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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화 하찮게 보다

  • 코드인 호텔 60층.
  • 세 사람은 VIP 6호 룸으로 향했다.
  • 안으로 들어가려고 할 때 정장을 입은 남자가 나타나서 그들을 막으며 말했다.
  • “죄송하지만, VIP 룸은 양수엽 씨께서 예약하셨고 온나리 씨만 초대하셨습니다.”
  • 그의 뒤에는 평범한 직원들이 룸을 막고 서있었다.
  • 온나리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 “이들은 제 친구예요. 함께 못 들어가나요?”
  • “저희의 규정입니다. 예약한 사람만 들어갈 수 있습니다. 다른 손님들께 방해가 되거든요.”
  • 그는 영주혁을 훑어보며 짜증 난다는 듯이 말했다.
  • “예약이 되지 않았다면 이곳에 계속 있을 수는 없습니다.”
  • 그들을 쫓아내겠다는 뜻이었다.
  • “그럼 예약하면 되잖아요?”
  • 영주혁이 아무도 없는 66층을 보며 말했다.
  • “저렇게 많은 방이 비었는데 제가 지금 예약할게요.”
  • “하하하...”
  • 그는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리며 물었다.
  • “혹시 이곳을 어떻게 예약하는지는 알고 계시나요?”
  • 영주혁이 주머니에서 부대에서 준 담배에 불을 붙이며 답했다.
  • “어떻게 하는데요? 들어나 봅시다.”
  • 영주혁의 손에 들린 담배에 브랜드가 없는 것을 확인한 그는 비아냥거렸다.
  • “그 어떤 소비도 포함되지 않고 객석 하나에 4천만 원입니다. 당신이라면 다음 생에도 불가능하겠군요.”
  • 영주혁이 피식 웃더니 말했다.
  • “4천만 원? 그것밖에 안 돼요? 66층 전부를 예약하면요?”
  • 직원은 잠시 멈칫하더니 웃음을 참으며 물었다.
  • “뭐라고요? 전부 예약한다고요? 제가 잘못 들은 거 아니죠?”
  • “네. 전부 예약할게요.”
  • “하하하하...”
  • 직원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배를 끌어안고 폭소했다. 뒤에 있던 직원들도 따라서 그를 비웃었다.
  • “하하하, 이런 허세는 또 처음이군요. 코드인 호텔의 60층에 전세를 내겠다고요? 농담이 너무 지나치네요.”
  • “어서 꺼져. 당신 같은 미친놈이 던지는 농담을 들어줄 시간 없어.”
  • 그의 무례한 발언에 온나리가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싸늘한 말투로 말했다.
  • “이게 코드인 호텔 직원들이 손님을 대하는 태도인가요?”
  • 그녀의 말이 떨어지자 건방진 목소리가 들려왔다.
  • “누가 우리 온나리 여신님의 심기를 건드린 거야?”
  • 사람들이 고개를 돌려보니 30세 남짓의 남자가 천천히 그들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그의 뒤에는 몇 명의 건장한 체격의 보디가드들이 따르고 있었다.
  • 코드인 호텔 사장인 방규언이었다.
  • 그는 경안구 방씨 집안의 장손으로서 수중에는 크고 작은 기업들이 있었다.
  • 일류 재벌인 방규언은 몸짓 하나하나에 부티가 흘렀다. 그가 오늘 몸에 걸친 정장만 해도 평범한 사람이 평생을 벌어도 모자란 가격의 옷이었다.
  • 그는 거들먹거리며 걸어와 야릇한 눈빛으로 온나리를 훑어보며 말했다.
  • “누가 감히 우리 여신님을 화나게 했어? 오빠한테 말해. 내가 혼내줄게.”
  • 온나리가 차가운 표정으로 답했다.
  • “식사하러 왔는데 이렇게 예의 없는 직원을 만났어요.”
  • 곁에 있던 직원이 얼른 말했다.
  • “사장님, 양수엽 씨께서 자리를 두 개만 예약했는데 이 두 분이 기어코 따라서 들어가겠다고 하네요.”
  • 방규언이 영주혁을 힐끔 보더니 아예 그를 무시하고 도유진을 향해 웃는 얼굴로 말했다.
  • “이건 도유진 씨잖아! 민은찬이랑 약혼했다고 하던데, 저 정말 너무 슬펐다고요.”
  • 말을 마친 그는 갑자기 안색이 변하며 직원을 발로 걷어차며 욕했다.
  • “X발! 눈치도 없는 새끼! 어떻게 도유진 씨를 밖에서 기다리시게 할 수 있어?”
  • 욕을 내뱉는 와중에도 그의 눈은 도유진의 다리를 노골적으로 바라보았다. 이어 그는 여전히 야릇한 눈빛을 하며 말했다.
  • “저렇게 예쁜 다리로 계속 서있다가 힘들면 어떡해!”
  • 그의 눈빛에 불편해진 도유진은 영주혁의 뒤에 숨으며 말했다.
  • “저렇게 말하는데 우리 들어갈 수 있겠죠?”
  • 영주혁에게 시선이 가려진 방규언이 언짢아져 말했다.
  • “아가씨 둘은 들어가게 해. 저 남자는 안 돼.”
  • “왜죠?”
  • 온나리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 “우린 함께 왔어요. 왜 주혁이만 안 된다는 거죠?”
  • “들어가게 해줄 수는 있어.”
  • 방규언이 능글맞은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 “네가 내 부탁 하나만 들어준다면 말이야.”
  • “무슨 부탁이죠?”
  • “아래 객실에 가서 나랑 자자. 날 기분 좋게 해 준다면 저 새끼도 들어가게 해 줄게.”
  • “당신...”
  • 화가 잔뜩 난 온나리가 이를 악물고 말했다.
  • “정말 너무 하시네요.”
  • “너무한다고?”
  • 방규언이 히죽 웃으며 말했다.
  • “당신 오늘 양수엽이랑 선 보잖아? 수엽이는 내 친구야. 수엽이가 놀던 거라면 나도 다 놀았지. 여자라고 해도 예외는 없어.”
  • 온나리에게 이런 치욕은 처음이었다.
  • “입 조심하세요. 저는 당신이 생각하는 그런 여자가 아니에요!”
  • “하하하하...”
  • 방규언이 폭소를 터뜨리더니 눈물을 닦는 시늉을 하며 말했다.
  • “정말 웃겨 죽겠네. 네가 정말 수엽이와 결혼할 수 있을 것 같아? 수엽이도 그냥 너와 놀아 보려는 거야. 너는 창녀랑 다를 바가 없어. 삼류 가문의 양녀 주제에 정말 자신이 뭐라도 된 것처럼 생각하는 거야?”
  • 온나리는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주먹을 어찌나 세게 쥐었는지 손톱이 살을 파고들 것만 같았다.
  • ‘저게 죽으려고!’
  • 양주혁이 두 눈을 가늘게 뜨더니 한 발자국 앞에 나가 맹수와도 같은 기세로 호통쳤다.
  • “꿇어! 그리고 사과해!”
  • 그의 얼음장같이 차가운 목소리에는 그 어떠한 감정도 담기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