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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오해

  • 권민아는 살며시 입꼬리를 올리며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그리고는 경시하는 듯한 눈빛으로 세리를 바라보며 말했다.
  • “세리 씨는 제 사생활을 엿볼 자격이 안 되는 것 같네요.”
  • “겨우 파파라치 주제에 말을 잘하네요. 지금 제 말에 찔려서 이러는 거잖아요!”
  • 세리가 한층 더 분노한 목소리로 소리 질렀다.
  • “이런 사람이랑 말씨름할 필요 없어요. 제가 해결해 줄게요!”
  • 매니저가 옷소매를 걷어붙였다. 그런 다음 권민아의 손에 들려 있는 카메라를 노려보면서 몸을 움찔거렸다.
  • 하지만 권민아는 매우 차분히 입을 열었다.
  • “유유상종이라고 오늘 그게 무슨 말인지 제대로 알겠네요.”
  • 그녀의 얼굴에 짜증스러움이 배어 나왔다.
  • 하이힐과 카메라는 이제 그녀의 발목을 잡는 짐이 됐다.
  • 매니저의 얼굴이 흉흉하게 일그러지며 당장이라도 권민아의 얼굴을 향해 손찌검을 날릴 기세로 달려들었다. 하지만 권민아의 행동이 더 빨랐다. 그녀는 매니저의 손이 얼굴에 닿기도 전에 먼저 낚아챘다. 그런 다음 차가운 미소를 머금고 입을 열었다.
  • “어머? 미친개가 이젠 사람까지 물려고 드네?”
  • “너….”
  • 매니저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그녀는 뒤돌아 세리를 향해 구해달라는 눈빛을 보냈다.
  • 세리의 얼굴이 어둡게 변했다. 그녀는 멀지 않은 곳에 그녀들을 지켜보고 있던 안내데스크 여직원을 향해 눈빛을 보내며 명령하듯 말했다.
  • “뭘 보고 있어. 얼른 이 파파라치를 끌어내지 않고!”
  • 안내데스크 여직원의 얼굴에서 순식간에 미소가 사라졌다. 여직원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자신한테 한 말이었다는 것을 알아차리곤 얼른 세리에게 다가가 귓속말로 상황을 설명하려 했다.
  • 세리는 이 상황이 너무나도 창피했고 분노한 목소리로 말했다.
  • “경비는? 돈을 받았으면 일을 해야지. 지금 뭐 하는 거야?”
  • ‘저 여직원한테 하는 말인가?’
  • 권민아는 냉소를 하며 살짝 연민과 안타까움이 섞인 눈빛으로 여직원을 바라봤다.
  • 안내데스크 여직원이 머뭇거리며 권민아를 한 번, 세리를 한 번, 쳐다본 다음 난감한 듯 말했다.
  • “세리 씨, 저 사람 진짜 파파라치 아니에요.”
  •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 하고 있어. 그럼 내가 지금 애먼 사람 잡고 있다는 거야?”
  • 세리가 화가 가득 난 목소리로 말했다.
  • ‘정말 누가 보면 진짜 여기 여주인이라도 되는 줄 알겠네.’
  • 여직원은 얼른 세리의 귓가에 대고 조심스레 상황을 설명했다.
  • “저 사람은 오늘 대표님이 직접 인터뷰를 허락한 기자예요.”
  • “인터뷰라고?”
  • 세리의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 남준은 절대로 인터뷰 같은 것을 안 하기로 유명한 사람이었다. 그런데 직접 인터뷰를 허락했다니 세리는 믿기지 않았다.
  • “맞아요, 세리 씨. 이건 오해하신 게 맞아요.”
  • 안내데스크 여직원은 몰래 세리의 안색을 살폈다. 여직원은 세리가 딱히 더 뭐라 하지 않자 그제야 한숨을 내쉬었다.
  • 세리는 전에 권민아 몸에서 맡았던 익숙한 향기를 떠올리며 뭔가 알겠다는 눈빛으로 성큼성큼 자리를 떠났다.
  • “저 여자 진짜 만만하지 않네요.”
  • 매니저가 감탄하듯 말했다.
  • “그걸 말이라고 해?”
  • 세리는 모든 화를 매니저에게 쏟아냈다. 그리고 어딘가 모자란 사람을 보듯 매니저에게 말했다.
  • “됐어. 이번 일 절대로 남준 씨 앞에서 꺼내지 마.”
  • “알겠어요.”
  • 매니저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 세리는 짜증스럽게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다. 그런데 마침 권민아의 차가운 눈동자와 눈이 마주쳤다. 그녀는 어쩐지 가슴이 답답했다.
  • 권민아는 가늘지만 도도한 세리의 뒷모습이 눈앞에서 사라지는 모습을 보며 눈빛이 점점 복잡해졌다. 그녀는 카메라를 손을 바꾸어 쥔 다음 몸을 돌려 자리를 떠났다.
  • “자 이제 가세요. 가세요.”
  • 등 뒤에 안내데스크 직원이 귀찮은 듯 사람들을 쫓는 목소리가 들렸다. 권민아는 발걸음을 더 빨리했다.
  • 그런데 밖에 나와보니 비가 오고 있었다. 맞은편에 바로 커피숍이 있었는데 주변을 둘러보던 권민아는 비를 무릅쓰고 그곳으로 달려갔다.
  • 남준은 창가에 서서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깊은 눈동자로 지긋이 그 뒷모습을 바라봤다.
  • 권민아는 마침 창가 쪽에 자리를 잡았다. 그녀는 부드러운 손길로 커피를 섞으며 창밖을 내다보았다.
  • 한참 후 비가 멎었고 그녀는 짐을 정리하며 커피숍을 나왔다. 그런 다음 바로 눈앞에 보이는 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 권민아는 손가락으로 턱을 만지며 멍하니 밖의 풍경을 바라봤다. 하지만 그녀의 머릿속엔 온통 의문들로 가득했다.
  • ‘남준과 세리… 두 사람은 지금쯤 뭐 하고 있으려나?’
  • ‘그 사람 세리를 품에 끌어안은 채 귓가에 대고 부드럽게 뭔가 속삭이고 있겠지? 얼마 전에 나에게 키스했던 바로 그 입술로!’
  • 권민아는 왠지 모르게 가슴이 답답해지며 미간이 일그러졌다.