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화 착각하고 계신 것 같네요
- 그녀는 몸을 일으키며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 “이번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대표님. 샘플이 나오면 꼭 보내드릴게요.”
- “그래요.”
- 남준은 힐끔 시계를 바라본 다음 말했다.
- “아니면 우리 점심 식사라도 같이할래요?”
- “아니에요. 잡지사로 돌아가야 해요.”
- 권민아는 전혀 망설임이 없이 답했다. 그리고 공손히 그에게 인사를 한 뒤 사무실을 나갔다.
- 그녀의 인영이 서서히 눈앞에서 사라지는 모습을 보며 남준은 빠르게 얼굴을 굳혔다. 그는 어두운 눈빛을 한 채 성큼성큼 다시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 “대표님, 다들 회의실에서 기다리고 있어요. 대표님….”
- 비서가 조급한 목소리로 노크했다.
- “알겠어.”
- 그의 목소리는 차가웠다.
- 그녀와 인터뷰하느라 그는 아주 중요한 회의를 놓쳤다.
- 권민아는 뒤돌아 봤는데 마침 남준이 성큼성큼 회의실로 가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 그는 입술을 오므린 채 굳어진 표정으로 전혀 인터뷰 때와는 다른 얼굴을 하고 있었다.
- “빌어먹을 남준, 이 짐승 같은 놈!”
- 권민아는 손에 쥐고 있던 카메라를 힘껏 그러쥐며 텅 비어 있는 엘리베이터에서 분노를 표출했다.
- 전에 그녀는 남준한테 이런 무뢰한 같은 모습이 있을 거라곤 생각지 못했다.
- ‘그런데 세리와 둘 사이….’
- “그건 세리 씨의 의견을 먼저 물어봐야겠죠.”
- 남준의 그 여유로운 모습이 끊임없이 권민아의 머릿속을 맴돌았다.
- 그녀는 멍하니 자기 발끝을 바라보며 한참 생각에 빠져 있었다.
- “죄송해요. 죄송해요.”
- 어깨가 갑작스레 누군가에게 부딪힌 다음에야 그녀는 정신을 차렸다. 권민아는 얼른 올라가려는 엘리베이터를 잡으며 빠르게 자리를 벗어났다.
- 그런데 밖으로 나온 그녀는 지금 가장 보고 싶지 않았던 사람과 마주했다.
- 오늘 세리는 검은색의 짧은 치마와 같은 색의 하이힐을 신고 있었는데 걸을 때마다 맑은소리가 울려 퍼졌다.
- 거기에 선글라스까지 끼고 턱을 치켜들고 있는 모습은 오만한 공작새를 연상시켰다.
- 권민아는 손을 들어 시간을 확인했다. 그런 다음 깊게 숨을 들이켜며 최대한 앞만 보며 걸어 나갔다.
- “어, 저기 저번에 그 여자 아니에요?”
- 세리 옆에 있던 매니저가 그녀의 어깨를 건드리며 턱짓으로 권민아가 있는 방향을 가리켰다.
- “진짜네.”
- 세리가 선글라스를 살짝 내리며 비웃는 듯한 미소를 지었다.
- 권민아는 두려움 없이 세리와 눈 마주치며 도발하는 눈빛에 맞섰다.
- 그녀는 세리를 스치고 지나가려고 했다. 하지만 이때 세리가 갑작스레 권민아의 손목을 잡아챘다. 그리고는 빤히 손에 들고 있는 카메라를 바라보며 코웃음을 쳤다.
- “참 배짱이 두둑한 사람이네요. 이슈 될 만한 걸 잡겠다고 여기까지 쫓아온 거예요?”
- 권민아는 귀찮은 듯 미간을 찌푸리며 잡고 있던 손을 뿌리쳤다. 그리고 차가운 목소리로 답했다.
- “세리 씨, 뭔가 착각하고 계신 것 같네요.”
- “착각은 당신이 한 거겠죠. 내 기억대로라면 저번에 차 사고 낸 사람도 당신 맞죠? 진작에 알아차렸어야 했는데 당신도 결국 파파라치였군요!”
- 팔짱을 낀 세리가 아주 기세등등한 모습으로 말했다.
- 권민아는 선글라스 너머 그녀의 경멸 어린 시선을 느낄 수 있었다.
- “이렇게 된 마당에 아직도 거짓말할 생각이야? 여기 어딘지 알아? 여긴 남씨 가문의 회사야! 우리 세리 씨가 조만간 여기 여주인이 될 거라고!”
- 매니저가 아주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 ‘여주인이라고? 진짜 그럴 수 있는지 두고 보자.’
- 권민아는 속에서 알 수 없는 화가 치밀어 올라서 전혀 물러남이 없이 대꾸했다.
- “세리 씨, 너무 자기 자신을 과대평가한 거 아니에요? 당신 내가 몰래 따라다니면서 찍을 정도로 대단하지 않아요!”
- “이….”
- 세리는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 그녀는 권민아 손에 있는 카메라를 뺏어오기 위해 손을 뻗었다.
- “몰래 찍지 않았다면 그 카메라 이리 줘봐요. 한번 살펴보게.”
- 권민아는 큰 걸음으로 후퇴하며 카메라를 뒤로 감췄다. 세리는 앞으로 덮쳤으나 허공을 가르고 비틀거렸다. 하지만 다행히 옆에 매니저가 있어 그녀를 잡고 넘어지지 않을 수 있었다.
- 세리가 왔다는 소문을 듣고 점차 주변에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모두 카메라를 들고 아름답게 꾸며진 세리의 얼굴을 찍기 시작했다. 세리는 얼른 몸을 곧게 세우며 예쁜 자세로 자기도 모르게 머릿결을 흩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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