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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미인 친구

  • 온나리가 대답하지 않자 강서연은 또다시 욕지거리했다.
  • “빌어먹을, 너 오늘 맞선 보러 가지 않는다면 편히 지내지 못할 줄 알아!”
  • 온나리는 한숨을 쉬면서 무력하게 대답했다.
  • “알겠어요, 어머니. 갈게요.”
  • 그녀는 막무가내인 강서연을 이길 수 없었고 어쩔 수 없이 그녀의 말에 따라야 했다.
  • “처음부터 알겠다고 하면 얼마나 좋아!”
  • 강서연은 180도 달라진 태도로 말했다.
  • “점심 열한 시 삼십 분, 코드인 호텔 60층 VIP 6번 룸이야.”
  • “알겠어요.”
  • 전화를 끊은 뒤 온나리는 관자놀이를 꾹꾹 누르며 말했다.
  • “오늘은 도망칠 방법이 없네.”
  • 인해은은 능숙하게 나이프를 휘두르며 말했다.
  • “언니, 내가 그 여자 죽여줄게.”
  • “장난치지 마.”
  • 온나리는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 “오전에는 도유진이랑 같이 웨딩 반지 보러 가기로 했으니까 끝나면 곧바로 코드인 호텔로 향할 거야. 주혁아, 넌 나랑 같이 가자.”
  • 그녀는 주혁을 혼자 집에 남겨두는 게 마음에 걸렸다.
  • 한 번 잃어본 적이 있어서 그런지 다시 잃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너무 컸다.
  • 오랜만에 만났는데 영주혁이 또 어느 날 갑자기 인사도 없이 사라질까 그녀는 두려웠다.
  • “그래!”
  • 영주혁은 컵 안의 우유를 입 안에 털어 넣으며 말했다.
  • “그런데 도유진은 누구야? 예뻐?”
  • 인해은은 그를 흘겨보며 말했다.
  • “큰언니 친구야. 경안구 5대 미녀 중 한 명이지. 그런데 이미 약혼했어. 예쁘든 말든 너한테는 기회가 없다 이 말이야.”
  • “5대 미녀?”
  • 영주혁은 히죽거리며 말했다.
  • “경안구에서 가장 예쁜 건 내 일곱 누나 아닌가?”
  • “말만 번지르르하지!”
  • 인해은과 온나리가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 ...
  • 부첼라 주얼리 VIP 응접실, 섹시한 몸매를 가진 한 여자가 이따금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다 그녀는 아름다운 얼굴 위로 미소를 띠며 손을 흔들었다.
  • “나리야! 여기!”
  • 온나리와 함께 온 영주혁은 그녀를 보자 잠깐 정신이 아찔했다.
  • 역시나 5대 미녀다웠다.
  • 빨간색 미니스커트는 그녀의 몸매를 과감히 드러냈고 흠잡을 데 없는 완벽한 이목구비는 여배우 뺨칠 정도였다.
  • 그녀는 온나리를 소파에 앉히며 궁금한 얼굴로 영주혁을 보며 말했다.
  • “나리야, 이분은...”
  • 온나리의 옆에 남자가 있는 것을 본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 “얘는 어릴 때부터 나랑 같이 자란 내 동생이야.”
  • 도유진은 그 말에 놀란 듯 입을 가렸다.
  • “저 사람이... 네가 계속 얘기하던 그 동생이란 말이야?”
  • 그녀는 영주혁을 아래위로 훑어보며 말했다.
  • “잘생기긴 했네. 네가 그렇게 입에 달고 다니던 이유가 있었어...”
  • 온나리는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 “무슨 헛소리야. 얼른 네 반지부터 고르자. 나 오후에 선보러 가야 해.”
  • “뭐... 뭐라고?”
  • 도유진은 예쁜 눈을 동그랗게 뜨며 말했다.
  • “내가 잘못 들은 건 아니지? 우리 온 회장님이 선을 보러 간다고?”
  • “내 양어머니가 한 일이야. 도저히 거절할 수가 없었어.”
  • “어쩐지...”
  • 도유진은 돌연 무언가 깨달은 표정으로 말했다.
  • “걱정하지 마. 오후에 나랑 같이 가자. 네 맞선 아주 파투 내줄게.”
  • 바로 그때 정장을 입은 혼혈 미녀가 자본주의 미소를 띠면서 그들의 앞에 섰다.
  • “안녕하세요, 도유진님. 저는 부첼라 주얼리의 수석 디자이너 나서희입니다. 도유진님의 요구대로 10개의 반지를 준비했는데 마음에 드실지 모르겠습니다. 한번 확인해 주세요.”
  • 그녀의 말과 함께 흰 장갑을 낀 직원이 화려한 트레이를 소파 앞의 낮은 탁자 위에 가볍게 내려놓았다.
  • 값비싼 벨벳 위로 커다란 다이아몬드가 박힌 반지가 화려하게 번쩍이고 있었다.
  • 도유진과 온나리 두 사람은 눈을 빛내면서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 여자라면 반짝거리는 물건을 좋아하기 마련이었다.
  • “너무 예쁘다!”
  • 도유진은 온나리의 팔에 팔짱을 끼며 물었다.
  • “나리야, 넌 어떤 게 예뻐? 어떤 걸 골라야 할지 모르겠어.”
  • “난 다 예쁜 것 같아.”
  • 온나리는 부러운 시선으로 트레이 위에 놓인 다이아몬드 반지를 바라보았다.
  • “네가 결혼하는 거니까 당연히 네 마음에 드는 걸 골라야지.”
  • “이건 어때?”
  • 도유진은 고리 모양의 반지를 가리키며 말했고 나서희는 허리를 숙이며 소개하기 시작했다.
  • “이 디자인은 에르 연합왕국의 왕실 훈장에서 영감을 받은 것입니다. 이번 시즌 신제품인데 VIP 고객님께는 95% 할인해드려 13억 3천 2백만 원에 구입하실 수 있습니다.”
  • “13억...”
  • 온나리는 깜짝 놀라면서 헛숨을 들이켰다.
  • “엄청 비싸네...”
  • “할인한 가격입니다.”
  • 나서희는 그녀를 깔보며 말했다.
  • “5캐럿 이상이니 이 정도 가격은 비싼 편이 아니죠.”
  • 도유진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 “난 정략결혼 같은 건 딱 질색이었는데 인제 보니 무용지물은 아닌 것 같네. 적어도 그 사람은 나한테 다이아몬드 반지를 사줄 수 있으니 말이야.”
  • 그 말에 온나리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 그녀는 잠시 선을 보는 것이 그녀에게 더 좋은 선택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 “이걸로 해주세요.”
  • 도유진은 나서희에게 말했다.
  • “이틀 뒤 민씨 집안에서 사람을 보낼 거예요.”
  • “알겠습니다, 도유진님.”
  • 성공적으로 판매가 이루어지자 나서희의 미소에 진심이 조금 담겼다.
  • 그녀는 몸을 일으켰고 직원에게 트레이를 가져가라고 할 참이었는데 영주혁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
  • “잠시만요.”
  • 그는 온나리를 보며 말했다.
  • “누나, 누나도 꽤 마음에 드는 모양인데 하나 골라. 내가 사줄게.”
  • “주혁아, 장난치지 마.”
  • 온나리는 나서희에게 미안한 듯 웃어 보였다.
  • “장난이에요.”
  • 나서희는 영주혁을 아래위로 훑어보더니 약간의 경멸이 담긴 자본주의 미소를 지어 보였다.
  • “고객님, 여자친구한테 선물하실 반지를 고르고 싶으시다면 올드 타운 주얼리 샵에 가시는 게 좋을 것 같네요. 그곳에서 고객님의 마음에 드는 물건을 더 쉽게 구매할 수 있으실 거예요.”
  • 이곳 물건은 그가 감당할 수 없으니 다른 싼 곳을 알아보라는 뜻이었다.
  • 겉으로 보기에는 예의 있었으나 사실 그녀는 그들을 철저히 무시하고 있었다.
  • “나머지 아홉 개 반지 전부 살게요.”
  • 영주혁은 소파에 기대앉으며 덤덤히 대꾸했다.
  • “할인은 필요 없어요. 전부 살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