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

+ 서재에 추가하기

이전 화 다음 화

제9화 남준의 인터뷰 3

  • 권민아는 입술을 깨문 채 뒤로 살짝 물러났다. 그런 다음 안전거리를 유지하면서 차갑게 말했다.
  • “취재하는 건 제 직업이에요. 대표님께서 지금 시간을 내주실 수 있다면 제일 좋고요. 너무 오래 걸리지 않을 거예요.”
  • 남준은 미간을 찌푸린 채 바다처럼 깊은 눈동자로 지긋이 고집스러운 권민아의 얼굴을 바라봤다. 그러다가 갑자기 웃음을 터트리며 말했다.
  • “저한테 참 차갑게 구네요.”
  • 권민아는 손목에 갑작스러운 압력과 동시에 아픔을 느꼈다. 그런데 아직 채 상황을 자각하기도 전에 갑자기 끌어당겨져 그의 품에 안겨버렸다. 남준의 체향이 권민아의 코에 스며들었다.
  • 그녀는 팔꿈치를 이용해 남준과 거리를 벌리며 미간을 찌푸린 채 달갑지 않은 목소리로 말했다.
  • “대표님, 이거 놓으시죠.”
  • “싫다면요?”
  • 그는 권민아의 허리를 공중에서 한 바퀴 돌리며 그녀를 소파에 눕혔다. 그런 다음 그 위에 올라타며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 “무슨 짓이에요. 당장 놔주세요!”
  • 권민아가 분노한 목소리로 말했다.
  • 남준의 미소가 더 짙어졌다. 그는 손가락으로 천천히 그녀의 입술을 만지며 말했다.
  • “이게 당신의 직업이라면서요. 제가 이러는 것도 다 취재를 위해서 그러는 거예요.”
  • 권민아의 눈이 커다랗게 떠지더니 수치스러운 듯 분노가 담긴 목소리로 말했다.
  • “대표님, 좀 자중하세요!”
  • “자중하라고요? 자기 여자 앞에서 자중하는 건 그 남자가 그럴 능력이 없다는 것을 의미하죠. 하지만 전 능력이 있거든요… 당신이 제일 잘 알겠지만.”
  • 그녀의 가슴을 묵직한 손길로 누른 남준이 갈라진 목소리로 말했다.
  • 권민아의 얼굴에 자기도 모르게 홍조가 떠올랐지만, 눈동자는 분노로 이글거리고 있었다.
  • “이 변태!”
  • 그녀는 입술을 깨물며 무릎으로 그의 옆구리를 가격하려 했다. 하지만 남준이 먼저 그녀를 붙잡았다.
  • “이제 벌줄 때가 된 것 같네요.”
  • 남준이 입꼬리를 올렸다. 잘생긴 그의 얼굴이 점점 권민아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 그녀는 얼른 눈을 감은 채 그의 키스를 피하고자 고개를 돌렸다.
  • “하….”
  • 권민아의 귓가에 갑자기 나지막한 웃음소리가 들렸다.
  • 그녀는 즉시 눈을 떴는데 때마침 뜨거운 눈빛을 보내고 있던 남준과 시선이 마주쳤다.
  • 남준은 두 팔로 자신의 몸을 지탱한 채 반짝이는 눈동자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나 입에는 장난기가 가득한 말투가 튀어나왔다.
  • “뭘 기대하고 있었던 거예요, 응?”
  • “이거 놔요!”
  • 이를 악물고 있는 그녀의 눈동자엔 분노가 가득했다.
  • 남준은 턱을 그녀의 어깨에 얹은 채 손가락으로 천천히 그녀의 쇄골을 쓰다듬었다.
  • “부탁하는 사람의 태도가 이렇다니 난감하네요.”
  • “당신….”
  • 권민아는 반박하고 싶었지만, 그럴만한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 “도대체 어떻게 해야 인터뷰해 주실 건가요?”
  • “얌전히 좀 굴어요. 그럼 원하는 거 들어줄게요, 민아 씨. 그 누구도 날 거역할 수 없어요. 당신도 마찬가지예요.”
  • 낮게 깔린 그의 목소리가 들렸다.
  • 권민아는 순간 가슴이 철렁했다. 빨갛던 입술이 그녀가 잘근잘근 씹는 바람에 창백해졌다.
  • ‘남준 씨의 말은… 무슨 뜻일까?’
  • “만약 제가 그렇게 못하겠다면요?”
  • 그녀가 딱딱한 목소리로 말했다.
  • “그럼 제가 굳이 이 인터뷰에 응할 필요가 없죠.”
  • 남준은 천천히 몸을 일으키면서 여유롭게 소파에 기댄 채 담담한 눈동자로 그녀를 훑어봤다.
  • 잠시 침묵이 흘렀고 두 사람 사이에 어색한 기류가 흘렀다. 권민아는 소파 끄트머리를 힘껏 움켜쥐었고 날카로운 손톱이 가죽을 후벼파듯 박혔다.
  • 팀장의 경고와 심연의 비웃음이 그녀의 머릿속에 스쳐 지나갔다. 권민아는 미간을 찌푸린 채 한숨을 내쉬며 천천히 손에 힘을 풀었다. 그런 다음 어쩔 수 없다는 듯 입을 열었다.
  • “좋아요. 그렇게 할게요. 제가 하는 질문에 모두 답한다는 조건을 들어주면요.”
  • “그건 당연하죠.”
  • 남준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그녀의 말에 답하며 아주 득의양양한 표정을 지었다.
  • 그는 커다란 손바닥으로 그녀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남준은 그 부드러운 촉감에 표정이 풀렸다.
  • 갑작스러운 입맞춤이 시작됐고 권민아는 몸이 굳어버렸다. 남준은 자연스럽게 그녀의 손을 그러쥐며 깍지를 꼈다. 그는 권민아의 귓불에 입을 맞추며 작게 속삭였다.
  • “힘 빼요….”
  • 권민아는 그의 매혹적인 목소리에 홀려 천천히 힘을 뺐다. 하지만 곧이어 쇄골이 물어뜯기는 따끔함과 함께 정신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