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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남준의 인터뷰 1

  • 심연은 흥미를 잃은 듯 몸을 돌리며 화난 모습으로 자리를 떠났다.
  • 권민아는 얼굴에 미소를 거둔 채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 다음 거울을 보며 화장을 고친 뒤 자리를 떠났다.
  • 그런데 미처 자리에 앉기도 전에 팀장이 화가 가득 난 모습으로 그녀 앞에 나타났다.
  • 팀장은 분노한 채 원고 뭉치를 그녀 앞에 던지며 사납게 외쳤다.
  • “당장 내 사무실로 오세요!”
  • 권민아는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아 얼른 팀장을 따라갔다. 그러다가 가는 도중에 심연의 자리를 지나쳤는데 그녀가 아주 즐거워 죽겠다는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
  • 심연은 입 모양으로 무언가 말하고 있었다.
  • “쌤통이다!”
  • 권민아는 살짝 짜증스러운 마음으로 미간을 찌푸린 채 그녀를 노려본 후 얼른 발걸음을 옮겼다.
  • 권민아는 사무실 문을 닫은 다음 공손히 두 손을 모으고 허리를 굽힌 채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 “팀장님, 무슨 일로 절 찾으셨나요?”
  • 팀장은 지금 40대였는데 이미 탈모가 진행돼 머리가 휑했다. 그는 얼마 남지 않은 머리카락을 계속해서 끌어당기며 비어 있는 곳을 덮으려 애쓰고 있었다.
  • “권민아 씨, 지금 회사 다닌 지 얼마 됐죠?”
  • 몸을 돌린 팀장이 애써 성격을 누르며 물었다. 하지만 누가 봐도 그는 지금 분노하고 있었다.
  • “몇 년이 됐죠.”
  • 권민아가 성실히 답했다.
  • “그런데 도대체 글을 왜 이딴 식으로 썼어요? 이 원고는 쓰레기나 마찬가지예요! 어제 가장 큰 이슈 거리가 남준과 세리의 뉴스였는데 도대체 뭘 쓴 거예요!”
  • 갑작스레 팀장이 소리치자 권민아는 깜짝 놀랐다.
  • 그녀는 자세를 똑바로 한 채 손에 힘을 주며 계속해서 손바닥을 긁었다.
  • 권민아가 자책 어린 목소리로 답했다.
  • “제가 좀 일이 있어서. 죄송해요, 팀장님. 다만….”
  • ‘제가 어떻게 그걸 써요. 남준 씨가 제 남편인데!’
  • “무슨 할 말이 있다고 다만을 덧붙여요. 다시 한번 기회를 줄 테니 남준을 찾아가 얘기를 나눠보세요. 어떻게든 단독 인터뷰를 따오란 말이에요!”
  • 팀장이 높아진 목소리로 명령했다.
  • “뭐라고요? 남준은 절대로 인터뷰 안 한다는 거 아시잖아요. 저….”
  • 권민아는 난감한 기분이 들었다. 그녀는 자신 없는 눈빛으로 팀장을 바라봤다.
  • “아무도 성공하지 못했기 때문에 더 가치가 있는 거예요. 어떤 방법을 동원하든 반드시 인터뷰를 따내세요.”
  • 팀장이 아주 단호히 지시를 내렸다. 그는 조금도 물러날 기색이 없어 보였다.
  • 화가 난 팀장은 사무 의자에 앉아 책상 위에 놓여 있던 녹차를 들어 목을 축였다.
  • 권민아는 입술을 깨물며 한참을 머뭇거렸다. 그러다가 고개를 들어 팀장을 바라보며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 “팀장님, 이 일은 역시 다른 사람을 시키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저 진짜로 안 돼요.”
  • “안 된다고요? 하.”
  • 분노한 팀장이 책상 위에 있던 원고를 그녀에게 던졌다. 하마터면 찻물까지 그녀의 몸에 뿌려질 뻔했다. 그가 사납게 외쳤다.
  • “안 되면 여기를 떠나세요. 우리 잡지사는 아무것도 안 하는 사람 필요 없어요. 오늘 남준의 일을 해결하든지 아니면 알아서 사직하세요. 잘 생각해 보세요!”
  • 권민아의 미간이 찌푸려졌고 눈동자가 어두워졌다. 그녀는 다시 뭔가 말하려 살짝 입을 벌렸지만, 팀장의 씩씩거리는 모습에 결국 타협하기로 했다.
  • 그녀는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 “좋아요. 한번 해볼게요.”
  • “그게 아니죠. 반드시 성공시키세요!”
  • 팀장이 성난 목소리로 말했다.
  • 권민아는 팀장을 빤히 쳐다보다가 입술을 오므린 채 더는 답하지 않았다.
  • 팀장은 답답한 듯 사무실 탁자 앞에 앉아 손을 흔들며 귀찮은 듯 말했다.
  • “됐어요, 됐어. 얼른 가서 일 봐요.”
  • “네.”
  • 권민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그런 다음 몸을 돌리며 꽉 쥐고 있던 손에 힘을 풀었다. 그녀는 걸음이 너무 무겁게 느껴졌다.
  • ‘남준 씨… 날 만나줄까?’
  • 권민아는 곧은 자세로 남씨 그룹 입구에 섰다. 그런 다음 손에 들고 있던 가방을 꼭 쥔 채 숨을 깊게 들이마시며 성큼성큼 걸어갔다.
  • “아가씨, 누구 찾으러 왔어요?”
  • 이제 막 회사에 들어왔는데 안내데스크 직원이 그녀를 불러 세웠다.
  • 권민아는 다급히 사원증을 보여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설명했다.
  • “저는 연예 주간 잡지의 기자 권민아예요. 대표님과 인터뷰를 하고 싶어서요.”
  • “기자요?”
  • 안내데스크 직원이 미간을 찌푸린 채 달갑지 않다는 어투로 말했다.
  • “우리 대표님은 절대로 인터뷰 같은 거 안 해요. 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