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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결정권은 저한테 있어요

  • 남준은 어깨를 으쓱거리며 침묵했다.
  • 권민아의 눈동자에 분노가 일렁거렸다. 그녀의 빨갛던 입술은 이빨에 짓이겨져 하얗게 변했으며 얼굴은 빨갛게 달아올랐다. 권민아는 남준의 무뢰한 모습에 어이가 없었다.
  • “남준 씨, 이럴 필요까지 있어요?”
  • 그녀는 시선을 거두며 고개를 숙였다. 권민아의 머릿속에 낮에 인터뷰 때 그가 했던 답들이 떠올랐다. 그녀는 이 상황이 너무나 웃겼다.
  • “적어도 지금 결정권은 저한테 있어요.”
  • 남준이 평온한 어투와 동요 없는 눈동자로 말했다.
  • 그는 권민아의 표정 하나하나 놓치지 않고 눈에 담았다. 그러다가 아무 말 없이 몸을 일으켜 주방 쪽으로 갔다.
  • 그녀는 팔로 무릎을 감싸며 소파 귀퉁이에 몸을 기댔다. 그런데 발끝이 그의 온기가 남아 있던 곳에 닿은 것이 느껴지자 얼른 발을 치웠다.
  • 얼마 지나지 않아 주방 쪽에서 음식 냄새가 퍼졌다. 하지만 그녀는 너무 피곤한 나머지 소파에 기댄 채 잠이 들었다.
  • 남준은 요리를 식탁 위에 올려놓으며 몸을 돌렸는데 고요히 잠들어 있는 권민아를 발견하게 되었다. 그는 살며시 입꼬리를 올리며 어쩔 수 없다는 듯 그녀를 바라봤다.
  • 그는 큰 보폭으로 걸으며 조심스레 품에 안은 권민아를 위층으로 옮겼다.
  • 그녀는 불편한 듯 몸을 뒤척이다가 남준의 뜨거운 시선과 눈이 마주쳤다. 권민아는 순식간에 잠이 깼다.
  • 그녀는 얼른 그의 품에서 뛰어내리며 흐트러진 머릿결을 정돈했다.
  • “먼저 방에 들어갈게요.”
  • 남준의 얼굴에 쓴웃음이 지어졌다. 그는 허공에 떠 있는 두 손을 아무렇게 주머니에 꽂으며 침묵했다.
  • 덤덤한 그의 기색을 힐끔 쳐다본 권민아는 입술을 깨물었다. 그리고 말없이 몸을 돌려 성큼성큼 떠났다.
  • 그녀가 도망치듯 떠나는 모습을 뒤에서 지켜보던 남준은 다시 소파로 돌아갔다. 그런 다음 탁자에 놓여 있는 커피를 가볍게 한 모금 마셨다.
  • 커피는 이미 온기가 없었다. 깊은 쓴맛이 순식간에 그의 입안을 적시자 저절로 미간이 찌푸려졌다.
  • 식탁 위에 김이 모락모락 나는 음식을 바라보며 그의 눈동자가 복잡하게 얽혔다.
  • ‘제일 좋아하는 요리를 했는데, 아쉽게 됐네….’
  • 권민아는 잠에서 깼는데 남준은 이미 별장을 떠난 후였다. 텅텅 비어버린 거실을 바라보며 그녀는 고개를 들어 컵에 마지막으로 남은 우유 한 모금을 마셨다. 그런 다음 별장을 떠나 출근했다.
  • “민아 씨, 축하드려요.”
  • 회사에 들어오자마자 누군가가 다가오더니 말했다.
  • 그녀는 어리둥절했지만, 일단 예의 바르게 답했다.
  • “고마워요.”
  • “흥, 잘난 척은. 겨우 인터뷰 하나 가지고.”
  • 손목에 걸쳐 있는 LV 핸드백을 만지던 심연이 무시하는 듯한 눈빛으로 권민아가 들고 있는 브랜드 없는 백팩을 힐끔 쳐다봤다.
  • “알아. 이건 겨우 남준 대표님의 첫 인터뷰일 뿐이잖아.”
  • 허리를 꼿꼿이 편 권민아가 똑같이 비꼬는 어투로 답했다. 그런 다음 먼저 자기 자리로 돌아가 앉았다.
  • “언제까지 그렇게 잘난 척 할 수 있는지 두고 보겠어!”
  • 등 뒤에 심연의 이를 가는 소리가 들렸다.
  • 권민아는 덤덤히 웃으며 손에 들고 있던 가방을 한쪽으로 내려놓았다.
  • “똑, 똑, 똑.”
  • 갑자기 누군가가 그녀의 책상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 권민아가 고개를 들어보니 팀장이 웃는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 “민아 씨, 나랑 같이 가요.”
  • “네, 팀장님.”
  •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얼른 따라갔다.
  • 사무실 문이 닫혔다. 그녀는 한쪽에 몸을 꼿꼿이 세운 채 안절부절못하며 팀장의 안색을 살폈다.
  • “민아 씨, 이번 인터뷰 반응이 굉장히 좋아요. 그래서 다시 한번 남준 대표의 인터뷰를 실으려고 해요. 민아 씨가 첫 번째 인터뷰를 진행했으니 그다음도 민아 씨가 책임져 줬으면 좋겠어요.”
  • 팀장이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
  • “뭐라고요?”
  • 권민아가 놀라 말했다.
  • “팀장님, 저 못해요.”
  • “왜 또 못한다는 거예요? 이번 인터뷰도 잘 진행했잖아요. 민아 씨, 이 인터뷰가 우리 잡지사에 얼마나 중요한지 알잖아요. 이번 일은 민아 씨만이 할 수 있어요!”
  • 팀장이 거듭 강조했다.
  • 하지만 권민아는 입술을 오므린 채 타협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 팀장은 한참을 손가락질까지 하며 그녀한테 열변을 토했으나 권민아는 묵묵부답이었다. 한참 후, 그녀는 겨우 크게 숨을 내쉬며 입을 열려 했으나 갑자기 울려온 전화 때문에 또 말문이 막혔다.
  • 팀장은 영상통화를 하며 끊임없이 아부를 떨었다.
  • “남준 대표님, 어떻게 직접 전화하셨어요. 혹시 인터뷰에 뭔가 잘못된 거라도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