눈이 휘둥그레져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 “양 회장 아들이라면 백마 탄 왕자죠! 그 집안이랑 사돈을 맺는다면 당신 형네 가족한테 기 눌려서 살 필요도 없겠네요.”
  • “걱정하지 마. 나리 정도의 외모랑 몸매면 싫다 할 남자 없으니까…”
  • 네 사람은 앞뒤로 나란히 모임 장소에 도착했다.
  • 조금 전까지만 해도 떠들썩했던 분위기가 삽시에 조용해졌고 모든 이들의 시선이 네 사람에게 쏠렸다. 그들의 눈빛에는 경멸과 멸시가 가득 차 있었다.
  • “하하, 경안구의 여신 기업가님 오셨네. 우리 모두 큰절이라도 해야 하는 거 아냐?”
  • “그러게. 오늘은 남자까지 데려왔네. 우리 집안에 빌붙어서 사는 주제에 하나 더 달고 오다니.”
  • “회사도 이제 곧 부도날 텐데 그 와중에 남자랑 놀아날 시간이 있나 보네? 퉤, 정말 불결하긴.”
  • 온가네 사람들은 자신들의 악의가 가득 담긴 얘기들로 그녀를 죽이기라도 할 듯 쉬지 않고 떠들어댔다.
  • 온나리는 얼굴이 창백하게 질렸고 몸도 잘게 떨렸다.
  • 그녀의 분노와 두려움을 느낀 영주혁은 손을 뻗어 그녀의 어깨를 살며시 두드렸다. 피부에 닿는 그의 손길은 더없이 섬세하고 부드러웠다.
  • 온나리는 영주혁의 단단한 팔뚝에 기댄 채로 길게 숨을 들이마시며 평온을 되찾았다.
  • 그녀는 어렵사리 미소를 짜내면서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 “이게 내가 온씨 집안에서 받는 대우야. 너한테 이런 모습 보여주고 싶지 않았는데.”
  • “다들 누나한테 왜 그런대?”
  • “난 혼자 힘으로 아벨 백화점을 일으켜 세웠어. 그리고 아벨 백화점은 지금 오성 그룹 다음으로 온씨 집안을 지탱하는 큰 산업이 됐지. 그래서 무서워하는 거야.”
  • 영주혁은 그제야 깨달았다.
  • 온가네 사람들은 온나리가 너무 우수한 탓에 그녀를 시기하고 질투해 그녀의 손에서 아벨 백화점을 빼앗아 자신의 것으로 만들려는 것이었다.
  • 그는 온나리의 팔을 잡으며 낮게 말했다.
  • “걱정하지 마, 누나. 누나 것은 누구도 못 빼앗아 갈 거야.”
  • 바로 그때, 흰색 드레스를 입은 여자가 그들에게 걸어오며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 “어머, 여신이라 불리는 우리 사촌 언니잖아? 예전에는 그렇게 고고한 척, 도도한 척하더니 웬 남자를 옆구리에 끼고 왔대?”
  • 그 사람은 다름 아닌 온수찬의 딸 온아름이었다.
  • 온아름은 팔짱을 낀채로 영주혁을 아래위로 살펴보며 입을 비죽였다.
  • “언니, 안목은 좀 별로다. 볼 게 얼굴밖에 없는 것 같네. 하하, 남자가 잘생겨서 뭐 해? 능력이 있고 집안이 좋아야지.”
  • “헛소리하지 말고 얼른 자리에 앉아. 조금 있으면 할아버지 오시니까.”
  • 온나리는 싸늘한 얼굴로 대꾸하더니 혐오스러운 표정으로 그녀를 지나쳤다.
  • “흥! 비싼 척하긴.”
  • 온아름은 눈을 흘기더니 그들을 뒤따랐다.
  • 직계 가족들만 있는 테이블에서 온수찬은 기고만장한 얼굴로 다리를 꼬고 앉으며 말했다.
  • “이 테이블은 우리 집안 사업에 관한 중요한 얘기를 논하는 자리니 상관없는 사람들은 괜히 끼지 말고 알아서 빠지지?”
  • “맞아요, 작은아버지. 작은아버지는 회사를 운영하는 것도 아닌데 저기 옆 테이블에 가서 친척들이랑 얘기 나누세요. 저 사람들은 다들 우리 회사 직원이니까 할 얘기 많을 거예요.”
  • 온기욱은 비아냥거리며 그들을 조롱했다.
  • 온수찬 부자의 비아냥에 온지후는 분통이 터졌다.
  • “나리는 아벨 백화점의 회장이고 난 나리의 아버지인데 왜 여기 앉으면 안 된다는 거냐?”
  • “어라? 작은아버지, 아직 모르셨어요?”
  • 온기욱은 와인잔을 손에 들고 한 모금 마시더니 거만하게 말했다.
  • “아벨 백화점은 유성 상인연합회의 다섯 그룹에 제재받아서 이제 곧 부도날 거예요. 어쩌면 바로 다음 달에 주인이 바뀌게 될지도 모르죠.”
  • 뭐라고?
  • 온지후와 강서연의 안색이 돌변했다.
  • 현재 온나리는 그들의 유일한 희망이었다.
  • 만약 아벨 백화점까지 온수찬네 가족에게 빼앗긴다면 그 어떤 희망도 품을 수 없었다.
  • “나리야,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이렇게 큰일이 있었는데 어떻게 우리한테 얘기조차 하지 않을 수 있어?”
  • 온지후는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서는 이를 바득바득 갈며 말했다.
  • 바른 몸가짐으로 앉아있던 온나리는 시선을 내리뜨리며 덤덤히 대꾸했다.
  • “아버지, 이 일은 아버지께서 처리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에요. 얘기해봤자 근심만 더해지는 격이죠.”
  • “하하하…”
  • 온아름은 입을 가리면서 히죽거렸다.
  • “보잘것없는 고아도 작은아버지를 무시하다니. 작은아버지, 진짜 처지가 안 좋으시네요.”
  • “하하하…”
  • 사람들은 큰 소리로 웃기 시작했다.
  • 고아.
  • 그 말에 영주혁의 눈빛이 삽시에 차가워졌다.
  • 고아라는 말은 그에게 금기였다.
  • “온나리, 망할 놈…”
  • 온지후는 버럭 화를 내면서 테이블을 내리치더니 낮게 포효하며 말했다.
  • “네가 매를 버는구나!”
  • “아버지…”
  • 온나리가 뭐라고 하려던 찰나, 홀 입구가 소란스러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