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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남준의 인터뷰 2

  • “하지만….”
  • “하지만 무슨 하지만. 우리 대표님은 인터뷰 안 한다고요. 당장 안 가시면 경비 부를 거예요!”
  • 안내데스크 직원이 사납게 외쳤다. 그녀의 정교한 메이크업과는 굉장히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었다.
  • 권민아는 입술을 깨문 채 VIP 통로 쪽을 바라봤다. 그리고 어쩔 수 없다는 듯 사원증을 다시 집어넣었다.
  • 그녀도 실패할 거라는 걸 예상하고 있었다.
  • 권민아는 터덜터덜 걸어 나가며 미련이 가득한 얼굴로 엘리베이터 쪽을 계속해서 힐끔거렸다.
  • “권민아 씨!”
  • 뒤에서 갑자기 안내데스크 직원이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 그녀는 깜짝 놀란 표정을 지으며 얼른 뒤돌아 물었다.
  • “볼일 더 남았어요?”
  • 안내데스크 직원이 썩 내키지 않는 목소리로 말했다.
  • “대표님이 당신보고 올라오래요. 12층이 대표님 사무실이에요.”
  • “고마워요.”
  • 권민아가 살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 ‘남준 씨의 사무실이 어딘지 내가 모를까 봐?’
  • 그녀는 다른 직원들과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고 위층으로 올라갔다. 그런데 막상 12층에 도착하고 나니 엘리베이터에 남은 건 그녀밖에 없었다.
  • 층수를 표기하는 스크린을 바라보며 권민아는 심장이 점점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 “띵!”
  • 엘리베이터가 목적지에 도착했다.
  • 그녀는 흰 원피스와 긴 머리를 매만지며 담담한 미소를 지은 채 남준의 사무실로 향했다.
  • “권민아 씨인가요?”
  • 검은색 오피스 치마를 입은 여자가 갑자기 앞에 나타났다.
  • 권민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답했다.
  • “저 맞아요.”
  • “저는 남준 대표님 비서예요. 절 따라오세요.”
  • 비서가 손을 내밀며 공손히 따라오라는 듯한 제스처를 취했다.
  • 권민아는 그녀를 따라 빠르게 남준의 사무실 입구까지 도착했다.
  • “똑, 똑, 똑.”
  • 비서가 사무실 문을 두드렸다.
  • “들어와.”
  • 안에서 남준의 청량한 목소리가 들렸다.
  • 비서가 천천히 문을 열었다. 그 안에서 고개를 숙인 채, 업무에 열중하고 있는 남준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의 긴 속눈썹이 끊임없이 깜빡이자 순간 권민아는 시선을 빼앗겨 버렸다. 하지만 가슴은 어쩐지 공허한 것이 불편하기 그지없었다.
  • “대표님, 권민아 씨 도착했어요.”
  • 두 손을 모은 비서가 공손히 남준을 행해 말했다.
  • 남준은 고개를 들어 담담한 눈빛으로 권민아를 힐끔 바라봤다. 그의 표정이 살짝 풀리긴 했지만, 여전히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 “나가 봐.”
  • “네.”
  • 비서가 고개를 끄덕이며 물러갔다.
  • 권민아는 사무실 문을 닫을 생각도 못 하고 멀뚱히 문가에 서 있었다.
  • 권민아는 눈치채지 못했지만, 오늘 남준은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보라색 셔츠를 입고 있었다. 셔츠에 달린 어두운 붉은 색의 단추가 조명 아래에 차갑게 빛났다.
  • “문 연 채로 얘기 나눌래요?”
  • 이글거리는 눈동자로 그녀를 바라본 남준이 짓궂게 말했다.
  • 권민아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얼른 방문을 닫았다. 그런 다음 성큼성큼 그의 사무실 탁자 앞으로 다가와 사무적인 태도로 자기소개를 했다.
  • “저는 연예 주간의 기자 권민아라고 해요. 오늘 남준 대표님을 인터뷰하려고 방문했어요. 대표님 혹시 지금 시간 괜찮으신가요?”
  • “우리 둘 사이에 자기소개가 필요한가요?”
  • 그는 손을 뻗어 사인펜을 한쪽으로 떨어뜨렸다. 그런 다음 두 손을 교차하더니 책상 위에 올려놓은 채 나지막이 물었다.
  • 권민아는 순간 경직됐다. 머릿속에 계획했던 것들이 순식간에 없어졌다.
  • 그녀는 양쪽 다리 옆에 놓여 있는 손에 힘을 주며 얼른 마음을 다잡았다. 그런 다음 사무적인 미소를 머금은 채 말했다.
  • “그럼 대표님, 지금 시간 있으신가요?”
  • “제가 절대로 인터뷰 안 한다는 거 누구보다도 잘 알 텐데요?”
  • 남준이 뚜렷이 그녀를 바라보며 답했다.
  • ‘당연히 알지만, 그래도….’
  • “이건 제 직업이잖아요. 대표님이 이해해 줬으면 좋겠어요.”
  • 그녀가 참을성 있게 최대한 목소리를 부드럽게 한 채 말했다.
  • “음?”
  • 남준이 눈썹을 치켜떴다. 그는 굳이 그녀의 말에 대꾸하지 않았다.
  • “대표님, 인터뷰 시작해도 될까요?”
  • 권민아가 바로 용건을 꺼냈다.
  • 환한 미소를 지은 남준이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런 다음 두 손을 주머니에 넣고는 그녀의 귓가에 얼굴을 가져다 댄 채 살며시 머리에서 나는 향을 맡으며 말했다.
  • “이 문제는 당신이 대신 답해줄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