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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양아버지와 양어머니

  • “오늘 온씨 집안사람들끼리 가족 모임 하는 날이야.”
  • 온나리는 시계를 확인하더니 다급하게 말했다.
  • “이제 한 시간 뒤면 시작이네. 나 지각하면 안 돼.”
  • “누나, 나랑 같이 가자.”
  • 영주혁은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 그는 자신의 큰누나에게 제재를 가하려는 온수찬 일가가 어떤 인간들인지를 파악할 셈이었다.
  • “주혁아, 넌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 우리 집안은 상황이 조금 복잡해. 넌 거기에 휘말리지 않는 게 좋아. 넌 일단 백화점 가서 둘러봐. 마음에 드는 거 있으면 사.”
  • 온나리는 가방 안에서 카드 한 장을 꺼내 그에게 건넸다.
  • “안에 2,000만 원 정도 있을 거야. 마음대로 써.”
  • 카드를 받아 든 영주혁은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 대형 백화점의 회장인 큰누나의 카드에 2,000만 원밖에 없다니, 온씨 집안사람들이 그녀가 번 돈을 착취한 게 분명했다.
  • “오늘 나랑 같이 가지 않으면 나 또 가출할 거야.”
  • 온나리는 복잡한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 “널 진짜 어쩌면 좋니...”
  • 목적을 달성한 영주혁은 씩 웃어 보였다.
  • 큰누나는 어릴 때처럼 막무가내로 돌진하는 그를 막아내지 못했다.
  • 온나리의 빨간색 BMW에 앉은 영주혁은 차 안을 가득 채운 매혹적인 향수 냄새를 가득 들이마시며 히죽거렸다.
  • “큰누나, 이 차 좋다.”
  • “마음에 들어? 마음에 들면 연말 이익 분배 때 하나 사 줄게.”
  • “아니야, 아니야…”
  • 영주혁은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 “나 차 있어.”
  • 그들은 때마침 그가 주차한 곳을 지나쳤고 그는 자신의 낡아빠진 산타나를 가리키며 말했다.
  • “저기. 저게 내 차야.”
  • “주혁아, 너 지금까지 고생 많이 했겠다.”
  • 온나리는 마음 아파하면서 눈시울을 붉혔다.
  • “걱정하지 마. 너 돌아왔으니까 앞으로는 저런 고물 끌고 다닐 일 없을 거야.”
  • 영주혁은 잠깐 흠칫했다. 그는 굳이 자신에게 차를 사줄 필요가 없다는 점을 어필하고 싶었던 건데 그의 예상과 반대되는 효과가 일어났다.
  • “큰누나, 저건 그냥 막 끌고 다니는 차야. 이제 새것 한 대 뽑으려고.”
  • “알겠어. 누나한테 맡겨.”
  • “…”
  • 벨루아 호텔에서는 온가네 사람들의 가족 모임이 열리고 있었다.
  • 온씨 집안의 큰아들인 온수찬은 다리를 꼰 채로 입을 비죽이며 불만을 토로했다.
  • “둘째야, 너희 집 양녀는 왜 아직도 안 온 거야? 지금 벌써 몇 시야?”
  • 온지후와 그의 아내 강서연은 안색이 어두워져 서로 눈빛을 주고받았다.
  • “나리는 큰 백화점 운영하니까 바쁠 수밖에 없죠.”
  • “하!”
  • 온기욱은 콧방귀를 뀌었다.
  • “작은아버지, 포장하지 마세요. 걔는 그냥 능력이 없는 거죠. 뭐가 바쁘겠어요?”
  • “그래, 네 말이 맞다.”
  • 온수찬은 같잖다는 듯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 “쟤들 가족은 다 무능력자들이지.”
  • “무슨...”
  • 온지후는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지 못해 온몸이 덜덜 떨릴 지경이었지만 큰형에게 대들 수는 없었다.
  • 결국 그는 손을 휘두르며 자신의 분노를 억눌렀다.
  • “지금 문 앞에 가서 도착했는지 보고 올게요.”
  • 강서연도 표정 관리가 되지 않아 그와 함께 문 앞으로 향했다.
  • “당신은 왜 따라와? 친척들이랑 얘기도 좀 나누고 그래야지.”
  • 온지후는 괜히 아내에게 화풀이했고 진한 화장을 한 강서연은 두 손을 허리에 올리면서 눈을 부릅뜨며 말했다.
  • “당신은 내 앞에서만 기세등등하죠. 나한테 이럴 시간 있으면 아버님께 얘기해서 회사 하나 달라고 해요.”
  • “그게 내 탓이야?”
  • 온지후는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 “당신이 아들을 낳지 못해서 그런 거잖아. 그런데 아버지가 왜 우리한테 회사를 물려주시겠어? 아들을 못 낳으면 딸이라도 낳지. 아름이 좀 봐. 금덩어리 같은 사위를 데려왔잖아. 형이 얼마나 기고만장한지 당신도 봤잖아.”
  • “그 말 하니까 든 생각인데.”
  • 강서연은 눈알을 굴리며 말했다.
  • “나리한테 좋은 남자 만나서 결혼하라고 하면 되잖아요? 친딸은 아니라지만 온아름보다 더 좋은 데 시집 가면 우리 집안도 좀 기를 펴고 살 수 있지 않겠어요?”
  • 같은 시각, 온나리와 영주혁 두 사람은 호텔 입구에 도착했다.
  • “아버지, 어머니.”
  • 온나리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강서연은 순간 표정을 달리하며 냉담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 “나리 왔니.”
  • 곧이어 온나리의 옆에 선 영주혁에게 시선이 갔다.
  • “이건 누구야?”
  • 강서연의 미소가 굳어졌다.
  • “보육원에 있을 때 동생이에요. 오늘 저랑 같이 가족 모임 참석하기로 했어요.”
  • 온나리는 영주혁에게 그들을 소개했다.
  • “주혁아, 이분들은 내 양아버지, 양어머니셔.”
  • 영주혁은 입꼬리를 살짝 끌어올리면서 가식적인 미소를 지어 보였고 손을 흔들며 말했다.
  • “안녕하세요.”
  • “이건 무슨 태도니?”
  • 온지후는 미간을 구기며 호통을 쳤다.
  • “보육원에서 자란 망나니 같은 놈이 무슨 자격으로 우리 집안 가족 모임에 참석해? 얼른 꺼지라 해.”
  • 강서연은 온나리의 팔뚝을 세게 꼬집으면서 호된 목소리로 욕지거리했다.
  • “부끄러운 줄도 모르네. 어떻게 이런 개망나니 같은 놈이랑 어울리고 다니는 거야? 앞으로 어떻게 좋은 집안에 시집가려고 그래?”
  • 온나리는 팔뚝에 새파랗게 멍이 들 정도로 세게 꼬집히면서도 눈물을 참으며 대꾸했다.
  • “망나니가 아니라 제 동생이에요. 존중 좀 해주세요.”
  • “감히 나한테 대들어? 진짜… 내가 너 때문에 못 살아!”
  • 온지후는 씩씩거리면서 거칠게 숨을 몰아쉬더니 팔을 높게 들어 올리며 온나리의 뺨을 내리치려 했다.
  • “퍽.”
  • 영주혁은 손을 들어 온지후의 손목을 단단히 틀어쥐며 마치 죽은 사람을 보듯 그를 보며 말했다.
  • “충고하는데 손찌검하지 마시죠.”
  • 말을 마친 뒤 그는 온지후를 밀어냈고 그 바람에 온지후는 휘청거리며 바닥으로 고꾸라질뻔했다.
  • 영주혁은 차가운 시선으로 그를 응시하다가 온나리의 부드럽고 작은 손을 잡고 호텔 안으로 성큼성큼 들어갔다.
  • “내 앞길을 막을 수 있는 사람은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