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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화 횡포

  • 그녀는 깊게 숨을 들이켜고 흥분을 가라앉히고 나서 말했다.
  • “들어오세요.”
  • 문이 천천히 열리고 도유진이 들어왔다.
  • 도유진은 아까 화장실에서 나오며 영주혁이 아직 점장 사무실에 있는 것을 보고 호기심에 어떻게 된 일인지 온 것이다.
  • “도유진 씨, 무슨 일이시죠?”
  • 하이힐을 또각거리며 걸어 들어온 도유진이 미소와 함께 답했다.
  • “거래는... 성사되었나요?”
  • “아직이요.”
  • 영주혁의 기다란 손가락으로 소하윤의 손에 들린 은행 카드를 가리키며 답했다.
  • “곧 끝나요.”
  • 도유진은 믿을 수가 없다는 듯이 입을 쩍 벌리고 말했다.
  • “정말... 지불할 돈이 있는 거예요?”
  • “당연한 말씀을. 아니면 제가 심심해서 여기서 이러고 있겠어요?”
  • 도유진은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 그녀는 너무도 놀랐다. 영주혁이 허세가 아니었다니! 그에게는 정말 돈이 있었다!
  • “비밀번호가 없는 카드이니 얼른 긁어요.”
  • 영주혁이 시계를 보며 말을 이었다.
  • “저의 누나 기다리다 지치겠어요.”
  • “어... 네...”
  • 소하윤도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하지 않고 얼른 거래를 마치고 싶었기에 두 손으로 영주혁에게 골드 카드를 돌려주었다.
  • 도유진은 어안이 벙벙했다. 100억이 넘는 돈을 1초 만에 쓰다니?!
  • 아무리 고위직이라고 해도 이렇게 큰돈은 무리였다.
  • 영주혁이 몸을 일으키며 도유진에게 말했다.
  • “저 좀 도와주실 수 있겠어요?”
  • “네... 그럼요.”
  • “제 누나한테 이 반지는 그쪽이 산 거라고 해줘요.”
  • “네... 에?”
  • 도유진은 무심결에 대답했지만 곧 어딘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챘다.
  • “영주혁 씨께서 샀는데 왜 제가 샀다고 해야 하는 거죠?”
  • 영주혁이 머리를 긁적이더니 답했다.
  • “제가 아직 무직이라서요. 누나에게 이 돈이 어디서 난 건지 해명하기 애매해요...”
  • 도유진과 소하윤은 어이가 없었다.
  • 일자리도 없는데 100억을 이렇게 쉽게 투척하다니! 대체 어떤 뒷배가 있는 것이란 말인가?!
  • 영주혁도 처음에는 길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온나리의 부러움에 찬 눈빛과 나서희의 하찮다는 눈빛에 충동적으로 구매한 것이었다.
  • 하지만 돈을 지불하고 나니 그제야 이성이 돌아온 것이다. 그는 어떻게 온나리에게 해명해야 할지 몰랐다.
  • 마침 도유진이 나타났기에 적당한 핑곗거리가 생긴 것이다.
  • 도유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 “저도 왜 영주혁 씨가 거짓말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절 도와주셨으니 저도 도와드릴게요.”
  • 이때, 영주혁을 보는 그녀의 눈빛은 이미 변했다. 호기심과 함께 약간의 유혹이 담겨있었다.
  • 그녀는 심지어 민은찬과 이렇게 빨리 약혼한 것을 조금 후회하고 있었다.
  • VIP 접대실.
  • 나서희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 “어때요? 이렇게 빈손으로 돌아올 줄 알았다니까요. 딱 봐도 살 돈이 없다니까!”
  • 다른 사람들도 재밌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 소하윤이 차갑게 한 마디 했다.
  • “영주혁 씨께서는 9개의 다이아 반지를 모두 사셨어. 얼른 최상급으로 포장해 드려.”
  • “말도 안 돼요!”
  • 나서희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눈을 크게 뜨고 말했다.
  • “그가 어떻게 이런 반지들을 살 수 있어요?”
  • “짝!”
  • 소하윤은 그녀의 따귀를 때리고는 쌀쌀하게 말했다.
  • “지금부터 너는 해고야.”
  • “뭐... 뭐라고...”
  • 나서희는 벌겋게 된 얼굴을 감싸 쥐고 더듬거렸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사람들도 모두 놀라서 수군거렸다.
  • “헐. 진짜 다 산 거야? 대박!”
  • “분명 재벌가 사람이야. 딱 봐도 평범한 사람은 아니었다니까!”
  • 약혼자와 함께 반지를 고르러 온 여자들도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 “이런 남자와 결혼하는 여자는 분명 전생에 나라를 구했을 거야!”
  • “여자친구는 좋겠다. 저 사람과 사귈 수 있다면 내 수명을 깎아도 좋아!”
  • 그녀들은 흐려진 안색의 약혼자들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 “주혁아,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 온나리는 꿈이라도 꾸는 것 같았다. 도저히 자신의 귀를 믿을 수가 없었다.
  • 9개의 값비싼 다이아 반지를 영주혁이 모두 샀다니?
  • 영주혁이 낮은 소리로 답했다.
  • “누나, 이따가 다 설명해 줄게.”
  • 얼마 지나지 않아 직원이 고급진 선물 상자 9개를 들고 와서는 예를 갖추며 말했다.
  • “영주혁 씨, 포장 다 되었습니다.”
  • 영주혁은 아무거나 하나 집어서 소하윤에게 던지며 말했다.
  • “이건 선물.”
  • “이게...”
  • 소하윤은 너무도 놀란 나머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 “이건 15억이 넘는 반지예요. 정말 저 주시는 거예요?”
  • 비록 그녀는 주얼리 세가의 장녀였지만 15억이 넘는 반지를 생판 모르는 남에게 주는 경우는 처음이었다.
  • “누나가 7명이니 한 사람이 하나씩 가지면 2개가 남네요. 버리는 건 예의가 아니니까 그냥 가져요.”
  • 영주혁이 도유진을 보며 말했다.
  • “유진 씨도 하나 고르시죠?”
  • “내 것도 있어요?”
  • 도유진은 얼굴이 빨개지며 아름답고 큰 눈을 더욱 크게 뜨며 물었다.
  • “씁...”
  • 그 광경을 지켜보던 사람들이 모두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
  • 이렇게나 쉽게 값비싼 반지를 선물하다니! 버리는 거나 무슨 차이가 있는가?!
  • 이건 횡포나 다름이 없었다.
  • 남은 7개의 반지를 온나리의 가방에 넣으며 영주혁이 말했다.
  • “이건 누나가 알아서 해.”
  • 영주혁은 100억이 넘는 물건들을 아무렇게나 대했다. 마치 천 원짜리 싸구려 반지를 대하듯 말이다.
  • 주위 사람들 모두가 조바심이 났다.
  • 특히 나서희는 똥이라도 씹은 표정이었다. 그녀는 너무도 후회했다. 만약 애초에 그를 얕잡아 보지 않았다면 그녀 역시 반지를 얻을 수 있었을 텐데!
  • 지금은 어떤가, 반지는커녕 직장도 잃게 생겼다.
  • 경안구의 모든 주얼리샵은 소씨 일가에서 장악하고 있었기 때문에 소하윤이 그녀를 잘랐다는 것은 그녀가 앞으로 영원히 일자리를 잃는 것과 같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 여기까지 생각이 미친 나서희는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 그녀는 떠나려고 하는 영주혁을 잡고 울며 애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