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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내가 네 아버지다

  • “조심해! 몸을 숨겨!”
  • 그들은 곧바로 구석의 어두운 곳으로 몸을 숨겼다.
  • 영주혁은 허리춤에서 소음기가 장착된 권총을 꺼내 들더니 멀지 않은 곳의 어둠을 향해 천천히 총을 겨눴다.
  • 지유는 목소리를 낮추며 얘기했다.
  • “어둠 속에 누군가 있습니다.”
  • 쌍방은 소리 없이 대치했고 그 누구도 먼저 어둠에서 나오지 않았다.
  • 영주혁은 천천히 눈을 감으며 방 안의 소리에 집중했다.
  • 2층 전체에는 총 6명의 호흡이 느껴졌다.
  • 그와 지유, 2명의 4조 병사들, 방 안의 이케다 야스히라, 그리고 다른 한 명은 그들의 맞은편 어둠 속에 숨어있는 사람이었다.
  • 맞은편에서 느껴지는 불안정한 호흡을 느끼며 영주혁은 눈을 감고 고개를 비스듬하게 움직였고 곧바로 방아쇠를 당겼다.
  • “쿵!”
  • 맞은편에 서 있던 사람은 반항할 기회조차 없이 그대로 쓰러졌다.
  • “누구야?”
  • 밖에서 느껴지는 인기척에 이케다 야스히라는 N국어로 말했다.
  • “스즈키야?”
  • 영주혁은 서재 문을 힘껏 걷어차며 말했다.
  • “알아듣게 얘기해.”
  • 갑자기 들이닥친 네 사람을 본 이케다 야스히라는 의자 위에서 벌떡 일어나며 어눌한 D국어로 말했다.
  • “당신들 누구야? 어떻게 내 집에 들어온 거지?”
  • 영주혁은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말했다.
  • “누구냐니, 난 네 아버지다. 묶어!”
  • 이상한 낌새를 눈치 챈 이케다 야스히라는 책상 서랍을 열려 했지만 지유가 연기처럼 그의 앞에 나타나 눈 깜짝할 사이 그의 두 손을 포박했다. 그것도 아주 단단히 말이다.
  • 한 병사가 앞으로 나서더니 서랍을 열어 권총을 꺼내 영주혁에게 건넸다.
  • “제울, 총이 있습니다.”
  • “잘됐네. 다 챙겨.”
  • 이케다 야스히라는 고래고래 소리 질렀다.
  • “난 양수엽의 선생님이고 두 국가 학술 세미나의 사자야! 당신들은 나한테 이러면 안 돼!”
  • 지유는 손날을 이용해 그를 기절시켰다.
  • 그리고 곧 그들은 서재 밖으로 나와 아주 빠른 속도로 스즈키의 혈흔을 처리했고 그 어떤 단서도 남기지 않았다.
  • 그들은 정신을 잃은 이케다 야스히라와 스즈키의 시체를 둘러업고 예람 타운 입구로 향했다.
  • 밖에서 대기 중이던 3조는 곧바로 그들을 대신해 두 사람을 차 안에 실었다.
  • 그와 동시에 2조는 다시 감시 카메라를 연결해 모든 걸 원상복구했다.
  • 그렇게 그 30분은 영원히 알 수 없는 수수께끼로 남게 되었다.
  • “지유, 넌 먼저 사람들 데리고 돌아가. 이케다 야스히라는 죽이지 마. 내가 시간 내서 직접 심문할 거니까.”
  • 영주혁은 잠깐 멈칫하다가 말했다.
  • “그리고 또 하나 해야 할 일이 있어. 영씨 집안의 과거 주소를 최대한 빨리 알아내.”
  • 비록 집은 불타 없어졌지만 그 땅은 여전히 영가네 것이었고 그는 그 땅 위에 집안을 재건해 부모님의 영혼을 달래주겠다고 다짐했다.
  • 부모님이 살해당했을 때 그는 고작 다섯 살이었다.
  • 그는 자신의 집이 아주 컸고 앞뒤로 모두 다섯 개의 큰 마당이 있었다는 걸 어렴풋이 기억하고 있었지만 구체적인 주소를 기억하지 못했다.
  • 지금의 경안구는 그때와 완전히 달라졌고 교윤태 할아버지마저도 그의 예전 집이 어디에 있었는지를 몰랐다.
  • 그래서 그는 자신의 수하에게 알아보라고 시킬 수밖에 없었다.
  • “알겠습니다, 제울.”
  • 지유는 짧게 대답하고는 사람들을 데리고 제울그룹 본부로 향했다.
  • 영주혁은 택시를 타고 아벨 백화점 주차장으로 향했고 그곳에서 낡아빠진 자신의 산타나를 끌고 온나리의 별장으로 향했다.
  • 그가 집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새벽 세 시였다.
  • 온종일 바쁘게 움직인 터라 무척 피곤했던 그는 곧바로 소파 위에 쓰러져 그대로 잠이 들었다.
  • 다음 날, 날이 밝자 영주혁은 기지개를 켜면서 잠기운이 가득한 얼굴로 힘겹게 눈을 떴다.
  • “깜짝이야!”
  • 아름다운 눈동자가 그의 코앞에서 그를 지켜보고 있었다.
  • 10센티미터도 되지 않을 듯한 거리였다.
  • 영주혁은 벌떡 몸을 일으켜 앉더니 당황한 목소리로 말했다.
  • “셋째 누나, 뭐 하는 거야?”
  • 인해은은 눈을 접어 웃으면서 말했다.
  • “우리 주혁이 정말 멋있어졌네. 죽이기엔 좀 아깝다.”
  • “누나...”
  • 영주혁은 소파 커버를 천천히 가슴께로 끌어올리며 말했다.
  • “내게 먼저 천국을 보여주고 나서 날 죽이려고 그러는 거야?”
  • “퉤! 무슨 헛소리야!”
  • 인해은은 그를 나무라면서 얼굴을 붉혔다.
  • “얼른 일어나. 언니가 아침 준비했어.”
  • 그녀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온나리가 주방에서 그들을 불렀다.
  • “아침 다 됐어. 얼른 와서 먹어.”
  • “가서 밥 먹자.”
  • 영주혁은 앞장서서 주방으로 달려갔다.
  • 세 사람은 식탁 앞에 앉았고 인해은은 죽 한 그릇을 영주혁의 앞에 놓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 “주혁아, 죽 좀 먹어봐. 이거 엄청 달아.”
  • “어...”
  • 영주혁은 그릇을 들고 안을 살피더니 고개를 저으며 대꾸했다.
  • “누나, 난 단 음식 안 좋아해.”
  • 말을 마친 뒤 그는 죽을 쓰레기통 안에 버렸고 인해은은 매혹적인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 “축하해. 이제 98번 남았네.”
  • “띠링띠링...”
  • 바로 그때 온나리의 핸드폰이 울렸고 핸드폰 화면을 확인한 그녀는 미간을 구기며 전화를 받았다.
  • “여보세요, 어머니.”
  • “나리야, 우리가 널 위해 오늘 선 자리를 마련했어. 한 번 가 볼래?”
  • 전화 건너편에서 들려오는 강서연의 목소리는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전부 다 들을 수 있을 정도로 컸다.
  • “어머니, 전 아직 연애에 관심 없어요.”
  • “상대는 네 아버지의 오래된 친구인 양 회장님 아들이야. N국에서 유학하다가 이제 막 돌아온 데다가 집안도 빵빵해. 정말 관심 없어?”
  • 강서연은 불쾌함을 드러내며 말했다.
  • “하지만 오늘 회사에 일이...”
  • 온나리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강서연이 목청을 높이며 그녀를 꾸짖었다.
  • “어제 너희 아빠 이것 때문에 자존심도 버렸어. 너 오늘 선 자리 안 나가면 우리 둘 죽는 꼴 보고 싶다는 걸로 이해할게.”
  • 온나리는 입술을 꽉 깨물면서 다시금 거절하려 했는데 영주혁이 무덤덤한 얼굴로 말했다.
  • “가겠다고 해. 내가 같이 가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