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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차 사고

  • 권민아는 미간을 찌푸렸다. 그녀는 앞에 있는 차량을 보며 답답함과 동시에 생각이 복잡해졌다.
  • “펑!”
  • 갑자기 커다란 소리가 났다. 권민아는 깜짝 놀라 사고하던 것을 멈췄다.
  • 그녀는 부주의로 빨간색 포르쉐에 차를 부딪쳤다. 심지어 그 차의 주인은 세리였다.
  • “똑, 똑, 똑!”
  • 미처 그녀가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세리의 매니저가 화난 표정으로 창문을 두드렸다.
  • ‘오늘 일진 안 좋네.’
  • 권민아는 어쩔 수 없이 차에서 내리며 얘기 나누러 갔다.
  • “도대체 운전 어떻게 하는 거야? 길이 이렇게 넓은데 왜 하필이면 여기에 부딪혀? 물어줄 능력이 있긴 해?”
  • 권민아는 채 말도 꺼내지 못했는데 세리 매니저의 호통 소리가 들렸다.
  • 그녀는 사람들의 주의를 끄는 것이 싫어서 오늘 일부러 가정부의 차를 끌고 나온 것이었다. 상대방이 기고만장할 수밖에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 권민아는 깊게 숨을 들이키며 인내심 있게 말했다.
  • “죄송해요. 수리비는 제가 다 배상해 드릴게요.”
  • 그러나 상대방은 차가운 조소와 함께 그녀를 손가락질하며 욕하기 시작했다.
  • “말은 참 쉽게 하네. 당신, 이 차가 얼마짜리인 줄 알아? 수리하려면 지금 당신이 몰고 있는 차를 팔아도 배상할 수 없다고!”
  • 권민아도 이제 슬슬 인내심의 한계가 오고 있었다. 그녀는 미간을 찌푸린 채 살짝 짜증이 섞인 말투로 대꾸했다.
  • “그래서 어떻게 해결하길 원하는데요?”
  • 허리를 꼿꼿이 편 채 그녀가 물었다.
  • 권민아는 이미 키가 170센치였다. 그런데 7센치나 되는 구두까지 신은 채 허리를 펴자 완전히 상대방을 눌러버렸다.
  • “무슨 일이야?”
  • 세리가 차 문을 열고 길쭉하고 아름다운 다리를 내밀더니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 그녀는 빨간색 짧은 치마에 동일한 색의 가죽 구두를 신고 있었다.
  • 매니저는 권민아를 얕잡아보는 듯한 눈빛으로 바라봤다. 그리고 믿을 구석이 생겨서 든든해졌는지 한껏 더 사나워진 목소리로 말했다.
  • “이 여자가 어디서 튀어나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차를 이렇게 망가뜨려서 제가 따지려 드니 갑자기 악담을 퍼붓지 뭐예요?”
  • 세리는 매우 우아하게 선글라스를 벗더니 자세히 권민아를 살피기 시작했다. 곧이어 그녀의 눈빛에 경멸이 담기더니 다시 선글라스를 꼈다.
  • 세리는 당당히 팔짱을 낀 채 뭐가 문제냐는 듯한 어투로 말했다.
  • “차를 쳤으면 수리비를 배상하라고 하면 되지 뭘 싸우고 있어.”
  • 권민아의 입가에 냉소가 맺혔다. 그녀는 성큼성큼 세리 쪽으로 다가가 앞에 우뚝 서더니 차갑게 말했다.
  • “세리 씨, 저 좀 전에 이미 수리비 전부 배상해 드린다고 말씀드렸어요. 다만 이쪽 매니저가 사람 말을 잘 이해 못 하는 것 같아요. 매니저 다른 분으로 바꾸시는 게 좋을 것 같네요.”
  • “당신, 지금 무슨 쓸데없는 소리 하는 거야!”
  • 매니저가 화난 목소리로 따졌다. 그리고 마치 뺨을 때리겠다는 듯 손을 들어 보였다. 하지만 그 움직임은 권민아한테 손목이 잡히면서 막혀버렸다.
  • 세리는 미간을 찌푸렸다. 그녀는 공기 중에 어딘가 익숙한 향기가 난다는 것을 깨달았다.
  • ‘이건… 남준 씨의!’
  • 놀라움이 그녀의 눈동자에 스쳤다. 세리는 빠르게 환한 웃음을 짓더니 상냥하게 말했다.
  • “그런 거였군요. 그럼 더 논쟁 벌일 거 없네요. 우리도 책임이 있으니 이 일은 여기서 끝내도록 하죠.”
  • 권민아의 표정에 살짝 놀라움이 번졌다. 매니저가 분노 가득한 목소리로 권민아를 손가락질하며 말했다.
  • “이 일을 이렇게 마무리 짓다니요. 이건 분명히 이 여자의 잘못이잖아요!”
  • “닥쳐. 내가 됐다고 하면 된 거야.”
  • 세리가 화난 듯한 목소리로 매니저의 말을 잘랐다.
  • 권민아는 가슴팍에 팔짱을 낀 채 차에 기대어 여유롭게 두 사람의 모습을 지켜봤다.
  • 매니저가 독기 어린 표정으로 그녀를 노려보았지만, 감히 더 어떠한 말도 꺼내지 못했다.
  • 세리의 시선이 권민아로 향했다. 그녀는 부드럽고 따뜻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 “정말 죄송하게 됐네요. 제 매니저가 아직 뭘 좀 몰라서. 별문제 없어 보이니까 굳이 책임 묻지 않을게요.”
  • “그럼 좋고요.”
  • 권민아가 차갑게 답하며 싸늘한 시선을 보냈다.
  • 세리의 얼굴에 민망한 기색이 스쳤다. 하지만 고개를 끄덕이며 더는 말하지 않았다.
  • 권민아는 여기서 이들을 상대할 인내심이 남아 있지 않았다. 그녀는 바로 몸을 돌리며 차 문을 열고 이곳을 떠날 준비를 했다.
  • 그 아름다운 뒷모습을 보며 세리는 입꼬리를 올린 채 냉소를 지었다.
  • ‘이렇게 매혹적인 여자라니, 괜히 남준 씨가 저 여자의 치맛자락에 넘어진 게 아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